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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한국 교회의 단체: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리 더나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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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21 ㅣ No.1607

[한국 교회의 단체 · 7]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리 더나은세상

 

 

탄생 배경과 창립 : 교회사적 맥락에서의 의미

 

가톨릭교회 신자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교리’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 일부 신자들은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일부 신자들은 큰 관심도 없고, 또 어떤 신자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 기반으로 이해하여 불편해하기도 한다.

 

사회교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한다. 따라서 세상의 문제에 눈을 감는 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복음에 근거한 질서가 세상에 자리 잡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도 있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상실한 ‘근대 유럽’에서는 중세 시대처럼 교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막고자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웠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놓치면 마치 교회는 세상의 일, 특히 정치에는 관심을 가지면 안 되고 그저 신자들은 자신의 구원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오해한다.

 

사회교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1) 그렇기에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신자들이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위해 애쓰며 살아야 하는지 그 방향과 활동 기준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교리의 원천은 성경, 교회의 교부들과 대(大)신학자들의 가르침, 교도권 특히 최근 교황들의 교도권이다.2)

 

세계 교회 역사에서 보면, 유럽 사회가 급변하고 많은 젊은이가 교회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1891년에 교황 레오 13세가 반포한 회칙 「노동 헌장(Rerum Novarum)」을 사회교리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 이전에는 교회가 항상 사회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갖고 여러 문제에 대해 가르쳐 왔으나, 이 시점부터는 교황의 회칙, 사도적 서한, 교황청 발표 문헌,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문헌 등을 통해 사회적 가르침을 선포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일반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사회교리학교’를 만든 것은 서울대교구가 처음이다. 당시 신문기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위원회(위원장 최창무 주교)는 「평신도의 사회교리 실천」을 주제로 지난해 9월에 개최된 바 있는 제1회 아시아 평신도 회의의 후속 조처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10주간의 사회교리학교를 개설하기로 했다.

 

10월 9일부터 12월 11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총 10주간에 걸쳐 명동 성당 문화관에서 개설되는 사회교리학교는 가톨릭 사회교리의 반포 배경 설명과 함께 역대 교황들의 사회 회칙 해설 등에 대해 강좌가 마련된다.

 

서울대교구가 이번 사회교리학교를 개설키로 한 것은 가톨릭교회의 본질적 요소인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사회교리를 통한 사회 복음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교회 최초의 본격적인 사회교리 강좌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회교리학교는 성직자와 수도자, 본당 사목위원, 교구 제 단체 임원, 사회사목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개설되며 최창무 주교의 개강 미사를 시작으로 가톨릭 사회교리의 반포 배경 설명과 역대 교황들의 사회 회칙 해설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강의가 진행된다.3)

 

이렇게 출범한 사회교리학교는 250여 명의 성직자 · 수도자 · 평신도들이 참여하였고, 이후 사회 회칙을 공부하는 1단계(입문 10주) 이후 1996년 사회교리 기본 정신과 원리를 공부하는 2단계(원리 10주) 과정을 만들었고, 1998년 1월에 실천을 모색하는 3단계(6주 강의와 1박 2일 연수) 과정을 만들어 그해 3월에 처음으로 수도자 3명과 평신도 38명 등 모두 41명의 수료자를 배출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3단계의 교육 과정이 정착4)되었고, 사회교리학교 총동문회(이하 총동문회)가 시작되었다.

 

총동문회는 동문들의 친목을 도모할 뿐 아니라 사회교리학교 발전과 사회교리의 확산을 위한 노력을 목적으로 사회교리 연구·교안 작업 등을 시작하였으며, 1999년 회칙 제정과 조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수료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으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5) 이후 총동문회는 교구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2011년 5월 20일 자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로 인준되었으며, 2016년 8월에 단체 명칭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리 더나은세상’(이하 ‘더나은세상’)으로 변경하였다. ‘더나은세상’이라는 이름은 세상 안에서의 실천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183항)과 회칙 「찬미 받으소서」(194항, 231항)에서 따왔다.6)

 

 

현재 활동 : 현재 세상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응답

 

회칙에 따르면 ‘더나은세상’은 사회교리학교의 발전과, 사회교리의 연구 ·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이다.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 정규 전(全) 과정을 졸업한 동문이어야 공동체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졸업생이 자동적으로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 목적에 동의한 사람만이 가입 신청으로 회원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교육 과정을 마치는 수료식에서 졸업생들에게 ‘더나은세상’을 소개하고 입회를 받는다. 사회교리학교 졸업생 중에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정회원이 아니라 준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는 회비 부담과 선거권 · 피선거권의 유무이다.

 

‘더나은세상’의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는 총회이다. 여기서 모든 활동에 대해 보고하고 향후 계획을 의결한다. 회장과 감사도 선출한다. 회장은 부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을 구성하며 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감사는 공동체 활동 전반에 대해 살피고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더나은세상’이 실행하는 다양한 활동은 수시로 모이는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운영위원회 구성원은 선출되거나 임명된 회원들이 아니라, 당일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위원 자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와 차이가 있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누구나 참여만 하면 활동할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 이는 특히 신입회원들에게 활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더나은세상’ 회원들은 개인이 하는 실천사항과 공동체 실천사항을 정하고, 이를 살기 위해 애쓴다. 개인 실천사항은 세부적으로 가정에서 할 실천과 사회에서 실천할 일로 나누어진다. 먼저 가정에서는 세대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을 지향하며, 일상에서 자율성·자기 결정권 · 공동체성을 키울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또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UN인권헌장)을 가족이 함께 공부하고, 생태보전 · 인권 관련 행사 정보를 공유하여 가족이 함께 참여하도록 노력한다. 이와 더불어 각 회원은 사회 현안별 사회교리 문헌을 학습하고, 생명윤리, 노동권 관련 활동 정보를 공유하며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한다.7)

