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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심리학은 과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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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1 ㅣ No.1043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5) 심리학은 과학인가 (상)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1993년 한 침대 회사의 광고 멘트다. 회사는 이 광고 덕에 독보적인 판매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이 광고는 의도와 달리 허위과장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TV 뉴스에도 나온 이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저학년 시험 문제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를 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침대’를 답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자 침대 회사 측은 결국 “잠이 보약입니다”로 광고 문구를 바꿨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한다는 명목하에 (사)한국심리학회와 수의계약을 맺고 ‘심리서비스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실시한 연구보고서와 이를 기초로 만든 법 조항을 보면 28년 전 한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를 연상케 한다. 이 법은 “심리학은 과학입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는 “심리학자는 과학자이다. 심리학자가 수행하는 심리치료는 과학적 심리서비스이다. 따라서 양질의 심리서비스는 과학자인 심리학자들만 수행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서비스법 연구 보고서에는 현재까지 활성화되어 있는 심리서비스(실제로는 심리상담)를 유사 심리서비스로 규정하고 이것을 “과학적 원리와 심리학적 지식에 근거한 양질의 심리서비스와 혼돈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국민의 마음건강을 챙겨왔던 수많은 심리상담자에게 이처럼 모욕적인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에 5월 전국의 심리상담 분야 전공 교수 1570명이 심리서비스법 제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이 법이 일부 심리학자들의 직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악법임을 강조하고 다수의 심리상담 전공자들과 함께 심리서비스 법제화를 무효화하고 입법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공식 사과와 연구보고서 전면 수정을 천명했다.

 

논쟁의 핵심은 이 법에서 사용된 ‘심리서비스’란 용어가 실제로는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 혹은 ‘심리교육’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미 심리상담 분야는 심리학 외에도 아동학, 청소년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가족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이들은 대학과 대학원 졸업 후에도 전문 학회에 소속되어 엄격한 임상수련을 거쳐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사, 상담심리사,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과 같은 심리상담 영역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심리상담 전문가는 각 대학의 다양한 학문적 전공 안에서 상담심리학을 기초로 한 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다. 즉 특정 학과가 상담심리에 대한 모든 학문적 지위를 독점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학제에서도 교육대학원(School of Education) 안에 심리상담학과(Department of Counseling Psychology), 교육심리학과(Department of Educational Psychology), 임상심리학과(Clinical Psychology) 등이 속해있다. 이들은 상담심리전공, 교육심리전공, 임상심리전공자로 불리지만 학위는 교육학 전공으로 나가지 심리학 전공으로 나가지 않는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은 대부분 순수심리학이나 기초심리학이 아닌 응용심리학에 해당한다. 상담과 심리치료는 엄연히 응용심리학 분야이다.

 

심리학회에서는 심리학과에 속한 심리학 분야를 전공해야만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만이 과학이고 타 학문은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의 실제적인 목적은 자신의 학과 출신들에게 직업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마치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침대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침대를 많이 팔기 위한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심리학은 과연 과학인지 따져 물어야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5월 30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6) 심리학은 과학인가 (중)

 

 

심리학이란 과연 어떤 학문일까? 영어로 ‘psychology’는 희랍어에서 영혼을 뜻하는 푸시케(ψυχ)와 이성이나 학문을 의미하는 로고스(λγο)가 합쳐져 생긴 용어이다. 즉 심리학은 어원상 ‘영혼의 학문’이란 뜻이다. 자연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인간의 마음, 정신, 심리 등으로 표현되는 내적 세계를 관찰하거나 실험하는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초기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직관과 이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통찰함으로써 최초의 심리학자로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1800년대 중반, 독일의 생리학자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 의식의 관련성을 생리학적인 관찰과 실험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심리학을 과학으로 인정하고 싶은 학자들은 내성적(introspective) 방법, 즉 직관과 통찰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 과거의 심리학은 더 이상 심리학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즉 과학적(scientific) 방법을 적용한 실험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만이 진정한 심리학이라는 주장이다.

 

