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연중 08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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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2-24 ㅣ No.282

연중 제 8 주일 ( 다해 )

 

        집회 27,4-7 1고린 15,54-58   루가 6,39-45

    2001. 2. 25.

주제 :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하늘의 날씨는 오락가락하고 기온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아니지만, 이제 봄으로 향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입춘을 지나, 우수도 지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의 변화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이런 때를 가리켜 환절기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절기가 바뀌는 때에는 우리 몸이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지 몰라 저항력이 떨어지고 탈나기 쉽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8주일입니다. 오늘 주일에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는 '말'입니다. 말은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으로 모양을 갖추지 않은 대표적인 것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한지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복잡한 세상, 내가 말을 해도 그 말이 처음의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고 이상하게 와전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토해내는 말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행동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강조하는 말과 지난 주일의 말씀인 행동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말로 나온 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고, 말로 드러난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이 가졌을 마음이나 생각을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말은 내 입에서 나오면 사라집니다. 모양을 갖추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행동은 그 결과를 반드시 남깁니다.

 

한 번 이루어진 행동은 내 앞에 남아서 내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만, 말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을 바라보는 아주 특별한 자세를 갖게합니다.  내가 만든 행동은 이러저러한 방법을 동원해서 바꾸거나 고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말은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행동으로 범한 잘못은 용서 청하고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비하여, 말로 이루어진 잘못은 웬만큼 해서는 사라지지 않으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돌이키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마음의 창고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사람은 그 악한 창고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는 예수님의 선언은 무서운 말씀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만을 남에게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내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내가 선한 마음의 창고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악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 창고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이나 생각은 겉으로 그 모양이 보이지 않고 행동으로 연결될 때라야만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선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남들 앞에서 자랑할 것도 없는 일이고, 혹시 그에 미치지 못하여 일부로 실망하고 절망의 그늘에서 사는 일도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모습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좋고 낫게 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까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으며 사는 사람도 영원히 그렇게 머물러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우리가 가끔씩 사용하는 격언 가운데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앉으신 여러분 가운데 그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머리로 알고 이해하는 것과 내 행동의 일부가 돼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많이 안다고 해서 옳게 행동한다는 것도 아니며, 모른다고 해서 그르치게 행동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많이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깊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법입니다. 똑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세상은 그렇습니다. 좋은 것을 찾아서 노력하려면 무척이나 짧은 것이 인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데는 너무 긴 것이 인생입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고 삽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내가 무심코 내 보낸 말들이 어떤 모양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다른 사람을 하느님께로 이끌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내보내고 다시 받아들이는 말 안에 우리 정성이 담겨있지 않다면 하느님이 기뻐하실 수는 없을 것이고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남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당신 앞에서 좀 더 성실하고 진지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 다음 역할은 우리가 그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하는가의 차이뿐입니다. 잠시 내 안에 자리한 창고,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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