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소심한 신앙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6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30) 소심한 신앙인

 

 

Q. 제 남편은 본래 소심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고 난 후 더 소심해졌습니다. 이것도 죄고, 저것도 죄가 된다면서 가리는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무엇을 하자고 해도 고해성사를 보기 싫다고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도 점점 떨어져 나가고 본인도 외로워합니다. 열심한 신앙인이 되려면 정말 남편처럼 소심하게 살아야 하나요? 

 

저는 남편과는 달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데, 그런 저를 보고 남편은 세속적이라고 핀잔을 주네요. 제가 믿음이 약한 것인지 남편이 답답한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A. 많은 분이 신앙에 입문한 후 마음이 소심해지는 것 같다고 고민을 하십니다. 고해성사를 안 보려고 이것저것 피하다 보니 대인관계가 소홀해져 간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아예 죄지을 것 다 짓고, 나이들어 힘 없을 때 세례받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본래 신앙생활은 신앙인을 대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성경에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또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신 것,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 이유는 제자들을 대범한 사람들로 만드시려는 의도였습니다.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제자들은 아주 심한 소심증에 걸려 다락방에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주님께 대한 심한 죄책감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하신 첫 번째 말씀은 ‘평안’이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소심하지 말고 살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이런 격려로 소심증을 치유한 제자들은 팔레스티나 지역은 물론 멀리 인도까지 목숨을 걸고 선교에 나설 정도로 대범한 사도들이 됐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대범한 사도들이 만든 교회입니다. 따라서 신앙생활을 하며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면 길을 잘못들은 것이니 자신의 신앙생활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도해도 소심한 마음이 든다면 신앙과는 별개로 소심증일 가능성이 있으니, 소심증에 대한 심리치료적 조언을 좀 해드릴까 합니다.

 

소심증의 첫 번째 특징은 실수한 기억, 실패한 기억만 골라서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 하더라도 잘 잊고 산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과거 일들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산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하느님이 사람에게 주신 은총입니다. 그런데 소심증인 사람들은 다른 것은 다 잊는데 자신이 실수하거나 실패한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소심한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 말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실패한 기억이 많으면 중추신경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설정되고 마음 안이 패배의식으로 가득하기에 그런 말들이 별로 약발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때는 마이너스 모드를 플러스(+) 모드로 바꾸기 위해 과거 기억 중에서 괜찮은 기억들을 상상하게 하고, 그때 감동을 다시 맛보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것을 ‘암시 효과’라고 하는데 마이너스 암시가 패인이 되듯, 플러스 암시는 사람을 사기충천하게 해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 받은 표창장이나 공로패들은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필요한 심리치료 도구인 셈입니다.

 

소심한 분들의 두 번째 특징은 모든 일을 너무 잘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무슨 일이든 잘하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잘하려는 마음은 불안감과 불안한 기대감을 동반하고, 그것이 심리적 균형을 잃게 하기에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평신도주일에 강론하는 신자 중에 평소와는 다르게 말을 더듬거리거나 틀리게 하는 것은 실수를 안 하려는 마음,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지나쳐 생기는 현상들입니다. 이분들은 바오로 사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아주 담대한 분, 스케일이 큰 분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그분이 자신이 아주 약한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2,1-5절에는 “사실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나는 약했으며, 두렵고 또 무척 떨렸습니다” 하는 고백이 기록돼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고백은 역설적 치료법입니다. 약한 나를 고백해야 긴장감이 풀리고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한 나를 하느님 앞에서 고백한다는 것은 운동선수들이 힘을 빼려고 노력하는 원리와 같은 것입니다. 마음이 소심한 분들, 하느님께서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그런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하느님 앞에서 드러내는 기도로 마음을 치유하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11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65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