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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한국 교회의 단체: 하늘땅물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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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04 ㅣ No.1924

[한국 교회의 단체 · 5] 하늘땅물벗

 

 

한국 교회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을 소개하는 꼭지를 다시 시작합니다. 같은 성격의 글이 “한국 교회의 단체사”라는 이름으로 본지 제201호(1992년 3월호)부터 330호(2002년 11월호)까지 총 33회, 그리고 “한국 교회의 단체”라는 이름으로 410호(2009년 7월호)부터 격월로 4회 연재된 바 있습니다. 이에 이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을 소개하는 이번 연재는, 2031년에 맞이할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을 준비하며 기획하는 ‘교구 단체사’의 기초 작업입니다. 소개 글은 각 단체의 탄생 배경과 간략한 활동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기술할 것입니다. - 필자 주

 

 

탄생 배경 : 교회사적 맥락에서의 의미

 

‘하늘땅물벗’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은 ‘우리농’에서 운영하는 가게 이름 아닌가요?이다. 예전에 이런 이름의 가게가 몇몇 성당에 설치되었으니 틀린 대답은 아니나, 이 지면에서 소개하는 ‘하늘땅물벗’은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평신도 생태 사도직 공동체’이다.

 

‘하늘땅물벗(Friends of Heaven, Earth, and Water)’이라는 이름은 1991년에 지어졌으나, 지금의 단체는 2016년 10월 4일(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 기념일)에 창립되었다. 어떤 연유로 이 단체가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출범했는지 그 배경과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자.

 

교회가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낸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는 세상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근대 서구에서 시작된 ‘산업화’는 모든 것을 물질문명의 발전과 자연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인간과 동반하는 생태·환경에 대해서는 20세기 중반까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 교회에서도 생태·환경에 대한 가르침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였다. 이 주제에 대해 중요한 출발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교회의 공식적 문헌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0년 1월 1일 발표한 세계평화의 날 담화 「생태계의 위기 : 공동 책임―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이다. 이 문서를 통해 교회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전에 함께할 책임이 있기에 생태 · 환경 문제가 교회와 무관한 주제가 아님을 천명하였다. 서울대교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언한 보편 교회의 책임을 실천하고자 1991년 한마음한몸본부 생활실천부 안에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를 모아 ‘하늘땅물벗’ 모임을 만들었다.1) 그러나 이 모임이 지금 모습의 교회 내 환경 운동의 발판이 되는 사도직 단체로 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다.

 

모임이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당시 사회와 교회 안에서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1996년 4월 『가톨릭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 불같이 일었던 교회 환경 운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활동이 침체돼 있어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가장 광범위하고 대중적으로 이루어졌던 자원 재활용이나 분리수거, 우유 팩 모으기 등 생활 운동으로서의 환경 보전 운동조차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있어 교회 환경 운동에 적신호가 되고 있다.”2)

 

2000년 10월 서울대교구는 환경사목위원회(ecocatholic.or.kr)를 발족시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관장하던 환경 운동 사업을 전담하게 하는 중요한 변화를 모색한다. 환경사목위원회는 같은 해 5월 시작한 제1기 하늘땅물벗 강좌(매년 7주간)를 맡아 주관하였고, 이 강좌 졸업생들이 하늘땅물벗 모임의 초석이 되었다.

 

이 같은 토대 만들기 강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2009년 제1회 가톨릭 에코 포럼(년 2~3회), 2010년 제1회 하늘땅물벗 2단계 교육(매년 1회 6주간) 등 점차 심도 있는 교육 과정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생태 사도직 단체로서 ‘하늘땅물벗’이 탄생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찬미받으소서」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생태론적 배경을 갖고 쓰여졌지만, 그 핵심은 “사람을 쓰고 버리는 문화에 대해 맞서는 회칙”3)이다. 즉, 신앙인은 단지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만 중시하는 오늘날 세상에서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하늘땅물벗’의 탄생은 이 같은 영성적 통찰 위에서 이루어졌다.4)

 

 

 

 

현재 활동 : 현재 세상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응답

 

2016년 2월 이재돈(李載敦, 요한 세례자) 신부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하늘땅물벗의 창립이 본격적으로 준비되었고, 같은 해 10월 4일(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기념일) 명동 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유경촌(柳京村, 티모테오)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의 주례로 ‘하늘땅물벗’은 창립 미사를 봉헌하였다.

