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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순례: 순교자 성월에 특별한 신심을 다짐하는 상남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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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9-12 ㅣ No.998

[본당순례] 순교자 성월에 특별한 신심을 다짐하는 상남동성당

 

 

성전에 들면, 감실의 불빛이 붉게 빛난다. 그 아래 모셔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유해의 빛이 더해져 유난히 부신다. 미사 전 구약성경 판관기를 함께 읽는 신자들은 사뭇 진지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 교구에 새 주교를 하루빨리 보내주십사는 지향을 담아 사제를 위한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기도문을 바치며 한층 마음을 가다듬는다.

 


최양업 신부와 함께 걷기

 

상남동성당의 본당주보는 ‘한국순교성인’이라 9월 순교자의 성월에는 특별한 신심을 북돋운다. 올해 본당의 날에는 최양업 신부를 기리기 위해 안동교구에 있는 진안리 성지순례를 하기로 정했다. 최양업 신부가 사목하다 돌아가신 진안리 성지라서 의미가 깊다. 단순한 성지순례가 아니라 ‘일상 안에서 최양업 신부님과 함께 걷기’라는 과제를 실천하는 프로젝트다. 최양업 신부는 사목을 위해 일 년에 7천 리를 걸어, 11년 동안 30,240㎞를 걸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신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 거리를 봉헌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4㎞를 5,000보 또는 1시간 걷기로 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은 1구좌 4㎞에 천 원을 봉헌하면 된다. 8월 7일부터 10월 4일까지 매일 또는 매주 걷는 것을 봉헌함에 넣으며, 목표액 7,560,000원을 모금한다. 봉헌금 전액은 진안리 성지에 후원하기로 했다.

 

9월 10일 온 신자들이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기원하는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에도 걷기는 이어진다. 창조질서를 회복·보전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인 9월 1일부터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까지를 ‘창조 시기’로 정하여 피조물 보호를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상남동신자들도 지구를 살리는 정신으로 걷고, 최양업 신부와 함께 복음을 전하고자 한다.

 

 

남다른 애정으로 사목

 

상남동 출신인 진선진 마태오 신부는 지난해 이곳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서품 35년이 흘렀지만, 많은 옛 신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더불어, 젊은 날 느꼈던 역동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연로한 신자들과 조촐한 본당 상황에는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상남동본당은 1966년 마산교구가 설정되고 같은 해에 야심차게 교구청 가까이에 설립된 본당이다. 마산의 중심 불종거리에서 자부심을 키웠던 왕성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큰 변화 속에서 본당도 그 변화를 힘들게 견뎌내고 있다.

 

진선진 신부는 애정 어린 심정으로 본당의 면면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사목방향을 잡았다. 연로한 신자들이 주류를 이루니, 이분들이 기도생활로써 차분히 삶을 관조하도록 인도하고 싶었다. 관상기도를 권하며 향심기도 강좌를 마련하여 진행했다. 이제 향심기도 강좌 8회기를 수료하게 되었고, 본당 내 정례적인 향심기도 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기도에 맛들이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픈 이들을 위한 축복기도와 안수는 매월 첫째 주일 교중미사 후에 이루어진다. 미사 후 아픈 신자들은 제대 앞줄에 모여 특별한 시간을 누린다. 40여 명의 사람들은 자기의 아픈 곳을 일일이 알리며 안수를 받는다. 신자들은 병을 자랑하며 위로받고, 사제는 연민으로 사랑을 키운다. 사제는 ‘약속의 땅’을 약속하신 하느님을 믿으며 우리의 삶 안에서도 하느님의 손길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미를 담아 행하는 신심

 

그냥 의례적이거나 갇혀 있는 것에서 벗어나, 의미를 담아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신앙생활의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많았다. 지난해는 수단에 우물을 하나 파도록 1,200만 원을 기증하게 되었다. 신자들이 축복식 등으로 바치는 감사헌금을 모았고, 부족한 금액은 연령회와 다른 신심단체에서 보탰다.

 

성탄절 봉헌도 특별했다. 성탄 생태단식을 권장하며 한 주간마다 테마를 정해서 실천했다. 대림1주간 ‘일회용품 단식’ 대림2주간 ‘디지털 단식’ 대림3주간 ‘이산화탄소 단식’ 대림4주간 ‘소비 단식’에 따라 절약하여 모았다. 미혼모시설, 폭력피해자보호시설, 공부방 세 군데 복지기관을 정해서 ‘1인1봉헌’을 구유에 봉헌했다. 현금은 지양하고 모든 봉헌은 물품으로 하여, 대림절 동안 신자들이 모은 정성은 각 복지기관에 전달되었다. 절약을 하되 의미와 과정을 깨닫게 되고, 희사를 하되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시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진호 베드로 사목회장은 신자들에게 뭔가 주려고 늘 고민하는 주임 사제에게 많이 배우고 감사드린다고 말한다. 어릴 때 영세를 받고 어영부영 생활을 하다가, 상남동성당에 전입한 지 15년 정도 되었다. 이곳에서는 레지오 활동을 하고 부부 복사도 하면서 알차게 주님을 만난다. 다른 사목위원들 덕분에 회장 역할도 순조롭단다. 25년 차 하인태 제리노 사무장은 상남동성당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정신이 투철하다. 이 지역사회에서 항상 신뢰받는 공동체로 ‘상남동성당’이라는 이름은 한결같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신자 중에 70세 이상이 절반이다. 중학생은 아예 없고, 초등과 유치반을 합쳐 10명 정도이니 주일학교 운영은 힘들다. 이들 중 첫영성체를 한 7명은 모두 복사단으로 만들었고, 유치반까지 해서 10명 전체로 소년 레지오를 운영한다. 청소년분과장이 단장을 맡아 훈화 시간에 그나마 약간의 교리를 가르치면서 신앙을 키우려고 애쓴다. 아이들은 매주 들락날락하지만, 그래도 이 적은 수, 작은 아이 속에서 성소가 있기를 기다린다. 1983년 정흥식 신부, 1988년 진선진 신부, 1992년 조정제 신부 서품으로 30여 년 중단된 본당 출신 사제의 희망을 그려 본다. 그래서 인근에 완공이 가까워지는 고층아파트의 입주도 기대하고 있다.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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