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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영화 컴온 컴온 - 마음의 귀로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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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17 ㅣ No.1305

[영화칼럼] 영화 ‘컴온 컴온’ - 2021년 감독 마이크 밀스


마음의 귀로 들으세요!

 

 

아이들에게 삶과 가족, 미래에 대해 물어봅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에 화가 나고,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정답은 없습니다. 있다면 “나만 옳다.”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세상을 잘 모르고, 느낌이나 생각도 모자란다고 말합니다. 착각입니다. <컴온 컴온>의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호아킨 피닉스 분)는 미국 곳곳의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이를 확인합니다.

 

그가 만난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게 삶과 미래를 다양한 감수성으로 상상하고 고민합니다. 자신과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있고,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 두렵다는 아이도 있고, 오염된 지구를 걱정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여동생의 부탁으로 조니가 잠시 맡은 아홉 살의 조카 제시(우디 노먼 분)처럼 누구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질문만 하던 조니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는 제시의 하루하루는 쉽지 않습니다. 서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에 당연합니다. 조니는 “왜, 엄마와는 그동안 소식을 끊었나요?” 같은 당혹스러운 제시의 질문들에 답을 피합니다. 제시는 “내 마음은 내 속에 있는데 삼촌이 어떻게 알아요?”라면서 이따금 고아인 것처럼 행동하고 자연의 소리에 열중합니다.

 

마음에 귀가 있어야 마음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들어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우리가 친교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해야 하는 첫 봉사는 경청이며,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애덕의 첫 번째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어른 사이라고,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제시가 “서로 사랑해도 엄마는 저의 모든 걸 알 수 없고, 반대도 그래요.”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의 스스럼없는 감정 표현을 막고, 말하기를 점점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어른들입니다. 둘의 마음의 문도 결국은 조니가 먼저 ‘어쩌고 저쩌고’의 변명을 대는 대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제시의 마음에 귀 기울여 아이의 감정에 의미를 찾아주면서 조금씩 열립니다. 이를 위해 <컴온 컴온>은 ‘듣고(경청) 말하고(표현)’를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게 반복합니다.

 

이렇게 슬픔과 위로와 치유를 주고받으면서 조니는 제시에게서 어른보다 깊고 넓고 날카롭고, 어른들은 잊고 있던 ‘삶과 세상’의 지혜까지 인터뷰의 대답으로 듣게 됩니다. “미래에는 예상했던 일들은 안 일어날 거예요. 그보다는 생각 못한 일들이 일어나겠죠.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해요! 해요!(Come on, Come on)”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은 원하는 것이 뭔지 아는 것이에요. 당신 자신을 편안하게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제시의 말처럼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어른들은 좁은 공간에서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 벗어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내 감정을 알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생각 못한 일이라도 해보고, 그 일에 감사하면서 기도로 평화와 안식을 찾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 <컴온 컴온>의 아홉 살짜리 꼬마가 “사람은 모두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2022년 10월 16일(다해) 연중 제29주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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