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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35: 로마네스크 성당의 중랑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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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9-14 ㅣ No.999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35) 로마네스크 성당의 중랑 벽


아케이드 위 고창층 없애고 원통 볼트 직접 얹어 수직성 강조

 

 

-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의 중랑 벽. 출처=Wikimedia Commons

 

 

아케이드·트리뷴·트리포리움으로 구성

 

로마네스크 성당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중랑 좌우에 있는 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천장 구조와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요소의 이름과 역할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늘 어렵게만 들린다. 그러나 이런 건축 용어는 악보에 적힌 ‘p, mf, crescendo, rit’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조금 더 관심을 두자. 그러면 로마네스크 성당을 훨씬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마네스크 성당은 기본적으로 아케이드 위에 고창층(高窓層, clerestory)을 없애고, 대신에 트리포리움(triforium), 트리뷴(tribune) 또는 갤러리(gallery)를 두고, 그 위에 육중한 원통 볼트를 직접 얹었다. 그런데 높은 중랑에 그보다는 낮은 측랑이 기대어 붙는다. 그래서 측랑의 지붕이 붙는 위치를 벽으로 막은 다음 간격을 두고 그 앞에 아치로 된 요소를 두었다. 이것이 트리포리움이다. 세 개의 창이라는 말뜻처럼 아치 세 개로 열려 있다. 그러나 트리뷴(또는 갤러리)은 측랑 위에, 측랑과 같은 폭으로 지나다닐 수 있으면서 중랑을 향해 크게 열려 있는 요소를 말한다. 그래서 트리뷴은 중랑에 개방감을 주며 외벽의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중랑에 전해 준다.

 

이렇게 해서 로마네스크 성당의 중랑 벽은 기본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아케이드, 트리뷴, 트리포리움, 고창층으로 구성되었다. 이때 중랑 벽을 이루는 층은 상대적으로 어떤 비례를 가졌는지, 트리뷴과 트리포리움은 어떻게 나뉘었는지, 아케이드에서 육중한 독립 기둥인 피어(pier)와 반원 기둥, 피어의 정면의 쇠시리(몰딩, moulding)는 어떻게 올라가 공간의 수직성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의 제단 주변. 출처=entrevoirart.blogspot.com

 

 

가장 아름답고 잘 보존된 로마네스크 성당

 

프랑스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glise Saint -tienne de Nevers)은 잘 알려지지 않지만, 가장 아름답고 잘 보존된 로마네스크 성당이다. 클뤼니(Cluny)의 수사들에 의해 1068년에서 1097년 사이에 건축되었다. 이곳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4개 경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순례 성당은 아니었는데도 동쪽 끝 원형 제단 뒤에는 교차 볼트로 덮인 주보랑이 있고, 그것에 작은 경당 세 개가 방사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주보랑 낮은 벽에는 13개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특히 프랑스식으로 설계된 이 부분을 ‘쉐베(chevet)’라고 하는데, ‘머리’라는 뜻이다. 제단 뒤는 6개의 원기둥이 두르고 있어 주보랑은 개방적이며 비례가 매우 아름답다. 이 원기둥은 약간 키 높은 아치를 받치고 있는데, 그 위는 벽으로 막힌 낮은 아케이드가 띠 모양을 이루고, 그 위에는 빛이 들어오는 고창이 놓였다.

 

이 성당의 중랑은 당시로써는 매우 대담한 디자인이었다. 중랑 위를 높이가 18m나 되는 원통 볼트가 덮었고, 중랑 벽은 아케이드, 트리뷴, 좁은 고창층 3개의 층으로 구성되었다. 아케이드를 받치는 피어 앞에는 반원 기둥이 붙어있는데, 이 반원 기둥은 3개 층까지 올라가 원통 볼트를 보강해주는 띠 모양의 횡단 아치를 받쳐주고 있다. 보기에는 당연히 보이지만 3층 전체를 지나 중랑 위에 있는 높은 볼트를 받치게 설계한 최초의 중세 성당이었다. 그런데도 구조는 강력하고 구성은 명확하며, 돌도 힘있게 다듬어져 있고 켜도 촘촘하다. 비례도 절묘하게 균형 잡혀 있으며 공간을 높은 베이로 나누며, 공간에 활기를 주고 있다.

