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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제주교구 성지순례길과 올레길: 제주의 비경과 함께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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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1-20 ㅣ No.977

[순례의 길 떠날 때] 제주교구 성지순례길과 올레길

제주의 비경과 함께 걷는 길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생물권 보전지역(2002년), 세계 자연유산(2007년), 세계 지질공원(2010년)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하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여 11월 11일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제주도는 ‘인간과 자연, 문화가 밀접하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에도 성지와 순례지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2박 3일 일정

제주는 관광지라 성지순례와 관광을 함께할 수 있는 2박 3일의 일정을 소개한다.

첫째 날 : 제주의 서쪽으로 중앙주교좌성당 → 관덕정 → 납읍 난대림 지대 → 새미 은총의 동산 → 조수공소 → 수월봉 → 고산리 선사유적지 → 용수성지 → 월령 선인장 자생지 → 한림성당을 도는 일정이다.

1899년 4월 22일 제주에 처음으로 설립된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성당 옆에는 신축교안(1901년) 때 300여 명의 교민과 양민들이 희생된 관덕정(보물 제322호)이 자리 잡고 있다.

성 이시돌 목장으로 널리 알려진 ‘새미 은총의 동산’은 1950년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되어 한라산 기슭에서 목장을 일구며 하느님 사랑을 실천해 온 아일랜드 출신 임피제 신부의 땀과 기도로 이루어진 곳이다. 삼위일체대성당, 실물 크기로 제작한 예수님의 생애와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호수와 부속시설로 성 이시돌 회관 등이 있다.

용수성지는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 김가항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가 ‘라파엘호’를 타고 귀국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가 표착한 곳이다. 표착기념관과 첫 미사 봉헌 기념성당이 있고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라파엘호’를 복원, 전시하고 있다.

둘째 날 : 제주의 남쪽을 훑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 연동성당에서 출발해 추사 김정희 유배지 → 대정성지 → 마라도 → 모슬포성당 → 용머리해안 → 주상절리대 → 돔베낭골 → 외돌개 → 서귀포성당 → 쇠소깍을 돌아본다.

대정성지는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1773-1838년)의 묘가 있는 곳이다. 남편인 황사영 알렉시오가 백서사건으로 순교하면서 정난주는 제주목 대정현으로 유배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37년 동안 신앙을 지키며 노비로 살다가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 신앙의 얼을 기리고자 1994년 9월 25일 성역화사업을 완공하고 성지로 선포하였다.

모슬포성당(1958년 6월 29일 설립)에는 한국전쟁 당시 대정 송악산 일대에 수용되었던 중공군 포로들이 소 설리반 신부에게 청원하여 보속의 표지로 지은 ‘사랑의 집’이라는 유적이 있다.

셋째 날 : 제주의 동쪽을 보는 일정으로 황사평성지에서 시작해 별도봉 → 조천성당 → 조천포구 →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현양비 → 해녀박물관 → 성산포성당 → 우도 → 성산일출봉 → 섭지코지 → 돌문화공원 → 4·3평화공원 → 절물휴양림을 지난다.

황사평성지는 이재수의 난, 제주민란으로도 불리는 신축교안 때 희생된 신자들이 묻혀있는 땅이다. 이곳에는 제주교구 초대 주교이며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미국인 현 하롤드 대주교(1909-1976년)와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제주시 한림읍 출신 임승필 요셉 신부(1950-2003년)가 잠들어 있다.

제주로 유배된 정난주 마리아가 걸었던 별도봉 산길을 걸어 경관 좋은 조천성당과 조천포구를 지나면 함덕중학교 바로 옆에 제주의 첫 신자이자 첫 순교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의 순교현양비가 있다.

조천읍 함덕리에서 출생한 김기량은 1857년 모슬포로 가다가 난파되어 중국에서 세례를 받았다. 1858년 귀국한 김기량은 배티교우촌에서 페롱, 최양업 신부와 상봉하고 조천포구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1866년 예비신자들의 여비를 마련하고자 통영으로 나갔다가 체포되어 다음 해 1월 통영옥에서 순교,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에 선정되어 시복을 기다리고 있다.

1973년 설립된 성산포성당은 제주교구에서 대지 면적이 가장 넓다(약 8천 평). 성당 마당에 연못이 있고 기도할 수 있는 매괴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도보성지순례 코스

제주교구 성지를 도보로 순례한다면 어디로 가면 될까? 다섯 개 코스로 구상해 보았다. 이 코스들은 아직 제주교구의 인준을 받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추천할 뿐이다.

① 빛의 길(14.8km)은 제주 천주교 여명의 길로 대정성지에서 추사 김정희 유배지와 모슬포 제1훈련소 자리를 지나 모슬포성당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길(7km)과 고산성당에서 자구내 포구와 고산리 선사유적지, 절부암, 용수포구를 거쳐 용수성지에 이르는 두 번째 길(7.8km)을 포함한다.

② 영광의 길(7.7km)은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자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길이다. 함덕의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현양비에서 함덕 · 신흥 · 조천 포구를 지나 조천성당에 이르는 길이다.

③ 고통의 길(10.8km)은 신축교안 희생자의 길이라 할 수 있다. 황사평성지에서 화북포구, 화북진성, 곤을동, 별도천, 별도봉, 김만덕 묘, 관덕정을 거쳐 중앙주교좌성당에서 끝을 맺는다.

④ 환희의 길(10.6km)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서귀포 순례길이다. 서귀포성당을 출발하여 천지연 윗길 산책로, 칠십리공원, 하논성당 터, 봉림사, 하논 생태길, 흙담 소나무길, 후박나무 가로수길, 홍로현 현청길, 지장샘, 면형의 집, 서귀복자성당, 서귀복자성당 터(서귀포 6월 항쟁 기념비), 이중섭거리를 지나 서귀포성당에 도착한다.

⑤ 은총의 길(18.2km)은 하느님 은총에 감사하며 걷는 길이다. 새미 은총의 동산부터 금악성당, 클라라 수녀원, 금악마을(벵디 못), 저지마을(문화예술인 마을, 현대미술관), 조수공소를 돌아 신창성당까지 걷는 길이다.


올레길 코스에서 만나는 성지, 성당(☎ 064- )

1코스 : 성산포성당(782-0500)
1-1코스 : 우도공소(783-0631)
4코스 : 표선성당(787-0173)
5코스 : 남원성당(764-6300)
6코스 : 효돈성당(767-2355), 서귀포성당(762-3444)
8코스 : 중문성당(738-6123)
10코스 : 모슬포성당(794-2074), 화순공소(794-0483)
11코스 : 대정성지(모슬포성당)
12코스 : 고산성당(773-2004), 용수성지(772-1252)
13코스 : 신창성당(773-1044)
14코스 : 한림성당(796-4044)
17코스 : 중앙주교좌성당(753-2271), 서문성당(753-2979)
18코스 : 화북성당 (756-6004), 조천성당(784-6173), 황사평성지(제주교구청 751-0145),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현양비(조천성당)
18-1코스 : 추자공소(742-3777), 황경한 묘(황사영 알렉시오와 정난주 마리아의 아들)

* 이창준 시몬 - 제주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총무, 용수성지운영위원회 총무, 가톨릭신문 제주지사장이다. 2004년부터 제주성지를 60여 회 안내했다.

[경향잡지, 2011년 11월호, 글 · 사진 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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