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ㅣ 준성사

[성체성사] 세계 성체대회의 신학적 의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0 ㅣ No.42

세계 성체 대회의 신학적 의미

 

 

교회는 새 천년의 첫 해를 대희년으로 선포하면서 성체성사를 희년의 중심에 두고, 이를 위해 제47차 세계 성체 대회를 2000년 6월 18일에서 25일까지 로마에서 개최하고자 한다. 세계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교회와 세상 안에 살아 계시며 구원하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교회의 장엄한 신앙 고백이며 감사와 찬미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체 대회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은총을 경축하고 그에 감사하며, 또 그 은총을 새롭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희년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우리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의 구원 신비는 성체성사를 통해 결정적으로 드러나고, 이러한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축제가 성체 대회이기 때문이다.

 

성체 대회는 성체에 대한 특별한 공경을 위한 행사로서, 성체성사와 관련된 교회의 모든 전례와 신심 행위(예를 들어 미사, 성체 성혈 축제와 성체 행렬, 성체 조배와 성체 강복 등)가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장소에서 더욱 성대하게 거행되는 행사이다.

 

 

1. 세계 성체 대회란?

 

성체 대회는, 현대 교회가 성체 속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신앙을 고백하는 성체 신심의 특별한 표현이다. 성체 대회는 프랑스 투르(Tours)에서 평신도와 성직자의 공동 작업으로 시작되었고 발전되었다. 곧 성체 공경을 위한 사제회와 수녀회를 창설한 신부 피에르 쥴리안 에이마르(P. J. Eymard, 1811-1868년)의 영향을 받은 에밀리 타미지에(Emilie Tamisier, 1834-1910년)가 성체 기적이 일어난 장소로 성지 순례를 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것이 성대한 성체 공경 행사의 모태가 된 것이다.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를 통한 인류 공동체의 구원"을 모토로, 우선 전세계적으로, 다음엔 지역 국가와 교구 차원의 행사로 빠르게 전파되어 갔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성체와 관련된 강연과 세미나 등으로 이루어지는 이 대회는, 4년마다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 성체 대회와 한 국가 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성체 대회로 나누어진다.

 

세계 성체 대회는 1881년에 프랑스의 릴(Lille)에서 처음 개최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지역 교회 주교들을 비롯한 성직자와 신자들이 교황이나 교황 사절과 함께 모여 성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의 일치를 드러냄으로써 성체성사의 신비를 더 풍부히 드러내게 되었다. 세계 성체 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조직과 사목적 준비는 각 지역 위원회와 상의해서 교황청 세계 성체 대회 위원회가 담당하여 추진하며, 장소와 주제는 교황의 인준을 받게 되어 있다.

 

세계 성체 대회의 목적은 "성체성사와 성체 공경의 핵심적인 의미를 교회의 삶과 아울러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인식시키고 또 장려"함에 있다. 따라서 성체 조배와 경배, 성체 행렬과 같은 성체 공경의 전례가 대회 중에 이루어지는 연구 모임, 집회들과 더불어 행사의 중심과 절정을 이룬다. 성체성사 신비에 대한 교회의 믿음을 고백하고, 세계 교회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성체 대회의 노력은 분배와 정의, 가정의 존귀함, 인간과 피조물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세계 평화와 같은 현대 세계의 중대한 문제들과 연대하는 교회의 모습에서 더욱 잘 표현된다.

 

따라서 세계 성체 대회를 위해서는 해당 교구와 본당, 그리고 영적인 모임과 교회의 각종 운동들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신적인 준비를 필요로 한다. 곧 모든 이가 성체에 대한 교리 교육을 토대로 한 깊은 이해 안에서 성체성사에 영적으로 함께하고, 성찬례와 성체 경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부활의 신비를 기도 속에서 내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2. 세계 성체 대회를 통하여 드러나는 성체성사의 의미

 

세계 성체 대회는 무엇보다 성체성사의 의미를 새롭게 강조하고, 그것을 실천함에 있다. 그러면 세계 성체 대회를 통해서 특별히 부각되는 성체성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1) 성체성사는 구원의 성사이다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수난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제사가 성체성사이다. 빵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위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다. 성체성사 안에서 구세주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으로 내어 주신다. 그러므로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가 구원의 성사임을 강조하면서, 바로 그 은총을 참가자에게 또 교회 안에 새롭게 나누어 줌을 목적으로 한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에서 샘솟는 구원을 길어 낸다"(교황청 세계 성체 대회 위원회, [제47차 세계 성체 대회 기조문-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 새 생명의 빵],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9년, 1항; 이하 '기조문').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 안에 교회의 영적 전 재산이 내포되어 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생명을 주는 빵이신 그리스도 자신이 그 안에 계신다. 그리스도의 살은 성령 안에서 생명을 가지고 또 성령 안에서 생명을 주는 것이므로, 그리스도께서는 이 살로써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노동과 모든 피조물을 당신과 함께 봉헌하도록 부르시고 인도하신다"(사제교령, 5항).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1.56).

