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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동학대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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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27 ㅣ No.1264

[경향 돋보기 - 인간에 대한 인간의 횡포, 아동학대] 아동학대의 이해



2013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경북 칠곡에서 일어난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기억하는가? 아이를 세탁기에 넣은 채 돌리고 이틀 동안 굶기거나 대소변이 묻은 휴지를 먹이는 등 계모의 행동은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계기로 다음 사건을 예방하고자 하나 안타깝게도 아동학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5조 ‘보호자 등의 책무’ 3항은, “모든 국민은 아동의 권익과 안전을 존중하여야 하며, 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아동양육에 대한 책임이 당사자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우리 아이들의 권익과 안전을 존중하며 건강한 양육을 실천하고자 아동학대의 개념과 역사, 그 유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동학대의 개념

1962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 캠프는 아동학대를 “돌보는 사람에 의해 어린 아동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손상”이라고 보았으며, 매 맞는 아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을 언급하였다. 매 맞는 아이 증후군이란 부모들이 3세 이하 특히 1세 이하의 유아를 무분별하게 때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학대함으로써 일어나는 신체증세를 말한다. 캠프의 아동학대에 관한 정의는 아동학대의 가장 고전적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에서는 학대행위의 형태, 곧 학대의 유형, 가해자의 의도성 유무, 학대로 말미암은 손상 수준의 범위에 따라 협의와 광의의 개념으로 구분한다. 아동학대에 관한 협의의 정의는 아동학대를 주로 신체적 학대에 한정하여 설명한다. 따라서 캠프의 정의는 아동학대에 관한 협의의 정의에 해당한다. 그 반면, 광의의 정의에서는 아동학대를 아동 발달상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아동의 욕구충족에 실패한 환경으로 취급함으로써 적극적인 학대행위뿐 아니라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태도, 거부, 방임까지 포함한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 정신적 ·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제3조 7호).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학대를 아동의 복지나 아동의 잠정적 발달을 위협하는 더 넓은 범위의 행동으로 확대하여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와 방임,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와 환경,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 보호에 이르는 매우 포괄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아동학대의 역사

아동학대는 어느 시대나 존재해 왔다. 아동에 대한 취급은 아동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중세에는 아동기에 대한 정의도, 아동기와 성인기를 구별하는 낱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아동은 일반적으로 엄격하고 잔인한 훈련과 지도를 해야 하는 어른과 같은 아동으로 여겨졌다.

초기 로마 법률은 자녀의 삶과 죽음에 관한 절대적 권리를 부모에게 주었다. 그리스도교는 영아살해를 없애고자 노력하였고, 4세기 로마 정부는 영아살해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영아살해는 불법임에도 19세기까지 여전히 계속되었다.

유기(abandonment)는 원치 않는 아이를 제거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중세에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아동의 처벌은 엄격하고 잔인하였는데, 이 준엄한 훈육의 목적은 아동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려는 것이었다. 프로테스탄트 종교 개혁자인 칼뱅의 추종자들은 타고난 악성을 몰아내려고 불량한 아동에게 매질해야 한다고 믿었다.

아동에 대한 태도는 18세기에 들어와 변하게 되었다. 루소 같은 철학자는 판에 박힌 육체적 처벌과 신체적 학대는 야비한 성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중엽인 산업혁명기에는 저임금 착취 공장의 소유주들이 노동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법이 없음을 악용하였다. 곧, 극단적으로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을 통해 다량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했던 것이다. 많은 부모 또한 자녀를 재산으로 여겨 값싼 노동의 길로 내몰았다.

마침내 영국에서는 1878년 고용인의 나이를 10세로 하고, 10-14세 사이 아동의 격일제 작업을 금하였으며, 식사와 휴식을 위해 2시간씩 쉬는 것을 포함하여 12시간 노동으로 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1836년 3개월 치 학교 수업료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던 15세 이하 아동고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6년 아동노동법규를 공포 시행하여 인도적 원칙에 따라 아동의 노동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였다.

아동을 학대에서 보호하는 것은 1875년 미국 아동학대예방협회의 설립으로 한층 더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협회를 설립한 사람은 1866년 미국 동물학대예방협회를 설립했던 사람이다. 아동보호가 동물보호보다 거의 10년이나 늦게 시작된 것은 참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동학대가 공식적으로 사회적 관심거리가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이다. 곧, 1924년 ‘아동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과 1959년 국제연합(UN) 총회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언’,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학대로 말미암아 병들어가는 아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광범위한 사회조사와 원인분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캠프는 미국 소아과 학술회의에서 아동학대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1979년 세계 아동의 해는 각 나라 사정에 맞게끔 아동을 위한 제반 사업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권리의 국제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 아동의 권리를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으로 분류하였다.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아동의 양육과 발달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부모에게 있음을 원칙으로 하였다. 또한 아동이 권리를 행사할 때에도 부모는 아동의 능력발달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감독과 지도를 할 책임과 권리, 그리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협약으로, 모든 회원국의 자국법에 근거가 되었다. 1990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아동을 위한 세계정상회의가 개최되었고, 2000년 세계여성정상기금에서는 해마다 11월 19일을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하여 아동학대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아동학대

우리나라에서는 아동학대를 묵인하거나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부모에 대한 효도가 강조되어 아동에 대한 부모의 처벌은 훈육과 징계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가부장적인 대가족 문화의 특징으로 가정에서 일어난 자녀양육에 대한 모든 결정권이 가장에게 있으므로, 자녀를 때리거나 불성실하게 양육하더라도 가정 내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 공개되지 않았다.

