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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종말론에 빠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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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4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21) 종말론에 빠진 친구

 

 

Q. 친한 친구가 한동안 안 보이더니, 어떤 신흥종교를 다니며 종말론에 빠졌습니다.

 

세상 종말이 다가왔으니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그 종교 공동체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면서 저를 설득하려고까지 합니다. 제가 세상 종말에 대해 반문을 하면, 친구는 미국과 이슬람의 전쟁, 9 · 11테러 그리고 비행기 사고 등의 이야기를 꺼내며 이런 것들이 모두 종말의 징조이고, 이런 종말에 사람들을 구해줄 사람은 오로지 자기 교주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종말 날짜까지 제시하며 자기 이야기를 증명하려고 하는데, 믿음이 약한 저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친구는 자기 교단에는 교수와 의사 등 지식인도 많다면서 교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면 그러겠느냐고 자랑도 합니다. 그 친구를 만나면 흔들리는 저를 도와주세요.

 

 

A. 종말론은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기승을 부립니다. 물론 가톨릭교회에도 종말론이 있습니다만, 신흥종교들이 주장하는 종말론과는 내용이 다릅니다. 대개 신흥종교들은 종말론을 사람들 마음에 공포심을 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공포심이야말로 인간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인위적으로 심는 공포심은 정치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공포정치를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정치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벌이는 공포정치는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즉,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포정치를 가장 수준이 낮은, 머리가 좋지 않은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종교가 심어주는 공포심은 전혀 다른 양상을 갖습니다. 종교적 공포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포심을 신앙심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속하는 종교 공동체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소위 ‘방주 콤플렉스’가 생깁니다. 그리고 자기 교주가 구원자라고 착각하고, 교주가 하자는 대로 무엇이든 다 하는 심리적 노예가 되고 맙니다.

 

신흥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다 헌납하고,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종교 공동체 안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공포심이 조장한 심리적 부작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생길까요? 

 

우선 심리적으로 상처가 많고 병적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들은 종교 사기꾼들에게 쉽게 넘어갑니다. 마음이 늘 불안하고 이유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는 말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마치 시골 장터에서 돌팔이 약장수가 파는 만병통치약을 사는 사람들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성장 과정이 심하게 왜곡된 경우에는 종교 사기꾼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자기 존재에 대한 깊은 숙고가 없는 사람들이 잘 넘어갑니다. 즉, 깊은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 크게 떠들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철부지 같은 이들이 주로 종교 사기꾼이 노리는 대상들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이 통계와 확률에 근거해 의사를 결정한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판단의 근거를 경험적 법칙에 둔다. 그 결과 판단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판단은 개연성이 있는 정보가 아닌,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 사고 같은 발생률이 낮은 일을 과대평가하고, 자동차 사고 같은 발생률이 높은 일의 가능성은 설마 하면서 과소평가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도 “정보의 대부분은 틀린 것이고, 인간의 공포심은 허위 정보를 더욱 더 왜곡한다. 일반적으로 인간들은 선한 일보다 악한 일을 더 믿고 나쁜 것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심리학자 스코론스키와 칼스톤도 유사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부정적 정보를 지나치게 신용하는 경향이 있다. 공포감은 오히려 이런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자 린 빌레는 ‘자기 복잡성’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자기 복잡성이란 자신을 다면적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단순하게 파악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기도 중에 인생을 생각하고 존재에 대해 깊은 숙고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복잡성이 높아서 어떤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감정의 흔들림이 적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평소 자신에 대한, 혹은 환경에 대한 자신만의 깊은 생각 없이 외부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자기 복잡성이 낮은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감정이 흔들리고 자기 평가가 부정적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즉, 평소에 기도하고,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종교 사기꾼들에게 걸려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0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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