 

하늘땅물벗의 창립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적극적 지원으로 이루어졌기에 이후에도 이 두 기관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함께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생태 영성학교’와 ‘가톨릭 에코 포럼’ 같은 교육 활동이다. 교육 활동을 통해 생태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고, 오늘날 함께 책임져야 할 다양한 현실에 대해 논의하면서 생태적 회심과 묵상하는 시간을 갖으며, 교육을 수료한 신자들을 하늘땅물벗 회원으로 초대한다. 또한 매월 봉헌하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등도 환경사목위원회와 함께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이런 교육과 행사를 기반으로 삼지만, 하늘땅물벗이 더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실천적 삶의 확산이다. 이는 우리 교회가 전체적으로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늘땅물벗이 창립 다음 해인 2017년 2월 1일 서울대교구의 인준을 받아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에 가입한 것도 각 본당에 레지오 마리에가 있는 것처럼 하늘땅물벗이 확산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5)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환경사목위원회와 함께 “기후 변화 극복을 위한 ‘하늘땅물벗’ 본당 활동 안내서”를 발간한 일이다.6) 이 책은 부제가 ‘「찬미받으소서」를 생활에서 실천하기’로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본당 공동체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책자이다.7) 2019년 6월 29일 처음 출간된 이래 아직은 본당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하늘땅물벗이 많은 본당에 자리를 잡는다면 신자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하늘땅물벗이 교회 안에서 생태적 삶을 확산시키고자 했던 또 다른 중요한 노력은 2022년 8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실시한 ‘2022 하늘땅물벗 찬미받으소서 실천 사례 공모전’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애써온 지구를 살리려 한 많은 노력과 지혜들이 교회 안에서 소개되고 공유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하늘땅물벗’은 공모전에 제출된 모든 사례들을 종이로 인쇄한 자료집으로 발간하지 않고 홈페이지8)에 공유했다. 사례집에는 공모전 으뜸상으로 선정된 한국 CLC(Christian Life Community)와 남희정(루치아) 씨 사례를 포함해 모두 23가지의 개인 및 단체의 환경보호 실천 사례가 실렸다.9)

 

하늘땅물벗은 이런 다양한 실천 사례를 소개할 뿐 아니라 보편교회가 함께 지내고 있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실천하는 7가지 목표를 구체적으로 살기 위해 12대 실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0)

 

하늘땅물벗의 활동 중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환경사목위원회와 함께 참여하는 연대활동이다. 우리의 집인 지구를 살리는 노력은 모든 선의의 사람들의 동참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그렇기에 교회 내 관련 기구와의 연대뿐 아니라 이웃 종교와의 연대, 시민 환경 단체와의 연대, 지방자치단체와의 연대, 더 나아가 국제 연대 활동에도 참여한다. 가톨릭 기후 행동과 함께하는 여러 활동,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연대, 한일 탈핵 평화 순례 및 간담회 등이 대표적 활동이다.

 

 

앞으로의 전망 :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나아갈 방향

 

하늘땅물벗이 지금 시점에서 갖는 중요한 비전은 서울대교구에 많은 벗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며, 더 나아가 타 교구11에도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신자들 안에서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리려 한다.

 

하늘땅물벗은 기본 조직을 ‘벗’이라 하고 회원을 ‘벗님’이라 부른다. 벗의 명칭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물(구름, 진달래, 매봉바위 등), 문화물(성곽, 삼선교 등) 등 상징이 될 만한 피조물의 이름을 붙여서 만든다. 이런 벗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교구 벗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교구 벗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해당 본당의 주임 신부 또는 담당 신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주임 신부나 담당 신부가 없을 때는 교구 벗 영적 지도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12) 2023년 초 현재 17개 벗이 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서강대 신학대학원, 청년 생태모임, 생태 영성학교 같은 특수한 벗이 4개 있고, 홍은2동 · 둔촌동 · 포이동 등 본당에 있는 벗이 10개 있다. 또한 대전교구 벗 1개와 의정부교구 벗 1개도 현재는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에 속해서 자신들의 교구에 자리 잡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땅물벗’ 회원이 되는 것은 오늘날 교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태적 삶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세상 속에서 이를 실천하려는 마음을 봉헌하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입회를 원하는 신청자는 그냥 회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벗’의 회장이 신청자가 창조 질서의 올바른 회복을 위하여 생태 사도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늘땅물벗 회원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식별하는 절차를 갖는다. 입회가 허락된 예비 회원은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정회원으로 되며, 이때 모든 회원 앞에서 선서를 한다. 선서의 의미와 목적은 복음이 제시하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며, 「찬미받으소서」에 나오는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바침으로써 그리스도교 영성 안에서 우주적 형제애를 드러내는 의미를 갖는다. 하늘땅물벗 회원은 입회할 때 선서할 뿐 아니라, 생태적 삶으로의 부르심을 되새기기 위하여 매년 선서를 갱신해야 한다.13)