 

더구나 처음으로 트리뷴 위의 고창층에 5개, 트리뷴 외벽에 5개의 창을 두어 중랑에 직접 많은 빛이 들어오게 한 최초의 성당이기도 했다. 이것에 측랑 벽의 창 5개를 합하면 회중석에는 좌우 30개인데, 정면 6개를 더하면 회중석에는 36개의 창에서 많은 빛을 비출 수 있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수랑(袖廊)의 세 벽에는 각각 창이 무려 5개씩이나 있다. 이는 아치 위에 벽을 세워 횡랑의 원통 볼트를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아치를 횡격막과 같다고 다이어프램 아치(diaphragm arch)라 하는데, 이 아치 위의 벽에는 작은 아치가 5개 뚫려 있다. 교차부도 다이어프램 아치와 스퀸치(squinch)로 작은 돔 모양의 큐폴라(cupola)를 받치고 있다. 교차부에서 앞과 좌우를 둘러보면 놀랍게도 무려 60개의 창이 나 있다.

 

- 툴루즈의 생 세르냉 대성당의 중랑 벽. 출처=Aidan McRae Thomson

 

 

같은 지붕으로 측랑과 중랑 덮은 ‘홀 성당’

 

순례길은 느베르에서 오베르뉴(Auvergne)를 지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른다. 그 중 대표적인 5개의 순례 성당은 콩크의 생트 푸아 수도원 성당, 리모주의 생마르시알 수도원 성당, 베즐레의 생트마리마들렌 대성당, 툴루즈의 생 세르냉 대성당(La basilique Saint-Sernin, Toulouse, 1080~1120)이다. 이 성당들은 11세기 후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에서 발전된 형태를 풍부하게 확장하고 개선했다. 그런데 이들 성당에서 아케이드와 그 위의 트리뷴으로만 구성된 2층 중랑 벽이 나타났다. 그중에서 툴루즈의 생 세르냉 대성당은 가장 발전된 예다.

 

생 세르냉 대성당은 매일 찾아오는 수많은 순례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충분히 커야 했으므로 ‘랑(廊)’을 5개나 두었다. 그리고 넓은 측랑과 횡랑을 지나 반원 제단 뒤의 주보랑으로 계속 움직임이 이어지게 했다. 이것은 위의 5개 순례 성당에서 함께 나타나는 결정적인 특징이지만, 특히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의 특징을 큰 규모로 응용한 것이 생 세르냉 대성당이었다. 또한 이 성당은 교차부의 정사각형을 기반으로 하되, 중랑은 교차부의 1/2, 측랑은 1/4 크기로 기둥 간격을 정했는데, 이 또한 이들 순례 성당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했다.

 

생 세르냉 대성당은 고창층을 없애고 날렵한 비례로 공간의 수직성을 뚜렷한 아케이드와 트리뷴을 만들었다. 그 대신 아케이드가 상당히 높아졌다. 그 결과 측랑으로 넓게 트였고 크게 확장된 전체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뒤에서 빛이 비치어 들어오는 트리뷴이 이어져서 중랑 벽이 훨씬 가볍게 보인다. 피어 앞에 붙은 반원 기둥은 원통 볼트의 시작점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횡단 아치로 이어지며 공간을 수직으로 분절하고 있다.

 

고창층이 없으므로 이 형식은 바실리카식 성당이 아니라 ‘랑(廊)’의 높이가 같은 ‘홀 성당(aula ecclesiae)’에 속한다. ‘홀 성당’은 평면으로는 바실리카식과 구분이 안 되지만, 중랑 벽에 고창층이 없고 측랑과 중랑이 같은 지붕으로 덮여 있어서 바실리카식과 명확히 구분된다. 그래서 건축사 책에서는 이를 ‘갤러리가 있는 바실리카(galleried basilica)’ 또는 ‘갤러리가 있는 홀 성당(galleried hall church)’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수직성이 강하고 분절이 명쾌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창층이 없어서 서쪽 정면의 창과 교차부 탑, 측랑의 벽과 트리뷴의 간접 광만으로 채광되어 일반적으로 내부는 어둑하고 무거움이 함께 나타났다.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과 생 세르냉 대성당의 중랑 벽 구성은 수직적이나 한편으로는 어둑한 로마네스크 성당의 내부 공간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9월 10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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