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영성] 묵주기도 신심과 중요성

10월은 로사리오 성월, 즉 묵주기도의 성월입니다. 묵주기도는 예수님의 일생과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면서 성모님께 우리의 성화와 이를 위해 필요한 은혜를 전구(傳求)해 달라고 간청하는 기도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어려운 일들을 당할 때마다 묵주기도에 의지해 하늘의 도움을 받았고, 그때마다 ‘묵주기도의 성모님’은 우리 구원의 중개자로서 찬미받으셨습니다. 오늘은 이 묵주기도의 신심과 중요성, 네 가지를 살펴볼까요.

1. ‘복음의 요약’인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하느님의 말씀’께서 인간의 역사에 들어오시어 인류 구원사업을 이루신 과정을 순서적으로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동정녀의 잉태와 예수님의 유년시절, 예수님의 세례와 하느님 나라의 선포, 파스카 신비의 절정, 곧 복된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구원사건들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성령강림 때에 세워진 교회와 이 세상에서 일생을 마치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나라로 들어올림을 받으신 성모님께 나타난 파스카의 결실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잘 바치는 사람은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의 구원신비에 깊이 동참하게 되어,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자기 삶의 중심이요 전부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면서 구원의 신비를 함께 체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묵주기도의 내용이고 목적이며 그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마리아를 통해 주님이신 예수님께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2. 자신과 이웃을 성화시키는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염경기도(어떤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뜻을 생각하며 입으로 외우는 기도)와 묵상기도가 아름답게 조화된 기도이며,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또한 이 기도를 꾸준히 바치는 신자들은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구원 신비에 깊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영성생활에 있어 크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매일 바치는 묵주기도를 통하여 신자들은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들을 믿음의 눈으로 이해하여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다가오는 여러 가지 유혹을 능히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으며, 혹시 잠시동안 유혹에 넘어갔더라도 빨리 신앙의 길로 되돌아올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웃의 구원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묵주기도를 바친다면 구원의 장애물이 사라지게 되고, 만일 연옥영혼을 위하여 기도하면 연옥영혼들이 보다 빨리 천상복락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신자들은 자신과 이웃의 성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침으로써 더욱 성화되고 성덕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의 위대한 성인들도 묵주기도를 사랑하여 매일같이 즐겨 바쳤으며, 우리들도 네 가지의 신비에 담겨있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생애와 덕행, 고통과 영광에 대해 묵상함으로써 완덕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가정을 성화시키는 묵주기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며 가정을 교회의 가정적 성소(聖所)로 삼아야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11항)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사회 안에서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가정 공동체를 보호하고자 교회는 가정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켜 왔으며, 가정에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도의 하나로 묵주기도를 장려해왔습니다. 따라서 묵주기도는 ‘가정의 기도’이며, ‘가정을 위한 기도’입니다. 모범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에서는 특별히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 기도를 바치며 가정 구성원들의 일치와 화합을 이룹니다.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는 가정은 여러모로 나자렛 성가정의 모습을 재현합니다. 예수님을 한가운데 모시고 예수님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가족들의 상황과 계획을 그분의 보살핌에 맡겨 드리며, 그분에게서 희망을 찾고 앞으로 남은 여정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그 기도가 맺는 사랑의 열매 덕분에 ‘평화의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신자들이 세상의 어려운 문제들에서 도망치게 하기보다는 그 문제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직시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 문제들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주며 모든 시대에 “모든 것을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인 사랑”(콜로 3,14)을 증언할 수 있는 굳은 의지도 줍니다. 이렇듯 마음을 모아 묵주기도를 바치는 동안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무기 삼아 평화를 위한 힘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닌 ‘세계 평화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묵주기도는 우리의 인생 전체를 은총으로 가득 채우며 이 세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 동반할 것입니다. 묵주를 손에 쥐고 ‘성모님과 함께’ 아름다운 가을길을 산책하며 기도를 올리는 것만큼, 우리 신앙인들에게 어울리는 일도 드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묵주기도 많이 바치시고, 성화되길 기원합니다.

※ 대전교구 송인찬 신부님의 2005년 석사논문을 참조하였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0월호, 김원중 안토니오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전주 Re. 담당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