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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는 본당 하부 조직 아니라 교회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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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15 ㅣ No.123

소공동체는 본당 하부 조직 아니라 교회 그 자체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교회 비전과 본당 공동체 모델' 부산 지역 모임


서울 제기동본당은 새로운 소공동체 모델 '두레자치회'와 말씀터를 통해 활성화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은 전원 주임신부와 신자들이 두레 미사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소공동체소위원회(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11일 부산 남천1동 푸른나무교육관에서 '교회 비전과 본당 공동체 모델'을 주제로 두 번째 지역모임을 열었다.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모임은 '소공동체는 교회의 희망'을 주제로 한 최덕기(전 수원교구장) 주교 발표, 소공동체 중심 본당에서 사목하는 서춘배(의정부교구 의정부본당 주임) 신부, 최경옥(서울 제기동본당 수녀원장) 수녀 사례발표로 이어졌다.
 
최 주교는 "소공동체는 본당 하부 조직이 아니라 교회 그 자체"라며 "소공동체는 교회가 본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마땅히 가야하는 새로운 길"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임영선 기자]
 

주제발표 - 소공동체는 교회의 희망
최덕기(전 수원교구장, 수원교구 퇴촌본당 산북공소) 주교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르치는 친교의 교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 성서적, 신학적으로 교회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며 현대사회에서 세상과 신자들 요청에 가장 잘 부응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친교의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론을 따라 교황들은 사목적 권고와 회칙을 통해 전 세계 교회에 소공동체를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1975년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선교」를 발표한 교황 바오로 6세는 소공동체를 '복음화의 못자리', '교회의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1988년)을 통해 지역 교회 권위자들이 △교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평신도의 사목 책임을 높이는 본당 구조를 채택하고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나누고 봉사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초공동체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공동체들은 교회적 친교의 진정한 표현이며 복음화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에는 소공동체 이전에 이미 공소라는 훌륭한 공동체가 있었다. 하지만 공소 공동체는 말씀이 중심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소공동체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교회 소공동체는 복음 말씀에 따라 우선 소공동체 구성원들이 복음화되고 사회에 교회 정신을 실현시켜 나간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한다. 또 초기교회 교우촌에서 보여준 공동체 정신을 유산으로 갖고 있다.
 
소공동체는 본당 하부 조직이 아니라 교회 그 자체다. 소공동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유행처럼 하나의 사목적 시도가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가정교회'로서 교회 정체성을 실현하고 사명을 수행하는 작은 교회다. 이는 가난한 이들과 작은 이들이 주체가 되게 하는 교회의 새로운 원리로서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 증거하는 교회, 이웃에 열린 교회'라는 새로운 교회상을 잘 보여준다.
 
소공동체 자체가 교회이기에 소공동체 사목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공동체 운동'이란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소공동체는 특정 시기에 이뤄지다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공동체가 교회 본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마땅히 가야하는 새로운 길이고, '교회됨'(Being the Church)의 모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소공동체는 살아있는 공동체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소공동체도 잘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자라지 않고 죽어 버릴 수도 있다. 끊임없는 돌봄이 필요하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 주교회의 노력 △ 소공동체 사목에 대한 교구 주교와 본당 주임신부 의지 △ 교구ㆍ대리구ㆍ본당 단위의 체계적 교육 △ 본당 소공동체 봉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
 

사례발표 1 - 소공동체를 통한 본당 공동체 활성화
서춘배(의정부교구 의정부본당 주임) 신부

 
소공동체가 기초가 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사목자들의 사목 비전 공유가 중요하다. 사제들과 수녀들이 모여 복음과 사목 나눔을 하며 일종의 소공동체 체험을 하면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면 사목자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신자들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 복음을 안정적으로 선포할 수 있다. 제도나 구조 변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목자 마음이다. 그 마음에서부터 소공동체는 시작된다.

대개 본당 사목협의회 구조는 분과 중심이지만 의정부본당은 소공동체에서 뽑힌 대표(구역장)를 사목협의회 중심이 되게 했다. 구역 소공동체의 일차적 사목자는 구역장이다. 소박하지만 구역 나름대로 사목계획을 세우고 자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구역이 하나의 본당처럼 자치 능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각 구역에 사목 지원금을 지급했고, 소공동체를 사목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또 구역ㆍ반장 교육과 모임을 강화하고 전 신자를 대상으로 매년 소공동체 복음화 교육을 실시했다. 소공동체는 신자들의 내적 태도를 강화시키고 면역성을 키우는 예방 차원 사목이다.
 
신자들 입장에서 소공동체는 참된 신앙생활을 익히는 학교이자 자조 모임이다. 소공동체는 본당의 축소판이고 작은 교회다. 소공동체는 모든 백성을 아우르며 교회 보편 사명을 추구하지만 단체는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 만든다.

소공동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교회 본질을 담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약한 이들을 품고 있다.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소공동체는 교회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소공동체를 통해 그들이 교회의 한 지체로서 존중받고 더 나아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세상 모든 이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성숙한 신앙은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이다.
 
소공동체 활동은 신앙인으로서 복음을 증거하는 삶의 모든 것이다. 삶이 활동이고, 활동이 삶이다. 삶을 나누는 소공동체 모임은 감동적이다. 특별한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서로의 삶 속에서 하느님께서 얼마나 힘차게 역사하시는지 알아차리고 감사드리길 바란다.
 

사례발표 2 - 소공동체 중심 사목 성당에서 사목하며
최경옥(서울 제기동본당 수녀원장,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수녀

 
제기동본당은 소공동체 모임 '말씀터'를 통해 신자들이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고 친교를 이루며, 그 사랑을 이웃과 사회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말씀터는 신자들이 말씀을 나누며 그리스도를 만나는 복음의 보금자리다. 소공동체에서 사귀고 나누고 함께 활동하면서 그리스도 생명의 맥박을 느끼고 사랑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기동본당은 2009년 시작한 새로운 소공동체 모델 '두레자치회'와 말씀터를 통해 활성화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소공동체 모임에 매주 신자 350여 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주일미사 참례 인원 1000여 명 중 30~40%가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다.

본당이 소공동체 중심으로 개편된 후 부임한 내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신자들은 적극적이며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작은 이들'을 공동체의 중심에 두고 사제와 수도자ㆍ평신도가 삼위일체적 친교를 나누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공동체가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동본당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구역'이라는 대신 '두레'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두레자치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행사는 두레자치회가 중심이 돼 진행한다. 사목평의회 주체는 각 두레 대표인 두레자치회장들이다.
 
각 자치회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사목평의회에서 두레 활동을 비롯해 전출입 신자, 쉬는교우, 신영세자 말씀터 참석 현황 등을 발표한다. 또 사목지원부 각 분과에서 제안한 주요 안건에 대해 토의하고 합의를 도출한다.

사목평의회 및 두레 조직은 원형으로 구성돼 있다. 사목자를 중심으로 수도자와 총회장이 있고 그 둘레에는 두레자치회장들이 있다. 자치회장들은 구역 부회장(구역장), 반장, 각 분과 위원, 총무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선교활동을 하고 세상을 향해 봉사한다.
 
사제가 아닌 신자, 특히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본당은 친교와 일치의 교회 공동체라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평신도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드러난다. 영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신자들에게 두레를 맡기는 것은 어찌 보면 본당 사제에게 대단한 도전이다. 그러나 그들 능력을 믿고 격려하며 기다려주고, 신뢰해야 소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평화신문, 2012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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