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강론자료

연중 21 주일 가해

스크랩 인쇄

박성욱 [eliapark] 쪽지 캡슐

1999-08-22 ㅣ No.145

연중 제21주일(가해)

1999. 8. 22.(수색)

. 제1독서 : 이사야22,19-23./ . 제2독서 : 로마서11,33-36./ . 복음 : 마태오16,13-20.

 

지난 한주간은 매우 더웠습니다. 올 여름더위는 정말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지겹고 짜증스러웠던 더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갈 것 같습니다.

내일이 벌써 '처서(處暑)'이기 때문입니다.

처서는 '여름이 다 지나가서 더위가 가셨음'을 알려주는 절기입니다. 처서부터는 날씨가 선선해져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처서는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가을은, 봄에 뿌린 씨앗들이, 여름의 따가운 햇살아래 성숙되어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창조하신 대자연이 자신들의 결실을 맺는 이 가을은,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한 해 동안의 결실을 맺어가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하느님께서 당신의 창조하신 자연의 모습은, 때마다 우리에게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잘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내세울 수 있는, 또 맺어가야 할 올 한해 동안의 나의 결실이 있어야겠는데..., 올 한해 내가 맺어온 결실은 무엇입니까? 한해 동안 돈을 모아놓은 저금 통장..., 회사에서의 승진..., 성적이 조금 오른 통지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우리가 맺어왔고, 앞으로 더 영글게 하여 하느님께 바칠 우리의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들에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결실, 당신께 바칠 때 좋아하시는 열매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결실들이 바로 이런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것이라면, 그래서, 이런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게 되었음에 감사하는 사람들, 즉 부자들과 일등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라면, 그런 하느님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야훼 하느님은, 세상 모든 사물과 모든 인간들을 창조하시고 당신의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이시며, 특히 가난하고 소외당하며, 뭐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꼴찌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수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성적을 올리지 못한 학생들..., 그들은 올 한해 동안 눈으로 보이는 결실은 아무 것도 없고, 오히려 올 한해 동안 그 전보다 더 못하게 되었지만, 하느님은 보이지 않는 당신의 사랑의 씨앗을 그들에게도 예외 없이 심으셨고, 그들도 당신께서 바라시는 결실을 맺기를 바라십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당신께서 보시기에 좋은 그 결실이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우리가 맺어야할 결실은,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겉으로의 성장이나 성숙, 확장이나 풍요, 발전과 진보가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는, '눈으로는 보이지가 않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성숙과 확장'인 것입니다. 이러한 열매는 눈으로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또 통지표나 예금통장, 혹은 자격증 같이 우리의 외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표현되지 않지만, 우리의 실천을 통해서 점차 영글어 가며, 내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내 안의 진실한 결실인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이 질문은, 바로 당신께서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맺으셔야하는 열매가 얼마나 영글었는가를 중간평가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맺으셔야하는 열매란, 바로 이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맺으셔야 하는 이 열매는, 당신 혼자서도 맺을 수 있는 열매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열매를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글게 하고 맺어 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만큼 이 세상 모든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그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가 사람들 안에서 얼마나 영글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하고 물으십니다. 당신께서 베풀어주신 그 모든 기적과 가르침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똑같은 것이란 것을 안다면, 그들은 곧 예수님을 '그리스도', 즉 '구원자'요, '하느님과 같은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할 것이고..., 당신을 그렇게 믿고 고백한다면, 당신께서 이 세상에서 보이신 하느님의 그 사랑을 그들도 실천하게 되어, 그들 안에서 그리고 이 세상 전체에서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가 맺어질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알아내 온 예수님께 대한 평가는 너무도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러한 평가는 그들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평가였을 것입니다. 인간으로써 위대한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최고의 명예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평가는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기적의 외적인 신기함만 보고 내린 평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적이라는 겉으로의 신기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인간을 향한 사랑이 하느님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당신을 그리스도로 고백함으로써, 그들 안에서도 당신과 같은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당신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당신과 같은 사랑으로 모든 이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하느님의 평화를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님과 그리고 인간 모두가 이 땅에 맺어가야할 열매, 즉 '하느님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자들 자신에게 물으십니다. 당신과 생활을 같이 하며, 당신의 모든 말씀과 행동을 되새겼을 제자들에게는 이 열매가 과연 얼마나 영글었을까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셨습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모든 제자들을 대표한 베드로의 이 말은, 예수님의 기적과 모든 행동을 겉으로의 신기함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고, 자신도 그 같은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이 들어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영글게 하셔야할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가 당신과 함께 있는 제자들 안에서 점점 맺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십니다. 그리고는 이 제자들이 당신의 이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를 시대와 장소의 벽을 넘어, '교회'를 이루어, 이 열매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맺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씨앗을 뿌리고, 그 결실을 기다리며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그 씨앗을 키워 줄기가 자라게 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듯이, 인간에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인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게 하시고, 그분과 같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이 땅에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를 맺게 해주실 분은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을, 예수님은 우리에게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모여 이룬 이 교회의 사랑의 실천과 그로 인해 영글어 가는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는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으리라는 약속으로, 우리가 실망하지 않고 예수님과 같은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겉으로의 모습과 행동으로 판단하여 마술사나 점쟁이로 보지 않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로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우리가 겉으로의 실적에만 묶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어나가기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베드로의 고백을 우리의 입에서 그리고 삶에서 해 나갈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는 이 가을에 우리를 격려하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은 연중 제21주일입니다. 계절적으로 가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내가 맺어왔던, 그리고 맺으려고 했던 열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혹시 겉으로의 지위와 명예, 그리고 재물만을 나의 결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는지를..., 그리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우리가 맺어야할 열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맺어가기를 원하시는 결실은, 바로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함으로써, 그분의 사랑을 실천하고 그로써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당신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58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