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성당에서 만난 자매 때문에 마음 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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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3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14) 성당에서 만난 자매 때문에 마음 상했어요

 

 

Q. 절에 다니다가 유방암 수술 전 날부터 갑자기 성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성당에 갔는데, 그만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 뒤로 성당에 나간 지 7년째입니다. 몸이 아프다가도 성당에서 봉사하면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그런데 활동하면서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처음 성당에 갈 때 저를 가르쳐준 자매입니다. 아주 열심인 사람이고, 저보다 나이도 세살 많아 언니라고 불렀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와 동갑이더군요. 그렇다고 왜 그랬냐고 물을 수도 없고, 언니라고 부르기 싫어서 지금은 거리를 두고 지냅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대개 남자들만 나이를 속이는 줄 알았는데 자매님들도 그렇군요. 형님 대접을 받고 싶어 호적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기 부모가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부모 욕먹이는 짓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쨌거나 자매님이 그분을 언니라고 부르기 싫은 것은 자존심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매가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어서이지요. 만약 그 자매님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모른 체하고 언니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자존심보다 나에게 오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단지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니 마음으로 계산을 해보세요.

 

그것을 일컬어 ‘심리적 대차대조표’를 만든다고 합니다. 모른 체하고 언니라고 불러서 얻는 이득과 자존심 상한다고 언니라고 부르지 않아서 얻는 이득을 비교해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명백해지지요. 또 다른 방법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나하고 동갑이던데 우리 말 놓자’ 하고요.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냥 우격다짐으로 말을 놓으면 되는데, 문제는 자매님의 기가 약할 경우 이것이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본인 몫입니다.”

 

Q. 알겠습니다. 한 번 날을 잡아서 너 나하고 동갑이야 하고 말을 해야겠네요.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사목위원 가운데 사사건건 제가 하는 일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데, 그동안은 그 사목위원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제가 맡고 나서는 무엇인가 아니다 싶으면 이의를 제기했더니 아주 심하게 저를 싫어합니다. 심지어 뒷전에서 험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성당 물건을 아껴 사용하기 때문에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은 저를 좋아하시고 자주 칭찬해주십니다.

 

A. "본당마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터줏대감들인데, 세례 받은 지 오래되고 그 성당 다닌지 오래됐다고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이지요. 대개 교무금은 잘 안 내고 성당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본당신부 뒷전에서 자기들만의 모임을 만듭니다. 사사건건 본당신부에게 시비를 거는가 하면, 심하면 아예 자기들 식대로 신자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새로 온 사람이 일을 잘해 본당신부나 수녀님들 사랑을 받으면 질투하고 시기해 못살게 구는 등 심리적으로 열등감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매님이 무슨 일을 해도 시비 거는 사람이니 가까이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건 자매님은 신앙체험을 통해 성당에 오셨기에 기대가 컸을 텐데 그만큼 실망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교회는 양면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영적 세상의 실존을 알려주는 학교이자 영적 삶을 통한 마음의 치유 장소라는 긍정적 면과, 상처 입은 사람들로 구성된 곳이자 인간이 가진 모든 갈등이 혼재한 곳이라는 부정적 양면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교회가 별로 다른 게 없다고 발을 끊는 사람도 있는데, 자매님은 그래도 끈덕진 마음으로 사람에게 실망했지만 신앙심을 잃지 않아 다행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매님도 그리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닌듯 싶습니다. 자매님은 자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시니, 만만한 성격은 아닌 듯합니다. 교회도 인간 사회의 한 면을 가지고 있기에 교회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만한 대화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자매님께서 인간관계론이나 대화법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했으면 합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공동체 구성원들과 불편한 인간관계를 갖는다면 그 모든 일이 헛일에 불과합니다. 좀 더 자신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운 대화 훈련을 한다면 좋은 봉사자가 될 것입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1코린 13,1).

 

[평화신문, 2013년 8월 25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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