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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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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TV - 연애 토크쇼와 흔들리는 제6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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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3-31 ㅣ No.713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TV


연애 토크쇼와 흔들리는 제6계명



십계명의 제6계명을 위협하는 TV 토크쇼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그 장본인은 종합편성채널 jtbc의 <마녀사냥>. 미혼자의 이성교제에 대한 교리가 정결과 절제의 일반론을 고수하는 사이, 21세기 연인들은 패션잡지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혹-지배 위주의 관계 유형과 ‘사랑한다면 성관계를 하라’는 묵계를 학습해 왔다. 하지만 그것이 활자가 아닌 육성으로 생생히 전달되고, 출연자들의 숱한 발언 중 가장 자극적인 부분이 방송 이후에도 인터넷 연예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실제 시청률 이상의 영향력을 얻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마녀사냥>은 연예인들이 젊은이들의 연애상담을 모티브 삼아 요즘의 연애 세태를 논하는 토크쇼다. ‘사냥’이라는 제목과 ‘낮져밤이’(낮에 져주고 밤에 이긴다)라는 신조어에서 보듯이 쇼는 지배와 복종, 불성실과 배신, 유사 삼각관계, 무리한 스킨십 등 연인 사이의 갖가지 갈등을 소개하며 흥미를 돋운다. 특히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가 눈에 불을 켜는 대목은 성관계를 언급할 때다. 방송작가에 의해 윤색된 사연 속 익명의 연인들은 싸웠다가 화해할 때, 오랜만에 만날 때, 또는 일상적으로 불타는 밤을 보낸다. 어떤 남자는 할인판매를 기회 삼아 콘돔을 대량구매하고, 다른 남자는 29세까지 성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의 놀림감이 된다.

냉정히 말해 <마녀사냥>은 비교적 제작이 손쉬운, 그래서 프로그램 기획력과 제작 체계가 약한 종편 채널이 과잉 생산하는 토크쇼 중 하나다. 그럼에도 값싼 쇼의 연애론이 가상의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보다 강력한 이유는 ‘실제상황’이라는 전제 때문이다. 문제는 사냥하고 포획되는 인간관계와 ‘사랑한다면 성관계’에 동의하는 일부의 사연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면서 성급한 일반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임의로 ‘톱’이라는 호칭을 붙여 권위를 부여한 뒤, 시청자에게는 연인과 우정을 쌓기보다 매력과 능력으로 이기라고 부추긴다. 성관계에 대해서도 그렇다.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몇몇 일반인의 사연은 ‘남들도 다 하는데’라는 집단압력이 되고, ‘하는’ 사람들은 으스대고 ‘안 하는’ 사람들은 침묵하는 동안 두 부류의 간극은 벌어져만 간다.

이것이 바로 교회 안에서 미혼의 연애와 성에 대한 현실적 담론과 청(소)년들 자신의 발언이 필요한 이유다. 소년소녀 청춘남녀가 어울리는 주일학교와 청년공동체는 이성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현장이다. 최근 가톨릭 생명운동의 화두인 청년들의 성급한 성관계와 임신, 낙태 문제도 진지하고 신중한 인간관계, 연인 간 소통과 신뢰의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외견상 같은 행위의 결과와 책임을 놓고도 생명과 가정을 선택하는 젊은이가 있고, 당장의 부담을 회피하려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상대에게 강요하는 젊은이도 있지 않은가. 젊은이들이 머나먼 TV 속 유명인과 실체 없는 익명인 말고, 자신과 곁에 있는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신앙과 양심 안에서 주관을 정립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 김은영(TV칼럼니스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경향잡지 기자를 거쳐 미디어부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한다. 2008년 <매거진T> 비평 공모전에 당선된 뒤 <무비위크>, <10아시아> 등에 TV 비평을 썼고, 2011년에 단행본 <예능은 힘이 세다>를 냈다.
 
[가톨릭신문, 2014년 3월 30일,
김은영(TV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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