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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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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126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3)


2. “교회가 침몰하고 있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교회상
① 성직자 중심의 교회
② 성경을 빼앗아간 교회
③ 경직된 전례

④ 반세계적인 자세의 교회

또다시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목 339호’에 기고하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 추기경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간절한 소망인 ‘쇄신’과 ‘회개’의 이유로 ‘트리엔트 공의회’(1545년-1563년)가 말하는 소위 ‘트리엔트식 교회’의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트리엔트식 교회’의 영향으로 형성된 잘못된 교회의 모습과 그 결과로 생긴 많은 부작용을 종식시키기 위해 열렸다고 말하고 있다. 김 추기경께서는 그 ‘트리엔트식 교회’의 잘못된 교회의 모습은 과연 어떤 교회였는가를 앞에서도 말했지만 또 다른 한가지인 ‘반세계적인 교회’를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교회와 세계, 즉 서구 사회와의 관계는 처음에는 상호 간의 소원(疎遠)으로, 그 후에는 점차 적대 관계로까지 발전해 갔다. 그리하여 교회는 세계의 정신적·문화적 발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으며, 세계는 인간의 자기 각성, 자기 창조력의 재발견과 더불어 교회 없이(sine Ecclesia) 혹은 교회를 거슬러(contra Ecclesiam) 독주해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니체의 ‘신은 죽었다.’ 라는 선언, 혹은 칼 마르크스의 유물주의적 공산주의 선언 등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교회뿐 아니라, 종교와 신(神)마저 거부하는 인간 본위의 세계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의 반교회적 내지 반종교적 태도에 대한 교회의 답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단지 세계의 발전을 회의적으로 대하는 것만이 아니었고, ‘Anathema sit’, 즉 단죄로써 응하는 극단적인 것이었다. 아무튼 트리엔트 시대의 교회는 세계와의 대화를 상실한 교회였다. 세계도 교회를 외면했지만, 교회 역시 세계를 외면하였고, 더 나아가 이를 심판하는 데만 시종일관하였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종교 개혁을 계기로 무수한 양 떼가 교회를 배반하고 떠난데 이어, 교회는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 과학자 등 지성인 일반을 잃게 되었다.”(「사목」, 339호 255면-256면)


● 세상을 위하여 존재하는 교회!

세상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복음의 진리를 새롭게 확인한 이 공의회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교회의 몫으로 받아들이노라고 장엄하게 선포하였다.(사목헌장, 1항 참조) 법적이고 제도적인 사고를 복음의 정신으로 바꾸어 나가는 이 힘겨운 쇄신의 여정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수많은 세상 사람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최원오, 「사목」, 339호 11면)

필자가 소공동체를 하면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눈과 귀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참으로 감동하였다. 어떻게 교회가 이런 자각을 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제2의 성령 강림이 아닐 수 없고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우리 교회가 트리엔트식 교회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트리엔트 공의회가 끝난 지 4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교회에는 그 잔재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므로 이 명제에 쉽게 동의를 못하고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소공동체 사목을 힘들어 하고 소공동체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이해가 부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함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교회의 존재 목적은 세상을 복음화하기 위함이다. 교회가 세상을 복음화한다는 말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서울대교구장이셨던 정진석 추기경께서 2010년도 사목교서에서 그해 사목방침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즉 복음화로 세상을 바꾸자는 말이다. 세상을 복음화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복음화해야 하고 교회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에 봉사해야 하고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교회는 과연 그런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바로 아직도 우리는 트리엔트식 교회관과 사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등진 교회, 세상을 적대시하는 교회, 세상 위에 군림하는 교회, 세상과 대화를 상실한 교회, 세상 속의 교회가 아닌 별세계에 특별한 모습으로, 별천지에서 별개로 존재하는 교회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자만과 독선, 자아도취와 권위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하게 우려할 일이다. 왜냐하면 세상을 떠난, 세상을 외면한, 세상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교회는 ‘친교의 교회’라는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걱정하거나 실망하게 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2006년도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개신교만 14만 명이 감소했다. “개신교는 왜 홀로 쇠퇴하고 있는가?”라고 외치면서 그 원인으로 “우리 개신교가 지역 사랑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개신교는 우리들만의 교회였다.”라고 개신교 스스로 진단하였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은 세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교회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이 말은 교회가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지 못했다는 말이고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교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 봉사하고 세상을 섬기기보다는 ‘신자확보’에 혈안이 되었고 ‘교세확장’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성사(聖事)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교회가 성사가 아니라 목적이 되면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실망 때문에 교회를 떠나게 되고 특히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로 지금 유럽 교회는 비어가고 있고 화석화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어느 언론과 인터뷰를 하던 중에 눈물을 흘리며 우신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때문이었다. 추기경님께서 왜 세상일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을까? 우리 천주교 일도 아니고 종교적인 일도 아닌데, 그분이 눈물을 흘리신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걱정하고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중생(衆生)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말이 있다. 세상이 아프면 예수님도 아파하신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의 징표,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의 관심사나 세상 사람들의 바람과 갈증을 알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친교의 교회’가 될 수 있다. ‘친교의 교회’ 내지 복음 중심의 신앙생활을 통하여 교회의 진정한 복음화와 새로운 복음화를 이룰 수 있다. 소공동체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다. 교회는 지금 복음화, 내지 새로운 복음화를 외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복음화와 새로운 복음화의 유일한 대안인 소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공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월간빛, 2012년 12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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