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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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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 들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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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5-01 ㅣ No.831

[경향 돋보기 -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본 구제역 사태]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 들려준 이야기

 

 

2010년 11월 구제역 의심 신고가 처음 들어온 안동 지역을 방문하여, 100여 일 동안 갖가지 고초를 겪은 피해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온혜분회 소속으로, 기르던 소 여덟 마리가 모두 살처분된 이기환씨(43세), 소들의 살처분은 면했지만 구제역과 싸우면서 몇 개월 동안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한 이태식 씨(54세), 직접 소를 키우지는 않지만 인터뷰 중간중간 도움말과 보충설명을 해준 박성호 씨(43세)의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퇴계 이황 선생의 유덕을 추모하는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시 도산면, 그중에서도 면소재지인 온혜리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농부 이기환 씨.

 

그는 자식 같이 기르던 소 여덟 마리를 모두 살처분 매몰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목소리에서는 흥분이, 얼굴에서는 열기와 홍조가 가시지 않았다.

 

이기환 씨가 구제역 통보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5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4대강 반대 미사에 참여하던 중이었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남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와룡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연락이었다고 한다. 남의 일로만 여기던 구제역 사태가 자신에게도 현실이 된 것이다.

 

설마 우리 마을까지 오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거리가 가까우니까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걱정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조치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12월 5일 이기환 씨는 350미터(직선거리) 떨어진 이웃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의심 신고를 하면 살처분을 해야 한다. 이웃 농가 소들(17마리)이 12월 6일 살처분되었고, 12월 9일에는 그 소들의 혈청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양성’ 판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기환 씨의 소들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되었고, 결국 그의 밭모퉁이에 12월 10일 모두 매몰되었다. 그 가운데 어미소 다섯 마리는 만삭이었다고 한다. 이 급작스러운 사태에 이기환 씨와 그 어머니의 심정은 말로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살처분 직전에 소들에서 채취한 혈청의 검사 결과가 12월 15일 나왔는데, 판정 내용은 ‘음성’이었다. 곧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으니,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키운 ‘가농소’

 

이기환 씨의 소들이 구제역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은 ‘흙 · 사람 ·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유기축산’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사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우사(牛舍)에 톱밥을 깔고, 사료 대신에 농업부산물(무농약 볏짚, 쌀겨, 콩깍지, 옥수수대 등)로 만든 안전한 자가 사료로 소를 키우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소들에게 유기농 된장을 먹이고 날마다 빗질까지 해주며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가톨릭농민회 회원인 이기환 씨는 2007년부터 ‘가농소’(가톨릭농민회 소)를 입식하였다(의정부교구 행신1동 본당에서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한 마리, 서울대교구 한강 본당에서 2009년에 한 마리 지원) 입식이란 소나 돼지 등 가축을 새로 농가로 들여와 사육하는 것을 말한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는 ‘가농소 입식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운동은 도시 본당(또는 단체)에서 가톨릭농민회 회원 농가에 암송아지를 살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입식하게 하고, 안전한 사료로 키운 ‘가농소’의 배설물로 양질의 퇴비를 마련하여 농사를 지으며, 두세 차례 송아지를 낳은 어미소는 주로 명절 때에 도축하여 직거래로 안전한 쇠고기를 도시와 농촌이 나누는 운동이다. 이기환 씨가 기르던 ‘가농소’ 세 마리가 모두 살처분당하자 행신1동과 한강 본당 신자들이 지난 1월 위로방문을 하기도 하였다.

 

2007년 세 마리로 시작하여 4년 동안 여덟 마리로 늘리는 동안, 단 한 마리의 소도 출하하지 못하고 공만 들인 이기환 씨. 그의 집 마당과 밭에는 여전히 톱밥과 볏짚과 왕겨와 유기농 된장 등이 넉넉하게 놓여있었지만, 우사에는 소들의 우렁찬 울음소리 대신에 농기구들이 우울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피해 보상은 누가 책임 지나

 

이제 이기환 씨의 주요 관심은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살처분 당시 정부에서는 100% 보상을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보상 방침은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이 이기환 씨의 입장이다.

 

자신이 직접 꼴을 베어 먹이면서 공들여 키운 ‘가농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겨우내 손대지 못하고 추운 날씨와 눈에 노출된 사료용 볏짚들이 바람에 날리고 못쓰게 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보상이 없다. 소들이 매몰된 곳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볏짚이 쌓여있는 유기농 밭에는 감자 등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으니 그것도 손해이다.

 

또한, 그의 밭 안쪽에 매몰된 소들의 이송에 필요한 진입로를 제공하라고 하는데 그 길을 내려면 200평 이상의 밭에 파종을 할 수 없다. 그동안 쓰던 지하수를 사용할 수 없으니 깨끗한 물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 급수 문제의 해결도 요원하다.

