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자꾸 실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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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4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27) 자꾸 실수를 합니다

 

 

Q. 어려운 일이 닥치면 가슴이 떨리고 생각이 좁아져 자꾸만 실수하고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 부모님도 늘 “너는 왜 하는 게 그 모양이니?” 하고 핀잔을 주십니다. 이제는 여자친구마저 ‘새가슴’이라고 놀려대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실수하고 나면 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자책하곤 하는데 나아지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의젓하게 일을 처리하는데, 왜 저는 천덕꾸러기처럼 사는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요?

 

 

A.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세상 사람 가운데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 익숙해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왜 나만 이럴까’ 하고 자기 마음 안에 무덤을 파서는 안 됩니다.

 

대체로 다른 사람을 보고 새가슴이니, 남자답지 못하다느니 하며 비아냥거리는 사람일수록 겁쟁이이거나 새가슴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귀를 막고 듣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인생길에 훼방을 놓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왜 당황할까요?

 

인생은 ‘학습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이 학습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명시적 학습’과 ‘묵시적 학습’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예로 들지요. 운전하는 법을 처음 배울 때는 명시적 학습 즉, 의식적 학습을 합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묵시적 학습 즉, 무의식적으로 운전하게 되지요.

 

그런데 아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역으로 행동합니다.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조급하고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경직되며, 자신이 하는 생각 이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명 ‘재앙화 사고’라고 합니다.

 

재앙화 사고란 가장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일이 일어날 가능성 즉, 덜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하지 못합니다. 막연한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마치 지금 바로 일어날 것처럼 인식합니다. 중간과정을 건너뛰는 생각을 합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려면 적어도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중간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바로 최후 종말을 생각해 스스로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심하게 하고, 스스로 더 위축되게 만듭니다.

 

재앙화 사고의 근본적 문제는 막연한 부정적 추론입니다. 그런데 이런 막연한 생각은 재앙적 상상을 촉발하고, 자신이 그것에 대처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지게 합니다. 특히 불안감이 심해지면 재앙화 사고는 더 기승을 부려 실착하거나 실수하게 하고, 다시 더 심한 당황감과 당혹감에 빠지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싸움터의 장수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임전무퇴의 기상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긴장하고 싸움닭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장수가 연일 승승장구를 해서 왕이 손수 전장을 방문했습니다. 왕이 장수에게 비법을 물었더니 장수가 말하기를 “밥을 먹을 때는 병풍을 치고 제대로 상을 차려 먹고, 시간 나는 대로 풍악을 즐겼으며, 싸움을 하지 않고 쉴 때는 시를 짓고 꽃구경을 하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승리의 비결은 ‘마음의 여유’라고 하더랍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살면 당당한 인생을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황스러움은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진정되고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당황하는 것은 덜된 사람 또는 열등감이 많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마음의 준비가 덜 돼서 그런 것뿐입니다. 따라서 포기하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태풍에 시달리는 배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런 때 가장 효과적인 안정 수단은 ‘성경 말씀’과 ‘묵주기도’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심리치료방법도 좋지만 단조롭게 같은 기도문을 외우는 묵주기도는 하면 할수록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성모님이 나를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게 해 불안감을 감소시켜주는 최상의 심신 안정제입니다. 또한 성경의 좋은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님 품 안에 머무르는 기도 시간도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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