1979년 세계 아동의 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1998년 시행된 가정폭력법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에 대한 항목이 명시되었다. 이후 2000년 전면 개정된 아동복지법을 토대로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본격적인 국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긴급전화가 설치 운영되었고, 학대 신고, 응급조치, 보호처분, 친권 제한과 상실 청구 등의 제도가 법제화되거나 강화되었다. 그러나 다원적인 신고 체계와 신고 의무의 비강제성, 신고 인식의 부재와 신고자 신변보호 미흡, 저조한 신고율 등의 한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아동학대의 유형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적 학대, 방임으로 구분된다.

신체학대 :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신체적 손상을 입히거나 신체적 손상을 입도록 허용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포함된다.

손과 발 등으로 때리거나 꼬집고 물어뜯는 행위, 조르고 비트는 행위, 할퀴는 행위 등 직접 신체에 가해지는 행위, 흉기와 뾰족한 도구로 찌르는 등 도구를 사용해 신체를 가해하는 행위, 화학물질 등 신체에 해로운 물질로 신체에 가해지는 행위, 강하게 흔들거나 신체 부위를 묶는 등 완력을 사용하여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 등.

아동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나 화상, 절상이 있으며 어른들을 피하고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부모나 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위험에 대해 지속해서 경계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도 잘 살펴봐야 한다.

정서학대 :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다른 가학적인 행위를 말하며 언어적, 정신적, 심리적 학대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포함된다.

거부적, 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을 비롯하여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발가벗겨 내쫓는 행위,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하고 차별하고 편애하는 행위, 가족 내에서 왕따를 시키는 행위,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게 하는 행위, 아동을 시설 등에 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짐을 싸서 쫓아내는 행위,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데리고 다니는 행위, 아동의 정서 발달과 연령상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강요하는 행위,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

정서학대를 당한 아동의 경우 성장장애, 신체발달 저하, 언어장애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아동이 특정 물건을 계속 빨고 있거나 물어뜯는다든지 반사회적 행동, 수면장애, 정신 신경성 반응, 과잉행동 등이 나타나면 잘 살펴봐야 한다.

성적 학대 :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자신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행해지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포함된다.

옷을 벗기거나 벗겨서 관찰하는 등의 관음적 행위, 성관계나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아동을 관찰하거나 아동에게 성적인 노출을 하는 행위(나체, 자위행위, 성기 노출과 그러한 강요 등), 구강, 성기, 항문, 기타 신체 부위 등 아동을 성적으로 추행하는 행위, 아동에게 유사 성행위를 하는 행위, 성교하는 행위, 성매매를 시키거나 성매매를 매개하는 행위 등.

걷거나 앉는 데 어려움이 있고 찢어지거나 피로 얼룩진 속옷이 보이며 위축되거나 유아적 행동이 나타나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기괴하고 미묘한 성적 행동과 관련된 지식이 많으며 주변에 친한 친구가 없어도 잘 살펴봐야 한다.

방임 :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하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방임에는 물리적 방임, 교육적 방임, 의료적 방임이 있다. 물리적 방임에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포함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에 아동을 내버려두는 것,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것, 보호자가 아동을 시설 근처에 두고 사라지는 것이나 가정에 두고 가출하는 것, 보호자가 친족에게 연락하지 않고 무작정 아동을 친족 집 근처에 두고 사라지는 것 등.

교육적 방임은 보호자가 아동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아동의 무단결석을 내버려두는 것을 말한다.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은 의료적 방임에 해당한다. 유기란 보호자가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행위를 말하는데,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것, 아동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사라지는 것, 시설 근처에 버리고 가는 것 등이 포함된다.

다음과 같은 현상이 보이면 알맞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속적인 배고픔, 열악한 위생상태, 계절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옷차림, 의학적 치료와 치과 치료의 소홀, 지속적인 피로, 불안정감, 수업 중 조는 태도, 음식을 구걸하거나 훔치는 것, 비행 또는 도둑질, 학교에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것, 장기간에 걸친 감독 소홀, 위험한 행동에 대한 감독 소홀 등.

부모들은 심한 체벌로 말미암은 심각한 손상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면서 정서적인 괴롭힘이나 엄격한 훈육도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자.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하여 차별하고 편애하는 것, 아동을 시설 따위에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쉽게 하는 행동이 아닌가?

먼저 우리 자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학대를 가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학대를 받는 것은 아닌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권익과 안전을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양육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 박지선 - 부산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서울병원과 건국대학교병원의 임상심리전문가로 지냈으며, 전진상 영성심리상담소 상담원으로도 활동했다.

[경향잡지, 2015년 9월호,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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