 

2)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교회의 사랑과 순종의 성사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성체성사를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념으로 세우셨고, 또 사도들에게 당신의 재림까지 그 예를 행하라고 명하셨다. 따라서 교회가 성체성사를 거행함은 그분의 제자가 되는 증거요, 그분께 대한 사랑과 순종의 표시이며, 성체 대회는 이를 더욱더 성대하게 축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1고린 11,25).

 

3) 성체성사는 교회 공동체의 성사이다

 

하느님 백성의 모임인 교회는 성령의 활동 안에서 성체성사를 거행함으로써 성장한다. 성체성사는 한 개인만을 위한 개별적인 신심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의 전례 행위이며 사제와 신자가 함께 거행하는 사랑의 만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체 대회는 교회를 존재하게 하고 또 지탱해 주는 성체성사에 대한 교회의 공적인 잔치이다.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를 극적으로 거행함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더욱더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교회는 성찬례를 이루고 성찬례는 교회를 이룬다"(기조문, 6항).

 

4)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이다

 

성체성사는 봉사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봉사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주시는 구원의 성사로서, 그 성사를 받는 사람에게 그분의 모범을 따라 살아가고 사랑을 실천할 힘을 준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빈부 격차와 국경을 뛰어넘어 이웃과 형제 자매를 사랑할 힘을 얻으며, 그 사랑 안에서 하느님과 만나고 사랑도 이룬다. 따라서 성체 대회는 사랑의 원천과 절정으로서 성체성사를 강조하고 제시함으로써, 교회가 인류와 함께하는 세계 교회로서 사랑을 실천하도록 요청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일상의 삶에서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사랑을 실천하고 그분을 증거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고자 하는 것이다. 곧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서로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하며, 또 사랑할 힘을 얻고자 성체성사를 성대하게 기념하는 모임이 성체 대회인 것이다.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인 성체의 제사에 참여함으로써 신도들은 신적(神的) 희생을 하느님께 바치며 자신을 또한 함께 봉헌하는 것이다"(교회헌장, 11항).

 

"교회의 희생 제사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희생 제사가 된다"(기조문, 7항).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길과 어긋난 길을 따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늘날까지 교회 역사와 함께해 온 순교가 바로 그 명백한 증거이다. ……오로지 성찬례의 힘만이 무수한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삶을 통하여, 주님의 파스카가 지닌 놀라운 새로움을 증언하게 할 수 있었고, 또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이다"(기조문, 7항).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다고 가르친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힘입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전에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강생을 통하여 맺어진 유대는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자유인과 죄수, 흑인과 백인, 유다인과 그리스인, 유럽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어떠한 배척도 용납하지 않는다. …… 예수님의 구원의 말씀은 모든 사람을 향한 것이다. 그분께서 특별히 사랑하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소외되거나 무시당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 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주님의 만찬인 성찬례에 와서, 세례 받은 모든 사람을 공동체 안에서 형제로 만들어 주는 성체를 받아 모시도록 초대받는다"(기조문, 14항).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 이하).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5) 성체성사는 일치의 성사이며 만남의 성사이다

 

한 가족이 한 식탁에 모여 앉음으로써 가족의 일치를 드러내듯이, 교회 구성원은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성찬의 식탁에 함께 모임으로써 단일한 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성체 대회는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여러 교회 구성원이 다함께 모여 성대히 성체성사를 거행함으로써 한 교회 공동체를 이룸을 기뻐하고 그 일치를 경축하며, 주님 안에서의 새 생명에 대하여 감사하는 행사인 것이다.

 

우리를 위해 수난하시고 돌아가셨으며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 바로 그분께서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시지만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 가운데 계신다. 성체성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 모두를 위해서 계시다는 표시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바로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는 자리라고 하겠다.

 

"성자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 몸이 되게 하소서"(성찬 기도문).

 

"빵과 포도주를 받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주님이신 예수님과 생명의 친교를 맺고 그분과 하나가 되며, 새 생명의 식탁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하나 됨을 의미한다"(기조문, 8항).

 

"성찬례에서, 주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식탁의 친구로 삼으실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을 영혼의 양식으로 내어 주심으로써 우리가 당신 안에서 살게 하신다"(기조문, 9항).

 

"우리가 그 빵을 떼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빵은 하나이고 우리가 모두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1고린 10,16 이하).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요한 14,9).

