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환경칼럼: 생태적 회심을 살아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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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2-27 ㅣ No.1913

[환경칼럼] 생태적 회심을 살아가는 기쁨

 

 

구약성경 창세기를 열면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세상 모든 것을 지으시고 보기 좋다고 하시며 인간에게 맡기시는 장면이 장엄하면서도 친밀감 있게 펼쳐집니다.

 

한국씨엘씨(CLC) 공동체는 해마다 새해를 여는 연례 피정 안에서 하느님께 받은 이 세상이 얼마나 조화로운 사랑의 선물인지 새롭게 발견하고, 하느님의 피조물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그 과정 안에서 고민 없이 소비하고 편리함을 추구했던 우리의 태도가 아름다운 세상을 이토록 파괴하였음을 성찰하게 되었기에, 팀의 활동 목적을 ‘생태적인 삶의 방식을 통하여 깨어진 세상과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한다.’로 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연 질서를 존중하는 삶이 우리 일상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도록 변화시킨 사례를 나눠봅니다.

 

첫째, 나날이 병들어가는 우리 밥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고 텃밭을 가꾸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을 공장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만드는 것은 놀라운 체험이었습니다.

 

대자연이 우리를 품어 회복시켜주는 것을 깨달으며 가공식품에 길든 CLC희망학교 청소년들에게 생태 체험의 장을 열어주고, 된장 가르기, 쑥개떡 만들기, 열무 씨뿌리기, 알밤 줍기를 하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은 즐겁고 가슴 벅찼습니다.

 

둘째, 나날이 심화하는 기후 재난과 바다에 쌓여가는 쓰레기 섬, 플라스틱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생물들! 이에 플라스틱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무국 공간에 작은 리필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친환경 세제류와 비누, 샴푸바(고체 샴푸)를 만들고, 미세 플라스틱이 생기지 않는 삼베 실로 수세미를 뜨면서 겨자씨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셋째, 멀쩡한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아나바다 운동과 바자를 열었습니다.

 

쓰지 않는 물품 사진을 찍어 CLC의 온라인 마켓방에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고, 물건을 사기 전에도 ‘이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올리면 놀랍게도 ‘여기 있어요.’ 하며 기부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두 번의 바자를 열었고, 그 기회로 가전과 생활용품, 의류, 서적과 성물 등 수많은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 다시 쓰이게 된데다, 수익금은 희망학교에 기부하니 모두가 잔치의 주인으로서 즐겁고 뿌듯하였습니다.

 

리필 코너와 아나바다는 본당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꼭 용기 내어 보세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받으소서>에서 말씀하시듯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받아들이면 우리는 절제할 수 있고, 행동으로 연대할 수 있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저희의 여정에 동반하시며 꿈과 지혜를 담아주신 하느님, 길이 찬미 받으소서.

 

* 한국씨엘씨(CLC, Christian Life Community)는 예수회 창립자 성 이냐시오의 영성을 따르는 국제 가톨릭 평신도 공동체입니다.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서울주보 6면, 이명자 데레사(한국CLC 생명살리기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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