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신부님이 너무 멋져 보여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4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22) 신부님이 너무 멋져 보여요

 

 

Q. 요즘 신부님을 볼 때마다 아주 힘듭니다. 신부님을 유혹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미사 때는 신부님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미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사 중에 신부님을 바라보면 신부님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듯이 느껴져서 이제는 미사도 가지를 못하고 영성체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삽니다.

 

이런 저를 두고 성당의 어떤 자매님은 ‘음란마귀’가 들렸다며 구마기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제가 음란마귀가 들려서 이런 것일까요? 저는 어려서부터 아주 엄격하게 가정교육을 받아 남녀 성 문제도 나이가 들어서 알았을 정도인데, 이런 제가 왜 이런 힘겨운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A. 자매님 마음의 힘겨움이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우선 자매님이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떤 분이 말한 것처럼 음란마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성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감정을 마귀가 준 것이라고 하게 되면, 내적으로 분열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 교회 안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자기 기만적 신앙에 빠진 사람들이 신경증 환자들을 함부로 판단해 병세를 악화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자매님에게 그런 일이 생긴 것은 자매님이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심하게 사용해 생긴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란 것을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억압입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마음 안으로 꼭꼭 눌러 숨기는 것인데, 이것이 지나치면 심리적 부작용이 생겨 자매님처럼 신경증적 증상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1987년 다니엘 웨그너라는 심리학자가 대학생 1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해도 좋은데 ‘흰곰’ 생각이 떠오르면 종을 치라는 간단하고 엉뚱한 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대학생들은 연이어 종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흰곰이란 생각이 연이어 떠올라 종을 친 것입니다. 왜 이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것일까요? 어떤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 그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고 지치게 해 억압이 약해지면 억압했던 만큼 반동으로 치솟아 올라 그런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하고, 생각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가려 하지만, 생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생각들은 억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사람 뜻대로 통제하지도 못합니다. 사람의 생각이 마치 청개구리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신자가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타인 비난용 목적으로 복음을 인용하면서 비판을 하니, 가뜩이나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지요.

 

아직 이해가 안 되면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지요. 어떤 사람이 물에 뜬 공을 물에 넣으려 합니다. 그런데 공은 부력이 강해 계속 위로 떠오르려 하지요. 따라서 공을 계속 물속에 넣으려는 사람은 에너지를 더 써야 하고, 시간이 가면서 지치기 마련인데 이런 때 손을 놓으면 공은 눌린 것 이상으로 튀어 오릅니다.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가 소모되거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억압은 무너지고,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떠오릅니다. 자매님은 어린 시절 아주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했지요. 어린 시절부터 성적 감정을 억압하는 삶을 오랫동안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심리적 힘이 줄어들면서 그간 묻어뒀던 성적 감정이 치솟아 신부님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영성체를 못 할 일도 아닙니다. 단지 심리치료를 통해 마음 안에 오랫동안 묻어뒀던 것들을 천천히 풀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자매님의 경우는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어린 시절부터 자기허용의 범주가 작아서, 소위 자아를 마음 안의 감옥에 가둬놓고 살아온 지 오래돼 그 감옥에서 나오더라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무의식은 마치 창고와 같아서 별의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의식을 억압하면 불면증 조짐이 오고, 자기 안의 그림자를 혐오하면 내적 분열증을 유발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고 미워하며, 상대방 의사와 관계없이 상대방 마음을 마음대로 읽게 되는 것입니다.

 

신부님이 자매님에게 보이신 관심은 자매님의 투사이고, 자매님이 심하게 억압을 해서 생긴 것이란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천천히 마음안의 편안함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7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69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