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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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무엇을 본받으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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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6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35) 무엇을 본받으란 것인가

 

 

Q. 저는 레지오 마리애 새내기 단원입니다. 그런데 매주 성모님을 본받으라는 훈화를 들으면서 도대체 성모님의 무엇을 본받으란 것인지 갈수록 아리송해집니다.

 

성모님은 아드님이 하느님이시고 남편은 요셉 성인이어서, 말 그대로 팔자 좋은 분이신데 저처럼 살기 어려운 사람이 팔자 좋은 성모님의 무엇을 본받아야 하는지 훈화를 들을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제가 믿음이 약해서 그런가요? 어떤 때는 성모상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당신이 나를 알까 하는 고까운 마음마저 들기도 합니다. 제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A. 형제님 생각처럼 성모님께서 팔자 좋은 분이셨다면 우리가 성모님을 본받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형제님 생각처럼 고생 한 번 안 하신 분이 아닙니다. ‘성모칠고’라는 교리가 말해주듯 성모님 생애는 말 그대로 박복한 생애였습니다.

 

성모님은 당신의 척박한 인생을 너무나도 잘 사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그런 점을 본받아야 합니다. 성모님처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부분에 대해 가진 마음가짐을 본받아야 합니다.

 

여러 영성가들은 “환경 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마음가짐이란 뜻입니다. 이런 생각에 대해 동서고금의 여러 철학자가 동의했습니다.

 

중국의 「채근담」은 ‘인생의 복과 재앙은 모두 마음으로 이뤄진다’고 했습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이란 항해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준비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로마시대 철학자 에틱테투스도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 있으니 그것은 우리 의지력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내게 닥친 힘겨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마음 안에서 수많은 내적 갈등이 발생해 노이로제에 걸리고 맙니다. 그런데도 계속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고,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려 하면 정신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 타이어와 비슷합니다. 충격을 흡수하는 타이어는 오래 버티는 반면 저항하는 타이어는 찢겨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받아들이되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격투기 사범들은 고수가 되려면 몸이 버드나무 가지처럼 유연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몸의 힘을 빼라고 합니다. 이것은 마음도 마찬가지여서 마음의 힘을 빼야 받아들이는 일이 수월해지고 결과도 좋습니다.

 

마음의 힘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모범을 성모님께서 보여주십니다. 천사가 나타나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를 전하자 처녀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혹자는 이 기도에 대해 ‘무기력하다’ ‘체념을 조장한다’는 등 비난을 합니다만 성모님의 이 기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긴장을 푸는 기도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당신 생애 내내 힘겨운 일이 닥칠 때마다 이 기도로 마음과 몸의 긴장을 풀고 그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영성의 대가’라고 부르는 것이고, 그런 성모님을 본받으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성모님 마음을 잘 표현한 글 중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인데, 형제님께 도움이 될지 몰라 써봅니다.

 

“하늘이 내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후히 하여 이를 맞이하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하여 이를 보충하고, 하늘이 나를 곤궁케 한다면 나는 내 도를 달성하여 이를 트이게 하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할 수 있으랴.”

 

이런 여유 있고 느긋한 마음이 바로 성모님 마음이었고, 그런 마음으로 성모님은 힘겨운 당신 생애를 잘 보내셔서 우리 교회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형제님께서도 성모님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힘을 빼는 기도, 하느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는 기도를 많이 해서 어려움을 잘 극복하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런 기도가 잘 안 되고 여전히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형제님 마음 안에 병적 콤플렉스가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니 전문 상담가에게서 분석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교정을 받지 않으면 자칫 세상을 삐딱하게만 보는 ‘삐딱이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15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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