 

6) 성체성사는 성령의 성사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의 영(靈)이시며 성자의 영이시다. 또한 성령께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내 주신 협조자로서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의 영이시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이 눈에 보이는 표징을 통해서 전해지는 것은 은총의 중개자이신 성령을 통해서이며, 빵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또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가 되는 것도 성령을 통해서이다.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며, 그 몸을 받아 모시는 사람에게 성령께서는 생명을 주신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새로운 성령 강림이며 성령에 대한 신앙 고백이다. 성찬 전례의 성령 강림 기도문(Epiclesis)은 이를 잘 드러낸다.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에 임하시는 성령을 온 교회 공동체가 기쁨으로 맞이하는 축제이며, 이를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행사인 것이다.

 

"교회는 그 안에 충만히 현존하여 계시는 성령 덕분에 하나이며 거룩하다"(기조문, 10항).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성찬 기도문).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 주셔서 너희와 영원히 함께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5).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요한 16,7).

 

7) 성체성사는 기도의 성사이며 말씀의 성사이다

 

성체성사는 먼저 성부이신 하느님께 바쳐진 성자 그리스도의 제사이자 기도이며, 이를 다시 사제와 신자들이 재현하는 교회의 최고 기도이다. 따라서 성체성사의 잔치인 성체 대회는 하느님께 드리는 교회의 장엄한 기도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극적인 만남과 대화의 장(場)이다.

 

성체성사는 미사 성제 안에서 이루어지며, 미사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나누어진다. 곧 성체성사는 꼭 말씀 전례와 함께 거행되며, 성서 말씀과 강론들을 통해서도 하느님과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성체 대회는 성체성사와 더불어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 있게 증거하며, 또 새롭게 선포하는 교회의 전체적인 회의이다. 성체 대회에서 봉독되는 네 복음서의 말씀과 강론은 참가자들을 하느님과 만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은 눈에 보이는 성체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말씀에도 있어야 할 것이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성체 조각이 떨어질까봐 신경 쓰면서 어떻게 주님의 말씀은 귀담아듣지 않는가?"라고 말하였다.

 

 

3. 세계 성체 대회와 우리

 

혼자서 가는 길은 멀고 지루하다. 하지만 함께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고 정겹다. 하느님께 이르는 길은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다. 신앙의 길은 함께 가는 사랑의 길이며, 이러한 길 위에 성체성사가 서 있다. 성찬례는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식사가 아니라 공동체의 잔치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과 그 현존을 드러내는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세상의 온 교회 구성원이 함께 모이는 세계 성체 대회는 함께 가는 인류의 여정을 잘 드러낸다. 성체성사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 현존의 축제이며, 이를 경축하는 세계 성체 대회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또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시는 것이다. 인간 가운데 오신 하느님,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인간이 되신 하느님, 그분께서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분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시어 십자가 상의 제사를 드리셨고, 교회는 그분의 명을 받들어 성체성사를 거행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곧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다시 우리 인간 가운데 계시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을 나누어 주고자 하신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기쁘고 거룩하게 거행하고 성체를 겸손하고 합당하게 받아 모심으로써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받아 누리며, 그분께서 바라시는 대로 우리 자신을 성화(聖化)해 나간다. 성체 대회는 우리가 이러한 성체성사에 우리 삶의 가치를 두도록 초대한다. 그러므로 성체성사의 의미에 따라서 우리의 삶을 구원의 삶에 맞갖게 가꾸어 나가도록 하는 데에 성체 대회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성체 대회 기조문이 말하듯이, "세계 성체 대회는 모든 성찬 거행, 특히 매주 주님의 파스카를 기념하는 주일 미사의 성찬 거행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도록 사목자들과 신자들에게 요청한다. 그것은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성찬 거행의 깊은 신비에 부합하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이 행사를 위한 특별하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기조문, 3항).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성체성사는 늘 우리를 위해서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신앙인으로 사는 한 죽는 그 순간까지 성체성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천주교 신앙인은 성체성사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성체성사를 모심은 우리 신앙의 핵심 표현이며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성체 대회는 곧 성체성사적인 삶을 사는 교회 구성원 모두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한때 교회가 쉽게 영성체를 못 하도록 가르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성체성사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면서 교회는 적극적으로 자주 영성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체성사는 주님과 함께 하는 식사로서, "이는 놀라운 초대이다. 생명의 빵을 받아 먹고 감사 드림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기조문 9항). 유럽 교회의 신자들보다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 더 열심히 영성체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사실 성체를 모시기를 너무 어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올바른 준비 없이 함부로 영성체하는 것도 문제다. 대희년 행사의 절정이라고도 할 이번 세계 성체 대회가 성체성사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고 쇄신하는 기회가 되고, 많은 이가 성체성사를 통하여 풍성한 구원의 은총을 길어낼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2000년 대희년은 그야말로 '복된 해'[禧年], 또한 '거룩한 해'[聖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현실적 여건 때문에 이 대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마음으로 함께하며, 주마다 또는 날마다의 성체성사에 올바르게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체 대회 기조문 11항, "순례의 길에서 힘을 주는 빵"이라는 제목의 글을 인용하면서 글을 끝맺는다.

