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너무 자신감이 없어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6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32) 너무 자신감이 없어요

 

 

Q. 저는 본당에서 오랫동안 단체활동을 하며 봉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이제 단체장을 하라고 권유하는데 그런 소리를 듣기만 하면 한동안 숨어서 나오지를 못합니다. 자신감이 없고 감당하기 어려워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보고 숨어 사는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저는 마음이 맞는 사람, 얼굴이 친숙한 사람을 만날 때는 괜찮은데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특히 새로 오신 본당 신부님을 만나야 하는 자리가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지난번 본당 신부님이 저희 단체를 방문하셨는데 자꾸 가슴이 떨리고 땀이 나고 입이 마르고 손발이 떨려 아주 혼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본당 신부님 앞에서 실수를 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저의 이런 성격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청할 일이 생겨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대방이 알아서 해줄 때까지 그냥 속상한 채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돈도 많이 떼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제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A. 자매님은 성실하신 분인데 마음의 힘이 약하거나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나 봅니다. 자매님이 가진 문제는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고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적당한 시간에 혼자 '감정일기'를 쓰십시오. 감정일기란 마음이 불편했을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글로 적는 것입니다. 그때의 신체적 반응은 어땠고 마음 상태는 어떠했는지 아주 상세하게 적어보는 것입니다.

 

상담가에게 그 일지를 보여주고 교정을 받는 것이 좋으나, 상담가를 찾기 싫으시면 혼자 자신의 일지 내용을 보면서 자아와 대화를 나누셔도 좋습니다. 즉, 대부분 문제는 인지왜곡(지레짐작 · 심하게 자기 탓하기 · 강박적 의무감 · 흑백논리 · 극단적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런 불합리한 생각에 대해 천천히 자기 자신에게 반박논리를 펼치면서 그러한 인지왜곡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타인에게 민감한 분들은 윤리적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허덕이며 살게 되는데, 이런 때는 주위 다른 사람들 행동을 관찰하고 비교하면서 자신의 기준선을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신의 그런 상태를 친한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자기노출’이라고 하는데, 자아를 어둠 속에 두지 말고 밝은 곳으로 내놓아야 쓸데없는 정신적 곰팡이들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기노출은 자기주장, 의사소통 기술을 늘려주는 아주 중요한 수단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많이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들은 대개 ‘나만 그럴 것이다’고 생각해 심리적으로 더 소외되고 신경증적 증세가 깊어가게 마련인데, ‘남들도 다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면 증세가 완화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당 안에 사람이 적을 때 들어가서 십자가 주님만을 바라보면서 그분께 자매님의 마음을 봉헌하는 기도를 하십시오. 그리고 눈을 감고 주님께서 자매님을 가만히 안아주는 상상을 하십시오. 마치 아버지가 딸을 안아주듯 주님께서 안아주는 상상을 하면 마음 안의 팽팽한 긴장감이 풀려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힘이 들지 모르지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훈련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러 실수를 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된다, 혹은 실수하면 큰일 난다는 등 생각들이 잘못된 것임을 천천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하는 부탁을 마냥 들어주지 마시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훈련을 하십시오. 다른 사람 부탁을 거절해도 자매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도 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처음에는 의아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자매님에게 적응할 것입니다.

 

그런 훈련을 통해 마음의 힘이 어느 정도 생기면 전문 상담가에게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자매님과 비슷한 분들은 대개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손상을 당한 분들이 많습니다. 즉, 마음의 뿌리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니 전문가 도움을 받아 손상된 부분을 치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면서 자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25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62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