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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분심과 메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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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24 ㅣ No.1745

[빛과 소금] 분심과 메마름

 

 

지난주에 저희는 기도의 흐름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인 ‘분심’과 ‘메마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729항~2741항 참조)

 

우선, 분심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분심은 요즘 나의 ‘현재 상태’(나의 요즘 이슈, 관심사, 매여 있는 부분 등)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매우 중요한 표지입니다. 기도 중 분심은 왜 생길까요? 그것은, 우리가 기도하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면, 평소에 잘 감지될 수 없었던 마음 밑부분의 영역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심이 생길 때에는, 그것을 없애려 너무 애쓰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께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보여드리는 편이 더 좋습니다. 즉 ‘분심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제 마음이 요즘 이렇습니다.”

“주님, 제가 요즘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머무른다면, 어느새 이러한 분심들은 잦아들고 다시 평안함이 찾아올 것입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기도할 때의 메마름과 무미건조함입니다. 그동안 기도할 때마다 늘 뜨거워졌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는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정말이지, 생각도 기억도 느낌도 의욕도 없고, 영적인 감흥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마음의 메마름’에는 아주 중요한 영성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마음의 메마름은 우리에게, ‘기도는 감정 그 이상’임을 가르쳐 줍니다. 감격스럽고 마음이 뜨거울 때에는 누구나 기도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식었을 때에는 기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에는 감정이 아니라 ‘의지’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기도의 더 깊은 단계로 초대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부부들의 사랑이, 연애 때처럼 늘 뜨겁게 끝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언젠가 식게 되지만, 이 순간부터 부부는, 감정을 넘는 사랑, 더 깊은 사랑,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사랑이 ‘감정’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둘째로, 메마름은 우리에게, ‘기도는 선물 그 이상’임을 가르쳐 줍니다. 우선, 주님께 기도 안에서 선물(위로, 감격, 마음의 평화, 깨달음, 소원 성취 등)을 청하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로써 우리와 주님과의 깊은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또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아무런 선물이 없어도 주님을 여전히 사랑해 드릴 수 있는가?’

‘나는 선물 때문에 주님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저 주님이시기 때문에, 주님 자체이시기 때문에 사랑하는가?’

 

이렇게 보면, 마음의 메마름은 우리를 마음의 정화와 순수함으로 초대해 주는 은총의 초대 시간이 됩니다.(2740항)

 

글을 마치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권고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기도하는 동안에는 맛과 위로를 찾지 말고 오직 그것을 주시는 분을 찾아야 합니다.”(대大 데레사 성녀)

“정말로 가치 있는 기도는, 메마를 때, 오로지 주님 사랑 때문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사막을 사랑하고 이것을 오아시스보다 더 좋아할 때 비로소 하느님을 향한 길을 제대로 걷게 됩니다.”

“저는 성당에 갈 때 이러한 마음으로 가요. ‘주님,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서 왔어요. 다른 것은 없어요. 그것뿐이에요.’”(동료 사제와의 대화)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대大 데레사 성녀, 기도 시 「인내」)

 

[2022년 1월 16일 연중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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