마침내 1879년 라이프치히 대학에 세계 최초로 인간을 실험하는 심리학 연구소가 생겨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심리학, 즉 현대심리학이 탄생하게 된다. 현대심리학은 과학적 심리학을 표방하면서 이전의 심리학을 유사심리학 혹은 사이비심리학(pseudopsychology)으로 규정하였다. 즉, 진정한 심리학은 과학적 심리학이며 이 심리학의 역사는 1879년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19세기 후반부터 심리학은 철학의 영역을 벗어나 과학의 영역, 즉 생물학이나 생리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심리학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대중은 의식의 메커니즘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행복과 변화 그리고 성장과 발달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생물심리학은 뇌신경과학과 융합되어 뇌신경심리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 의식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하더라도 그 연구 결과가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이유로써 현대심리학은 과학적 연구결과를 인간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70년대 이후에는 순수(이론)심리학(genuine psychology: 학습, 발달, 사회, 성격, 생리, 인지심리학 등)을 기반으로 한 응용(실천)심리학(applied psychology: 임상, 상담, 산업·조직, 교육, 학교, 환경심리학 등)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가 흔히 ‘심리학’이라고 말하는 학문은 대부분 응용심리학을 일컫게 되었다. 응용심리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학문을 말하라면 단연코 상담심리학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 상담심리학은 과도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발견된다. 응용심리학 분야의 연구가 발전하면서 심리학이 더는 과학적 학문으로만 인식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게다가 응용심리학은 관찰과 실험이 아닌 통계적 방식을 주로 사용하면서 엄밀한 의미의 과학이란 개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또한, 과학적 심리학은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적(biopsychosocial)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상담심리학의 경우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영적(biopsychosocial-spiritual) 관점을 수용하기도 한다. 마음의 치유와 변화, 인격의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상담심리학의 몇몇 이론들은 인간의 초월성과 종교성 그리고 영성이라는 측면을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영성은 마음의 치유뿐 아니라 신체적 회복에서도 중요한 치료적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의학적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인적 인간관 안에서 상담심리학은 오늘날 ‘교육학’ ‘상담학’ ‘복지학’, 그리고 ‘신학’ 등과 같은 다양한 학문과 다학제적인 통합(interdisciplinary integration)을 이루면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기반으로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심리학은 과연 과학인가? 아니면 과학이 아닌가?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7) 심리학은 과학인가 (하)

 

 

“심리학은 과학인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여기서 묻는 심리학이 어떤 심리학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만일 인간의 뇌와 신경계에서 인간의 의식 활동과 인지 과정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이때의 심리학은 순수 혹은 기초심리학인 생물학적 심리학(cf. 인지심리학, 뇌신경심리학)을 의미하기에 자연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적 안정, 인격적 성장, 삶의 행복과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움을 주는 응용심리학(cf. 상담심리학, 임상심리학)은 엄밀한 의미의 자연과학이 아니기에 사회과학으로 분류된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자리하는데, 어떤 이는 과학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과학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 “심리학은 과학인가?”라는 질문보다 선행될 수밖에 없다. 즉, 과학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필요하다. 과학을 엄밀한 관찰과 반복적 실험의 결과를 기술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면, 이는 자연과학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은 실험보다는 현상에 대한 통계적 기술을 학문적 방법론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사회과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연과학은 아니다.

 

특히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경제학이나 사회학과는 달리, 심리학 이론들은 통계적 방법론 이외에 내성적 방법론(직관과 통찰의 방법론)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상담심리학의 경우 정신분석을 포함하여 대상관계 정신역동 이론, 혹은 인간 중심적 상담이론 등은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형성된 이론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을 기초로 인간의 내적 성장과 치유를 다루는 상담심리학은 사회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에는 ‘심리학’이란 용어 앞에 다양한 학제를 표현하는 명사나 형용사가 붙으면서 다양한 응용심리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 상담심리학, 초월심리학, 긍정심리학, 종교심리학 혹은 영성심리학과 같은 다양한 학제 간 통합이 이뤄진다. 이들은 순수심리학 혹은 과학적심리학의 개념과는 달리 인간의 삶의 행복과 내면의 안녕 그리고 종교적이며 영성적인 성장을 다룬다. 이런 심리학의 영역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이 아니다.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적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영적 존재로 보는 인간관에 기초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학이란 인간의 생물학적 이해를 시작으로 영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학문이기에 순수 자연과학을 포함하면서도 사회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영역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다학제적이며 다차원적인 학문이다. 특히 상담심리학은 과학을 포함한 인문학까지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학문으로 결코 과학으로 한정되어 개념화될 수 없다.

 

현재 (사)한국심리학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수의계약을 맺고 추진하는 심리서비스법과 그 법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는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상담심리학을 자연과학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을 관찰과 실험의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학문적 편향을 드러내고 있다. 만일 (사)한국심리학회가 이런 학문적 부적절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심리서비스법을 추진한다면, 그 학문적 수준이나 뭔가 숨은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건강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심리상담은 한 개인이 지닌 신체적, 지성적, 정서적, 영적, 사회문화적, 환경적 차원을 전인적으로 고려한 통합적 접근으로 이루어지는 돌봄의 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심리학은 과학을 포함하지만, 과학에 한정되지 않는 ‘인간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의 사태로 심리정서적 안정과 함께 영적인 돌봄까지를 고려하는 통합적인 인간 이해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13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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