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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영화 파이브 피트 - 악수하고 포옹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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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9 ㅣ No.1292

[영화칼럼] 영화 ‘파이브 피트(Five Feet Apart)’ - 2019년 감독 저스틴 밸도니


악수하고 포옹합시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이 자연스럽습니다. 정부도, 언론도, 전문가도, 사람들도 코로나19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한 공간에서 서로 일정하게 물리적 거리를 둔다.’는 뜻으로 말합니다. 신조어는 그렇게 일상어가 되고, 표준어가 됩니다. 그래도 ‘사회적’이라는 말이 가진 다의성(多義性), 언어가 사고와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꺼림칙합니다. 인간이 ‘사회적’인 이유는 같은 공간에 어울려 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에는 물리적 공간과 함께 심리적, 감정적, 의식적 공간도 있습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사회적’이란 기호(언어)를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924년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도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ing)’를 개인과 개인, 집단 간의 관계를 특정 짓는 친밀도의 개념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물리적 거리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때문에 사회적 거리는 개인은 물론 인종, 계급, 국가, 성별, 세대 간에도 가까울 수록 좋습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지금에는 더욱 그래야 할지 모릅니다. 생명의 터전인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인간들 사이에서만이 아닌 인간과 자연, 인간과 다른 동물의 ‘사회적 거리’까지 좁혀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만나기를 피하고,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말하지 않고, 손잡기를 주저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서로 얼싸안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몸이 닿을까 움츠러드는 접촉 혐오증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불가피하고 일시적이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고립과 경계, 불신과 배척이 진짜 ‘사회적 거리’를 얼마나 더 멀게 만들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위기를 통해 우리는 당연하게 여겼던 악수와 포옹, 입맞춤과 같은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접촉이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만나고 이야기해도 따뜻한 손길과 체온만큼 서로를 가깝게 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파이브 피트>에서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 분)와 B.세파시아에 감염된 윌(콜 스프로즈 분)은 온갖 안전장치를 동원해 감염 예방의 물리적 거리인 6피트를 5피트로 줄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사랑의 느낌을 몸으로 확인하고 싶은 두 사람은 죽음을 각오하고 손을 잡고, 포옹하고, 윌은 호수에 빠진 스텔라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까지 시도합니다. 철없는 아이들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선택, 어차피 시한부 생명이니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을 통해 <파이브 피트>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을 잔뜩 움츠린 우리에게 ‘따뜻한 작은 손길, 볼에 닿는 입술의 촉감이 기쁠 때는 하나로, 두려울 때는 용기로, 열정의 순간에는 짜릿한 사랑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킨십. 우리에게는 공기만큼이나 그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그 손길이 간절해지기 전까지는. 만지세요, 옆의 그 사람을. 인생은 낭비하기에 짧아요.” 스텔라와 윌의 말입니다. 비틀스의 존 레넌도 ‘사랑은 포옹, 포옹은 사랑(Love is touch, Touch is love)’이라고 노래했습니다.

 

[2022년 6월 19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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