 

한편 공동체 실천사항은 ‘더나은세상’의 구체적 활동으로 드러난다. 이들의 활동은 크게 3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먼저 사회교리 문헌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교회에 봉사하는 활동이다. 회원들은 지속적으로 교회 문헌을 함께 읽고 연구하여 이를 자신들의 언어로 소화하여 동료 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한다. 사회교리에 직접 관련된 문헌뿐 아니라 오늘날 교회에 가장 근간이 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평신도 교령」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대표적으로 연구한 문헌들이다. 이 같은 문헌 연구와 더불어 ‘더나은세상’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정평위가 주관하는 강연 ‘교회와 세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들으며,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자체 회원들이 실행하는 특강과 각자가 체험한 활동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 같은 사회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각종 시민사회와 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회원들이 각자 개인적 관심에 따라 연대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더나은세상’ 이름으로 외부 단체와 연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는 회장이 외부 단체들과의 연대 회의에 참석한 뒤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참여를 결정한다. 그중 최근에 이루어진 대표적 활동으로는 탈핵 · 탈석탄 · 탈송전탑 희망 국토 도보 순례 연대와 기후 정의 행진이 있다. 이외에도 이주 노동자와 난민의 인권, 반전 및 한반도 평화 등 인권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연대한다.8) 또한 교구가 주관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매월 마지막 목요일 명동 성당)를 비롯하여 노동사목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주관하는 사회적 문제를 위한 미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더나은세상’의 세 번째 활동 축은 교구의 정평위를 지원하며 함께하는 활동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이 단체의 모태인 사회교리학교가 잘 운영되도록 기본 과정을 안내 봉사하며, 응용 과정 수료식도 함께 준비하고 지원한다. 또 정평위 주관의 ‘인권생명평화기행’과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 및 소성리 한반도 평화미사 등 각종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이 밖에 회원들의 친목과 일치를 위해 일종의 피정인 ‘힐링 캠프’와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라는 야외 행사를 함으로써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앞으로의 전망 :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나아갈 방향

 

1998년 자신들이 공부한 사회교리를 실천하고 교회 안에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자 했던 ‘사회교리학교 총동문회’는 2016년에 이름을 ‘더나은세상’으로 바꾸면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살아가는 ‘더나은세상’에 어려움을 주었다. 교회 안에서 여전한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 부족도 회원들에게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나은세상’은 무엇보다도 교회 안에 사회교리가 잘 알려지는 활동을 지향한다. 사회교리의 내용은 실제로는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 시대 그리스도인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주제이기에 많은 동료 신자들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이를 위해 연구 모임팀을 중심으로 신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회교리 교재를 만들고 있다. 본당에서 견진 교리 과정을 사회교리로 할 때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본당에서 사회교리와 기후 행동에 관해 설명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동료 신자들의 호응이 좋은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기에, 여기에 활용할 수 있는 ‘사회교리 10문 10답 카드뉴스’도 만들고 있다.

 

‘더나은세상’은 이와 더불어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외부 연대 활동도 계속 중요하게 여기며 할 것이다. 이 같은 연대 활동은 단지 다른 단체와 힘을 모으는 활동이 아니라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 원인으로 인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의의 사람들과 연대는 필연적이며, 이는 공동선을 이루는 교회의 사명과도 직결된다.

 

‘더나은세상’ 회원들은 신자들이 왜 사회교리를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교리는 세상 속에서 나와 하느님, 나와 이웃, 인간과 다른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해주는 창과 같은 존재입니다.”

 

“사회교리는 지킬 계명인 십계명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비추어 이해하고 살아갈 길을 알려줍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이웃과의 관계뿐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갈 수 있습니다. 사회교리를 포기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지혜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9)

 

이들은 많은 신앙인이 ‘나만의 신앙’이 아닌 ‘하느님 때문에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는 신앙’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하며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

 

1) 「가톨릭 사회 교리」, 『한국가톨릭대사전』 1, 149쪽.

2) 같은 책, 같은 쪽 참조.

3) 『가톨릭 신문』 제1970호, 1995년 9월 17일, 2면.

4) 사회교리학교 교육 과정은 몇 차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홈페이지(https://catholicjp.or.kr/edu_historys) 참조. 또한 사회교리학교는 출범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가 주관하다가 교구의 구조 개편에 따라 사회사목국이 주관을 하고, 이후 다시 사회사목국 산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지속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5) 사회교리학교는 수원 · 인천 · 대전교구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동문회를 조직한 공동체는 서울대교구 ‘더나은세상’이 유일하다.

6) 단체 이름 변경 이후 『가톨릭신문』(제3023호, 2016년 12월 11일, 21면)이 단체의 성격과 활동을 기사로 소개한 바가 있다.

7) 더 구체적인 내용은 ‘더나은세상’ 홈페이지 참조(https://catholicjp.or.kr/ABW_Action).

8) 구체적 내용은 홈페이지에 있는 총회 회의록 참조(https://catholicjp.or.kr/ABW_notice).

9) 『가톨릭 신문』 제3023호, 2016년 12월 11일, 21면.

 

[교회와 역사, 2023년 10월호, 현재우 에드몬드(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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