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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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나이 어린 주임신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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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6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36) 나이 어린 주임신부의 고민

 

 

Q. 저는 처음으로 본당을 맡은 새 본당신부입니다. 보좌신부 때 신자분들과 무리 없이 지내 본당신부 생활도 잘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본당사목을 하다 보니 보좌 때와는 판이한 여러 가지 일로 당황스러울 때가 많고, 더군다나 신자 한 그룹과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 힘이 듭니다.

 

그분들은 제가 맡은 본당에서 오랫동안 봉사자와 사목위원으로 일해온 분들로 연세도 있고, 본당 봉사 경력도 많아 말씀을 경청하려고 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잔소리하며 저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심지어 “본당 일은 우리가 할테니 신부님은 그냥 가만히 계시라”고 하는 등 갈수록 제 속을 뒤집는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다른 신자들이 “왜 그런 사람을 곁에 두세요, 바꾸세요” 하는데, 나이도 있는 분들이라 상처 입을까봐 제가 참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암담합니다. 나이 어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본당사목을 처음하면서 그런 일을 당하면 많이 힘들지요. 저도 첫 본당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거나 신부님은 착한 목자로 살려 하는데, 그런 분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으십니다.

 

신부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분들을 일컬어 ‘바리사이 콤플렉스’에 걸린 환자들이라고 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잘 아시지요? 마치 학교에서 우열반 가르듯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영성적으로 우월하다는 종교적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주님에게 비판을 받은 것은 지나친 율법주의에 빠져서입니다. 강박증적으로 율법에 집착해 하느님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했고, 법은 봤지만 사람은 보지 못해 사람을 위해 강생하신 주님에게 신랄한 비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에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지나치게 율법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바리사이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없지만 그들 바이러스는 현대 문명 안에 사는 많은 신자들을 감염시키고 있습니다. 자기성찰은 하지 않고 눈에 불을 켜고 다른 사람 잘못을 캐는 사람들,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에 늘 차가운 분노를 갖고 사는 사람들, 새로 부임한 본당신부를 가르치려 하는 사람들, 세례받은 새 신자들을 마치 자기 수하처럼 거느리고 자신이 영적 지도자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또 종교단체가 주관하는 단기 연수를 다녀와 마치 자신이 신학적 · 영성적으로 대단한 인물인 양 자처하는 사람들, 어떤 때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들, 성당의 자질구레한 일에 사사건건 나서는 사람들, 본당신부들이 자기를 특별히 대우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바리사이 콤플렉스에 감염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뒷전에서 많은 욕을 먹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람들이 생기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에게 너무 크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살아서입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병적 신앙인이 됐을까요?

 

사람은 어릴 때 지저분한 것들을 만지작거리고 노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결벽증이 심한 부모에게서 지나치게 통제받고 야단맞고 지냈을 때 그 시절 기억이 병적 콤플렉스가 돼 어른이 됐을 때도 사사건건 사람들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신경증적 환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즉, 부모 때문에 그런 환자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자기 문제를 고치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들은 자신이 가진 병적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종교적ㆍ외적 치장에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남들보다 기도를 배는 더 하든가, 특히 단체로 하는 기도모임에서 유별나게 기도를 오래 하는 정성을 보이고, 외적 치장도 마치 전문 종교인인 양 꾸밉니다. 그리고 보통 터줏대감인 양 행세하기에 아무도 감히 직언을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자신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다른 신자들이 자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병적 심리의 하나인 ‘가학성 성애자’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외적으로는 열심인 신자임에도 ‘교회 안의 병적 존재’라고 불리는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신부님은 마음이 여리고 착한 분인가 봅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끌어안으려 하는데, 때로 안아줘야 할 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차갑게 대하는 것이 나은 분들도 있음을 인식하고 사목하시면 덜 불편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22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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