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공현대축일-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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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1-06 ㅣ No.246

주님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1-12

    2001. 1. 7.

주제 :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창 추웠습니다. 오늘은 소한 추위가 지나고 조금 날씨가 풀어진 듯 합니다.  하지만, 추위에 대한 대비는 계속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 합니다.  '겨울이면 추워야 제 맛'이라는 소리도 있듯이, 어느 정도는 추워야 계절 감각도 있을듯하고 한해의 농사에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겨울 난방비의 지출이 늘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공현 대축일입니다.

우리 본당에 꾸며놓은 구유의 모습에는 이미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동방박사들의 모습도 등장한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오늘 공현대축일은 구원자로 인간 세상에 내려오신 하느님의 아들이 당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음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그러므로 오래 전에 있었다고 기억할 그 모습을 돌이켜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오늘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서로 비슷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똑똑하다는 소리, 현명하다는 소리, 재주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합니다. 그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입니다. 내 밥 먹고 내가 살면서 그와 반대되는 소리를 듣는 일이 좋은 것은 아니기에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바람이 단순히 막연한 기대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새롭게 판단하고, 그 판단한 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가리켜 위대한 동물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기억하는 축일, 주님의 공현은 동방교회에서는 성탄보다 더 큰 축일로 지냅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일보다는 그분이 보여주신 모습을 통해서 살아있는 우리 사람들이 할 일이 훨씬 더 다양하고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유 때문입니다.

 

마구간에 여장을 푼 요셉과 마리아의 숙소에 찾아온 사람들은 두 부류였습니다. 하나는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점성술을 연구하던 동방의 박사들이었습니다.  목동들은 천사들이 알려준 대로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놀라운 마음으로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멀리에서 찾아온 동방의 박사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해마다 성탄절을 지내기에 구유를 찾아오는 우리의 마음이 어떨지는 하느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가진 마음은 동방의 박사들이 별을 보고 따라서 갔던 자세와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눈에 보이던 선물은 우리의 마음과 정성으로 바뀌었고, 멀리서부터 찾아가던 열성은 우리가 죄를 피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의무감으로 달라진 듯한 것이 우리의 심정일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귀한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우리가 보이는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보물이 되는 것이고, 내가 지혜가 뛰어나고 남들의 칭찬을 받을만하더라도 그 지혜가 올바로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남이 내 집을 뚫고 들어와서 훔쳐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올바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집이 부자인 사람은 헐한 옷을 입고 다니지 않습니다.  남들이 부러워 할 멋있어 멋있는 코트를 두르는 법이고, 값이 많이 나가는 비싼 차를 타고 다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것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던 동방의 박사들은 자기들에게 그런 물건이 많아서 드린 것일 수도 있지만, 특별한 마음과 정성을 담아 예를 바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물건을 겸손하게 발 앞에 받은 '유다인의 왕'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페르시아 저쪽의 몇 명 천문학자요 점성가들이 뛰어나고 현명한 왕이 된 것은 '많은 무리 가운데 섞여있었을 특별한 대상을 올바로 구별했고 합당한 자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2001년을 지내고 있는 우리도 특별한 시기를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슨 특징이 있는지 아는 것과, 자신에게 있는 힘을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힘이 있고 특징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며,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가 공현축일을 정하고 지내며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예수님을 찾아왔던 동방의 박사들을 오늘날 다시 언급하는 이유도 되는 것입니다.

 

인류에게 구원의 선물을 주시기 위해 모습을 처음 보여주신 예수님은 '힘없고 약한 어린이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남기신 일의 의미는 그렇게 작은 것이 아닙니다.  2001년을 지내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어떤 사람으로 남길 원하는지 그리고 그 바람에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잠시 삶을 돌이켜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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