 

"'이것을 받아 먹어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상 순례의 특징인 갈망, 곧 양식과 생필품에 대한 갈망, 정의와 자유에 대한 갈망, 사랑과 희망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기원과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로 사람들에게 먹을 양식뿐만 아니라, 그들을 새롭게 해 주는 성사를 통하여 몸과 영혼의 양식에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신다.`...... 특히, 때때로 고통이 사랑의 응답을 요구할 때, 사람들은 '이것을 받아 먹어라.'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바로 그들에게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찬의 빵은 약한 이에게는 힘이 되고, 병자에게는 의지가 되며, 상처를 치유해 주는 향유이고,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노자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들의 삶을 통하여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복음을 선포하여야 하는 환경과 상황에서 일하는 신자들의 힘이다. '생명의 빵을 먹는' 목적은, 참으로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부 록


2000년 제47차 세계 성체 대회

 

제47차 세계 성체 대회는 특히 2000년 대희년을 "강렬한 성체의 해"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대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남겨 주신 인류 구원을 위한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 성체성사적인 삶을 사는 교회 건설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로마에서 있을 성체 대회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제1일 (2000년 6월 18일, 일)

주제:성체성사의 심오한 신비 거행을 위한 온 세상으로의 파견

18시:삼위일체 대축일 저녁 기도를 시작으로 하는 대회 개막식(라테라노 대성당, 교황 주례)

 

제2일 (2000년 6월 19일, 월)

주제:신비를 계시하는 말씀

(로마의 몇 성당에서 성체 조배가 시작됨)

09시:미사(성베드로 대성당)

11시:총회 - 5대륙에서의 대회에 대한 일련의 준비에 대한 개관(바오로 6세 대강당)

18시:기도회 -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26).(성바오로 대성당)

 

제3일 (2000년 6월 20일, 화)

주제:하느님의 사랑과 진리에 대한 모험과 의노로 이끄는 새 생명을 위한 빵

10시:제1차 공적 교리 해설 - 인간 가운데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성체성사(성바오로 대성당, Francis Eugene George 추기경 강연과 신앙 증언)

18시:미사(언어권별로:여러 성당)

 

제4일 (2000년 6월 21일, 수)

주제:교회의 삶과 선교 사명을 위해 바쳐진 성체

10시:교리 해설(베드로 광장, 교황); 성체성사 전례 공동 집전(성바오로 대성당)

 

제5일 (2000년 6월 22일, 목)

주제:신앙의 거행에서 숙고와 희망을 통한 신앙 실천에 이르는 길

10시:제2차 공적 교리 해설 - 문화의 원천으로서의 성체성사 (바오로 6세 대강당, 추기경 Jean Marie Lustiger 강연과 신앙 증언)

18시:공동 집전 미사와 행렬(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까지, *교황과 첫영성체 어린이들 참가)

 

제6일 (2000년 6월 23일, 금)

주제:화해의 원천으로서 성체성사

(본당과 병원들에서 병자를 위한 봉성체가 있음)

10시:제3차 공적 교리 해설 - 성체성사, 회개와 속죄 (바오로 6세 대강당, Christoph Schoborn 추기경 강연 및 신앙 증언)

17시:참회 예절

19시:성체성사 전례 공동 집전, 성체 현시와 조배

 

제7일 (2000년 6월 24일, 토)

주제:그리스도의 역사적인 신비를 포괄하는 전례적인 기념으로서의, 그리고 성모님의 향기를 품고 있는 빵으로서 성체성사

09시 30분:제4차 공적 교리 해설 - 성체성사와 주님의 날(바오로 6세 대성당, Norberto Rivera Carrera 추기경 강연과 신앙 증언)

18시:세례자 요한 축일 전례 공동 집전; 청소년을 위한 성체 조배와 성베드로 대성당을 향한 순례(라테라노 대성당 - 성요한 바실리카)

 

제8일 (2000년 6월 25일, 일)

주제:영생을 위한 빵이며 우주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성체성사

10시:교황 주례 장엄 미사(베드로 광장)

 

[사목, 2000년 6월호, 조현권(대구대교구/신부)]



파일첨부

1,48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