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아빠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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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39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19) 아빠가 싫어요!

 

 

Q. 아빠가 싫습니다. 증오합니다.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저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하고 말하는 등 온갖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고,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이유도 없이 맞고 살았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가족들을 휘어잡으려 했지요. 제가 보는 앞에서 자해하려고 하는 등 평생 잊지 못할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빠니까’ 하는 생각에 수 없이 죄송하다고 빌며 비위를 맞춰주고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습니다. 하루빨리 독립하고 싶습니다. 더는 아빠라 부르기 싫고 연락하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십계명에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빠와 연락을 끊고 피하는 것이 죄일까요? 아빠는 죄인이 아닌가요? 너무 힘이 듭니다.

 

 

A. 자매님의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 그래도 공부하고 자신의 갈 길을 가려는 자매님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선 폭력적인 아빠를 미워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것부터 말하고 싶네요. 그렇게 오랫동안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당하는 사람은 대개 감옥 안 죄수들처럼 됩니다. 특히 폭력적 간수들 아래 사는 죄수들은 정신적으로 노예적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흔히 독재정권 아래 소시민들이 분열증적 심리적 부작용을 갖는 것과 같이, 폭력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자매님은 그런 아빠를 미워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공동체 분열을 일으키기에 사랑을 실천하고 미움을 갖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매님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자식을 건강하게 양육할 의무를 진 부모가 자식을 폭언과 폭력으로 병들게 하는 경우, 자식들은 그런 부모를 미워해야 합니다. 미움이란 자기 자아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매님이 그런 아빠에 대한 미움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외려 그런 현상이 심리적으로는 심각한 경우이며, 또 다른 폭력적인 남자를 만날 가능성을 내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매님은 미운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아 아주 건강한 자아를 가졌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아빠가 미우면 미운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미운 감정을 토닥여서 풀어줘야 합니다. 만약 분노가 치솟아 오르면 죄책감을 갖지 말고 분노 해소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억압하고 없애려 하면 자칫 신경증적 문제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자매님이 독립하고 싶어하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가정이란 가족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지친 심신을 쉴 수 있는 쉼터여야 합니다. 그런데 자매님 가정은 오히려 심리적 폭력을 당하는 고문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가정에서 나가려는 것은 가출이지만, 폭력의 장에서 나가려고 하는 것은 독립적 행위라고 볼 수 있으니 여건이 되는대로 집에서 나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자매들을 보면, 아버지로부터 온갖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정에서 나갈 엄두도 못 내고, 결혼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 맞는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자매님의 아빠는 이미 아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자매님 아빠는 왜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일까요? 대개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가장들은 열등감이 많은 사람입니다. 즉, 밖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상사에게 절절매는 사람들,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급급한 사람들이 쌓인 것을 힘없는 자기 가족에게 폭력으로 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개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신들 역시 어린 시절 자기 부모의 희생자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 사이가 원만치 못하고 가족 간에 정이 오가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늘 욕설과 폭언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가정을 만들어야 할지 선행학습을 하지 못했기에 어린 마음에 ‘나는 우리 부모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라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다른 이상적인 가정을 본 경험이 없기에 자기 부모가 한 것과 마찬가지로 병적인 가정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에 걸려듭니다.

 

자매님은 오랫동안 미성숙한 아버지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에 집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전문 상담가로부터 심리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사후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과거의 트라우마가 자매님 인생길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6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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