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강론자료

새해 첫날-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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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8-12-31 ㅣ No.13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민수기 6,22-27    갈라디아서 4,4-7    루가 2,16-21

     1999. 1. 1.

 

오늘은 새해 첫날입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잠을 깨면서 세상 무엇이 달라졌는지 찾아보신 분 있으십니까?  어릴 적에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진짜로 눈썹이 하룻밤 새에 하얘졌는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이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으면서 거울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좀 더 나이를 먹고 나서야 왜 어른들이 그런 말씀을 하셔서 졸린 눈을 비비면서 새해를 맞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것은 준비하는 마음자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잠자면서 맞는 새해보다는 뭔가 다짐을 하고 준비하면서 맞는 시간이 좀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어릴 때는 그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아들으니까 좀 더 다행이긴 합니다.

 

오늘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 우리가 갖는 마음에 따라서 올 한해 우리가 할 일,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환경이야 별로 달라지는 것 없겠지만, 같은 환경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달라져야만 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기계화로 바뀌어가면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하게 되던 때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일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나씩 둘씩 하는 것보다는 기계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하게 되면 일의 결과가 더 나을 수 있고, 그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확실히 일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데에 저도 생각을 같이 합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저와 생각이 같으신 분이 있다면, 새해 첫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밤중에 눈을 뜨고 텔레비전을 통해서 제야의 종을 치는 모습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생각하고 다짐한 일들이 올 한해에는 꼭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도한 욕심을 갖는 것은 별로 권할 바 없지만, 인간의 힘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면 하느님의 힘도 청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탄 대축일로부터 8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는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라서 이름을 짓는 할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 번째 독서에는 새해 첫날의 인사에 해당하는 말씀을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선언하시고 있으며, 두 번째 독서에는 하느님의 자비로 우리가 그 분의 자녀가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의 생활에 있어서 늘 처음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사장의 첫 삽을 뜨거나, 건물을 다 지어놓고 난 다음에 첫 걸음에는 입주식이라든가 테이프 절단예식을 거행합니다.  그렇게 거창하게 하는 행사도 두 번째 이후에는 다시 반복하지 않습니다.  일의 진척도를 봐서는 오히려 처음보다 나중이 더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듣는 성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자세로 대해야 옳은지를 말씀하시기에 더 그렇습니다.

 

성탄 8일째 되는 축제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1999년의 첫 날, 한국교회를 성모님께 봉헌한 축제를 삼아 기억하는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이 오늘 기억하는 일들입니다. 전례를 통해서 이렇게 기억하는 일들 외에도 우리가 준비해야할 일들은 더 많을 것입니다.  지금 새해 첫 미사를 봉헌하는 이곳의 필요도 하느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는 참으로 우리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에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우리가 받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이곳에 함께 있지 아니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영역에 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올바른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충분히 그것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우리도 오늘부터 새로운 한해를 맞습니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준비해 왔던 마지막 3년째 성부의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성부의 해가 참된 의미가 있으려면 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렵사리 맞이한 올 한해가 끝 날 때쯤에는 전혀 다른 계산법에 의한 시대가 시작될 지도 모릅니다.

 

묵은해는 역사의 뒤편으로 고이 보내고 우리 앞에는 새로운 한 해가 펼쳐집니다.  누구에게나 오는 새해이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새해는 아닙니다.  누구나 아침은 다 맞이합니다만  어제와 똑같은 아침은 누구에게도 없는 법입니다.  그것은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이 보내주시는 특별한 사랑의 마음을 받아들인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약속해 주시는 유산을 받을 자격을 갖춘 상속자로서 이 한해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생활해가며 어떻게 끝을 맞이할 것인가에 따라서 우리가 맺을 1999년의 열매는 서로 다른 모양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 한해를 보내게 될 연말(年末)을 맞이하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모양들입니다.

 

여러 가지 마음에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을 1999년에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우리자신과 가족과 이웃에 비는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평화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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