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저는 나쁜 나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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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0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86) 저는 나쁜 나무인가요?

 

 

Q. 복음을 묵상하다 보니, 좋은 나무 나쁜 나무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좋은 나무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마음 안에는 늘 좋지 않은 생각들이 구름이 일어나듯 차 있고, 선행하려는 마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태생적으로 나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잦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고 갈증 난 상태, 욕심과 좋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한 것일까요. 기도해도 마음을 정화하지 못합니다. 태생적으로 나쁜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주님에게 사랑받는 좋은 나무가 돼 제 마음을 순수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요?

 

 

A. 형제님은 아마도 루카복음(6,43-45)을 묵상하신 것 같네요. 먼저 말씀을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얼핏 보면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보는듯한 이 말씀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사람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렇게 딱 잘라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왜냐면, 사람은 ‘과정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성숙함을 향해 성장하는 존재이지요. 따라서 성숙의 정도가 다를 뿐, 칼로 두부 자르듯 사람을 구분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성숙한가는 그 사람이 만든 열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열매를 잘 맺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왜 그런 것인가요? 생각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긍정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인생 결실을 잘 얻습니다. 그렇다면 오로지 늘 긍정적 생각만 하고 살아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고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의 비율이 1.6 대 1일 때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황금비율’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부정적 생각을 하더라도 극단으로 밀고 나가지는 않습니다. 자기 바람과는 달리 좋지 않은 일도 일어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일지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결실이 풍요롭습니다.

 

그러나 생각의 비율에서 부정적 생각이 더 많으면, 결실을 얻기는커녕 자기 인생을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머릿속에서 부정적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 그 생각이 아무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생각을 멈추십시오. 그런 다음 왜 그런 생각이 일어나는지 곰곰이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형제님은 사람의 마음, 특히 무의식에 대해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의식으로 알지 못하는 세계인 무의식이 있습니다. 무의식은 인간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곳에는 도덕적 차원을 뛰어넘는 내용이 난무합니다. 무의식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실 조건들을 무시한 채 오로지 본능적 욕구충족만을 추구하는 미성숙하고 이율배반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 안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환상과 충동적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때문에 늘 심리적 갈등을 겪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자는 이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지나치게 순수성을 추구하려는 무리를 범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적 부산물을 안고 살기도 합니다.

 

형제님이 순수함을 추구하려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자기 의지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으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형제님은 또 자기 평가가 지나친 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리학자 랑거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덜 평가적인 사람이 병적 죄책감 혹은 지나친 후회 같은 감정을 덜 경험하고, 자신과 자기 인생을 사랑할 줄 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잘 새겨듣기를 바랍니다.

 

간혹 자신이 좋은 나무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건강한 죄의식마저 없어 자기보다 못한 사람 혹은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잔인한 판단을 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경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늘 자신을 본받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이들 앞에 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죄인인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기조차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멀리하거나 혹은 재수없는 사람인 양 취급하기도 합니다.

 

형제님은 좋은 나무의 가능성을 많이 가진 분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죄의식이 문제이니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 더 하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27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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