 

이런 하늘땅물벗 회원이 우리 교회 안에 많이 생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2017년 9월 1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유경촌 주교는 하늘땅물벗의 출범 의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늘땅물벗의 창립은 문명사적으로도 대단히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땅물벗은 물질이 중심이 되는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신앙과 영성에 의한 지속 가능한 문명 창달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하늘땅물벗의 삶을 사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서 본당과 교구, 나아가 나라의 경계를 넘어 퍼져나간다면 분명 지구의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지난날에 다양한 서양 신심 운동과 영성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듯이, 어쩌면 하늘땅물벗이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영성 심화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하늘땅물벗이 비록 겨자씨처럼 작은 시작이지만 큰 나무로 성장하여, 현재 지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명의 문을 활짝 열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에 문명사적으로 새로운 대안적 삶을 살겠다고 창립하는 하늘땅물벗의 의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14)

 

교회가 생태 · 환경을 위해 애써야 하는 많은 일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 아닌, 복음적 가치관을 갖고 대안적 삶을 사는 많은 신자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하늘땅물벗은 오늘날 가장 먼저 이 길을 걷는 이들의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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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홈페이지―걸어온 길(연혁) : 1991년 8월 1일 ‘하늘, 땅, 물을 살리는 벗들의 모임’ 발족(http://obos.or.kr/html/dh/his 참조).

 

2) 「교회 환경운동 재도약 요청」, 『가톨릭신문』, 1999호(1996년 4월 21일 자), 1면.

 

3) “교황, 「찬미받으소서」는 ‘환경’ 회칙이자 ‘사회’ 회칙입니다”, 바티칸 뉴스(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1-08/papa-francesco-videomessaggio-laudato-si-congresso-argentina.html 참조).

 

4) 『하늘땅물벗 길잡이』는 하늘땅물벗을 알리는 문서이다. 이 문서의 제2장 제목이 ‘영성’이며, 단체의 영성이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문서는 하늘땅물벗 홈페이지에 전문(https://fhew.org/guide/)이 실려 있다.

 

5) 『가톨릭신문』 3119호(2018년 11월 11일 자), 8면.

 

6) 이 책자는 환경사목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PDF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고, 하늘땅물벗 홈페이지에도 전문(https://fhew.org/friend-2/)이 실려 있다.

 

7) 「본당 활동 안내서」는 세계적인 가톨릭 환경 운동 단체인 ‘가톨릭기후행동’(GCCM,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이 전 세계 교회, 특히 본당 단위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펴낸 지침서를 번역,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편집하고 국내 사례를 보완해 제작한 것이다.

 

8) 이 자료집은 홈페이지 생태 소식 코너에 있다(https://fhew.org/category/eco_news/ 참조).

 

9) 사례집에 담긴 실천 사례들은 개인의 소박한 친환경적 일상에서부터 뜻있는 이들이 함께 실천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환경보호 실천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례집을 편찬한 ‘하늘땅물벗’은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을 함께 나눔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찬미받으소서’ 여정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가톨릭신문』 3316호[2022년 10월 30일 자], 20면 참조).

 

10) 2022년 12대 실천 목표는 홈페이지(https://fhew.org/bp/5861/) 참조.

 

11) 인천교구는 서울대교구와 별도로 교구 사회사목국을 중심으로 하늘땅물벗 모임을 확산시키고 있다(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840068&path=202302 참조).

 

12) 홈페이지(https://fhew.org/friend/) 참조.

 

13) 『하늘땅물벗 길잡이』, 24~29쪽 참조.

 

14) 『하늘땅물벗 길잡이』, 6~7쪽.

 

[교회와 역사, 2023년 3월호, 현재우 에드몬드(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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