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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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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24 ㅣ No.562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상) 교회가 가야 할 길 제시

 

 

교황 권고는 교황이 사목적 차원에서 발표하는 문헌 가운데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만큼이나 이 문헌의 인기도 높다. 지난 2월 중순 발행된 「복음의 기쁨」 한국어판은 3개월여 만에 3만 5000여 부가 판매됐다. 통상 3000~4000부에 머물렀던 이전 교황 문헌 판매량과 비교해 볼 때 10배에 이르는 숫자다. 이 문헌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가톨릭교회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교황은 지난해 7월 첫 회칙 「신앙의 빛」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 회칙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초안을 작성해 둔 것이었다. 

 

교황은 2012년 ‘새 복음화’를 주제로 열린 세계 주교 시노드를 정리하는 후속 권고 차원에서 이 문헌을 작성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복음의 기쁨」은 2012년 주교 시노드 후속 권고는 아니다. 주교 시노드에서 논의된 주제 외에도 교회와 사회 전반에 걸친 사목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프란치스코 스타일’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간결하고 친근한 용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게 쓴 것은 물론 가난ㆍ세계화ㆍ경제ㆍ교회 역할 등 교황 착좌 후 꾸준히 강조해온 문제들을 권고에 담았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황 권고 발표 기자회견에서 “복음의 기쁜 소식을 담은 교황 권고는 현실의 도전 앞에서 신앙으로 가득 찬 희망을 보여준다”며 “하느님의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또 “「복음의 기쁨」은 현대 세계에서 가톨릭교회가 복음화를 재발견하기 하기 위해 쓰인 문헌”이라고 설명하면서 주요 내용으로 △ 선교에 중심을 둔 교회 쇄신 △ 사목자들이 겪는 유혹 △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이해 △ 강론과 준비 △ 빈부격차 해소 △ 평화와 사회적 대화 △ 선교를 위한 영적 동력 등을 꼽았다. 

 

「복음의 기쁨」은 5개 장, 288항으로 이뤄져 있다. 1장은 교회의 선교사명과 개혁을 다뤘고, 2장은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짚었다. 3장은 복음 선포를 주제로 특별히 사목자들에게 강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4장은 복음화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며 정의와 평화, 공동선을 다뤘다. 5장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의 사도가 되기를 요청했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 서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기쁨으로 두드러진 복음화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도록 격려하면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가게 될 여정을 위한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교황 권고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25일, 남정률 기자]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하) ‘선교의 교회’ 위해 개혁 강조

 

 

이번 호에서는 「복음의 기쁨」 내용을 살펴보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 1장에서 “가톨릭교회는 지속적인 선교 상태로 있어야 한다”면서 교회의 선교 사명을 강조했다. 교황은 “교회는 현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의 관습과 관행, 구조와 용어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선교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회 조직을 더욱 선교 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교회 조직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교회 조직의 ‘건실한 분권화’를 제시했다. 

 

교황은 또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이를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성장시키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성사의 문은 어떤 경우에도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이들을 그리스도의 삶으로 초대하는 열린 교회가 되기를 당부하며 자신의 안전에만 매달리는 교회보다 거리로 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가 되기를 요청했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 2장에선 사목자들이 겪는 유혹을 경계하며 개인주의와 정체성의 위기, 열의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3장에선 사제들에게 강론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강론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강론이 도덕적이거나 교리적인 설교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준비가 되지 않은 강론자는 영성적이지 않고 정직하지 않으며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복음 선포는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언제나 대화에 열려 있고 인내와 온유, 심판하지 않는 환대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다룬 4장을 통해 교황은 사회의 가장 힘없는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특별히 태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최근 들어 태아의 인간 존엄성을 부인하려는 시도들이 자행되고 있다”며 가톨릭교회의 낙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인간 생명을 없앰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진보적인 것이 아니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창조물에 대한 존중을 호소하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와 함께 현대 세계의 도전들과 관련해선 현재의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규탄했다. 교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곳에서 시장 자율이라는 새로운 폭정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금융 투기, 부정부패, 탈세와 세금 회피가 판을 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불공정한 세태에 대해 교황은 “누구도 종교가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 개인 생활의 내적 성역으로 치부돼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며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말을 빌려 “교회가 정의를 위한 투쟁에 비켜서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 

 

교황은 또 5장에서 복음 선포자들의 열정을 언급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면, 그것으로 이미 삶은 의롭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풍요로운 결실은 흔히 눈에 보이지 않고 알아채기 힘들며 양으로 따질 수 없기에 실패나 부족한 결과로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1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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