 

 

소들의 살처분은 면했지만…

 

같은 동네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소를 키우고 사는 이태식 씨(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온혜분회장)의 소들(36마리)은 살처분을 면하였다. 그의 집이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져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이태식 씨는 작년 12월부터 얼마 전까지 자기 집에 고립되어 구제역과 싸우며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한 암소 한 마리가 조산을 하였고, 송아지도 어미소도 모두 죽고 말았다.

 

죽은 송아지를 묻는 중장비 사용 비용은 개인 부담이었다. 어미소에 대한 보상은 죽은 당시의 무게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런데 백신 접종 후 병약해져서 며칠 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어미소의 무게는 300kg도 되지 않으니, kg당 7,000원으로 계산할 때 210만 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처음 사올 때 지불한 송아지 값도 안 되는 금액이다. 그리하여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바에는 시청 앞에다 죽은 소를 내려놓겠다고 하니, 결국은 수의사들이 처방하는 예방 접종 기준, 곧 450kg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아서 백신 접종 후의 폐사 문제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돌연사나 유 · 조산 같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염려는 접종 전부터 제기되었다고 한다. 완벽한 격리와 방역으로 구제역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던 이태식 씨에게 백신 접종은 달갑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다.

 

 

피해자에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구제역 문제가 긴급하고 절박할 때에는 정부에서 적극 사태 수습과 문제 해결을 위하여 뛴다. 처음에는 살처분, 나중에는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실시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고비가 지나가면 살처분과 백신 접종에 따른 피해 보상 과정에서 제2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농민이다.

 

언론에서도 더 이상 구제역 사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니, 피해 농민들의 울분과 외침은 메아리 없는 탄식으로 끝나기 일쑤이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축산농가를 향하기도 한다. 보상을 노리고 묻었다느니, 그러니 보상액을 줄여야 한다느니 하는 안타까운 의견들이 떠돈다.

 

그러나 이미 살펴보았듯이, 피해 농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하였고, 농작지 축소에 따른 소득 감소마저 감수해야 한다. 지하수 문제도 해결 과제이다. 다시 송아지를 사서 기르기 시작하더라도 ‘가농소’ 같은 경우는 3-4년이 지나야 원상복구가 된다. 출하하기까지 꼴을 베고 유기농 된장을 먹이며 또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농민들에게, 100% 피해 보상을 해주는데 무슨 불만이 있느냐는 차가운 비난은 또 하나의 상처를 입힐 뿐이다.

 

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송아지를 얻으려고 키우는 번식우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를 얻으려고 키우는 비육우(肥肉牛)이다. 비육우는 국어사전에 “질 좋은 고기를 많이 내기 위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살이 찌도록 기르는 소”라고 되어 있다. 번식우 농가에서 송아지를 비육우로 공급하는 식이다. 보통 비육우 수송아지를 우사 하나에 수십 마리씩 넣어 20개월 정도 키운 다음 도축장으로 보낸다. 농가에서 ‘가농소’처럼 온갖 정성을 기울여 3-4년씩 기르는 소들과, 기업적으로 대량 사육하는 소들을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 화살이 과녁에서 빗나가면 무고한 희생이 생긴다.

 

 

우리 축산업이 흔들리면, 그 다음은?

 

구제역 백신 접종 이후에 한우에 대한 불신이 자란 것도 커다란 문제이다. 실제로 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사람처럼 소도 예방 접종을 해왔고, 구제역 백신 접종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때가 때이니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예민 반응은 시일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한우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호감이 다소 흔들리는 사이에, 값싼 수입 쇠고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한우 축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한우 축산업이 붕괴된 다음에도 외국의 수출업자들이 값싸게 쇠고기를 공급할 것인가? 우리 국민들이 값싼 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값싼 수입육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품질 좋은 국내육이 생산된 덕분이 아닌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우리 정부가 한우 축산업을 포기하고 값싼 외국산 쇠고기의 수입 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추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축산농민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거대 자본의 압력으로 축산업 정책이 바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농민과 농촌이 짊어지는 결과를 두려워한다.

 

 

계속되는 농민의 시련, 그 대책이 절실하다

 

축산농가의 시련은 이번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동 제한이 풀리고 우시장이 열리면, 살처분되지 않은 소들이 대량매물로 나올 것이고 그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kg당 7,000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한다. 소들을 싼 값에 출하하지 않고 버티려니, 20-30%나 인상될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다. 농가의 번식우는 연간 120만 원, 비육우는 그 두 배의 사료값이 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올해 안에 도산하는 축산농가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민의 대부분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빚은 내어 송아지를 사고 농사를 짓는다. 소득이 적으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빚 500만 원을 모두 갚는 데 5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식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면 집이 망한다는 말도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싶어도 4대 보험이 안 되니, 사고 대책이 없어 고용할 수가 없다. 농민을 위한 정책, 농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축산농가가 줄어들면 고기 공급도 부족해져서 값이 오르고, 그래서 축산농가가 많아지면 공급이 넘쳐 다시 값이 내려가는 악순환도 문제이다.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안정적으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구제역 대응의 열정이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축산정책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경향잡지, 2011년 4월호, 글 노희성 기자, 사진 장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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