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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신선한 교육으로 더욱 다져지는 공동체 정신 서포선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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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08 ㅣ No.1006

[본당순례] 신선한 교육으로 더욱 다져지는 공동체 정신 서포선교본당

 

 

가을 햇살 아래 성모님의 미소와 손길이 고루 퍼져 포근한 뜰이다. 이곳에 들어선 사람들의 모습 또한 푸근하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활기찬 몸짓을 더하며 서로 다독거린다. 작은 성전에는 교우들이 빼곡하게 자리했고, 왼편 앞자리 세 칸에 자리한 성가대가 연습에 한창이다. 시골 성당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테너 파트가 보란 듯이 화음을 만든다.

 

 

없는 게 없는 선교본당

 

이 성당은 놀랍게도 주일미사에 참례한 남성 신자들의 비율이 상당하다. 여느 성당과는 달리 보기 드문 현상이다. 주말마다 본가에 들린다는 젊은 부부의 어린아이 둘은 성전에 기쁨을 더하고, 인근 관광지를 찾은 여행자들의 방문 또한 활기를 더한다.

 

신자들은 미사 전에 일찍 도착하여 성전 입구에 비치된 메모지에 그날의 성경구절을 적거나 매일미사 책에 표시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전례에 임한다. 이어지는 미사는 한마음으로 엮어서 올리는 정성이 물씬하다. 공지사항 시간에는 이 달에 축일을 맞이하는 두 사람이 앞으로 나오니 안수와 선물을 전하고 축가가 울려 퍼진다. 미사 후에는 한 자매가 신자들의 많은 기도에 감사하다고 빵과 음료를 나눈다. 임성진 요한 주임 신부는 이 본당은 규모가 작아 가족적인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처럼 신자들이 작은 일이라도 있으면 떡이나 뭐라도 나누는 일이 매우 빈번하다고 자랑한다.

 

2007년 12월 서포공소, 곤양공소, 봉계공소를 묶어 서포선교본당이 설립되었다. 공소에는 사제관이 없었으므로 초대 신부는 민박집에서 기거하며, 서포성당과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 주택을 구입하여 사제관을 마련했다. 사제는 세 곳의 사목을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서포선교성당 곤양공소성전

 

 

서포선교본당 봉계공소성전

 

 

주일미사는 매주 곤양에서 9시와 서포에서 11시에 있으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6시에는 봉계에서 있다. 평일미사는 화, 수, 목 새벽이나 저녁에 있다. 현재, 곤양과 서포를 합치면 90명 정도의 신자들이 나오고 있고, 봉계에는 소수의 교우들만이 남아 있어 앞으로의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 임성진 신부는 서포 이태영 발렌티노, 곤양 김문길 금구베드로, 봉계 박재민 바오로 사목회장이 하나의 본당 공동체를 효율적으로 이루어나가기를 바라며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인다. 

 

 

교구 인력의 자원을 지원받으며

 

임성진 신부는 교포사목을 마치고 이곳으로 올해 부임했다. 공소시절부터 사제가 없이 살아온 여기 신자들은 스스로 뭐든 해나가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을 알았다. 거기다 조금만 방향을 잡아주면 척척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미사 전 묵상하는 방법을 말했더니 금방 실천하고 있다. 분기별로 교육을 기획하여 신자들의 영성을 북돋우기로 했다. 3월에는 사순음악피정을 실시했다. ‘너 어디에 있느냐?’를 주제로 하였고, 교구 청년들의 지원을 받아 젊은 기운을 듬뿍 불어 넣을 수 있었다. 8월 교육에는 ‘본당은 우리’를 주제로 하여 교구 ME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신자들은 공동체의 기쁨을 마음껏 경험하고, 봉사자들 또한 시골 본당의 형제자매들을 알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10월 15일에는 박우곤 알렉시우스 강사를 초빙하여 신앙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우린 별을 따라 가리라’란 주제로 열릴 이날 이 시간도 신자들은 매우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날에는 공소의 신자들도 함께 모이게 되니 더 큰 축복의 시간이다. 교육이 있어서 행복하고 신심이 깊어지는 것 같다는 어느 신자는 한 5년 이렇게 새로운 시간으로 다져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한다.

 

 

뭐라도 거드는 주인정신

 

성당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거들고 나서려는 주인정신은 너도나도 마찬가지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이나 토박이나 다를 바가 없다. 본당소개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려는 듯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말하고 귀를 기울인다.

 

최부용 요한은 북신동성당에서 연령회 총무로 활동하다가, 13년 전에 이리로 오게 되었다. 상장례교육까지 받은 터라 연령회장을 맡으면서 신자들에게 연도 연습을 시키는 등 5년 동안 열성을 다해 활성화를 시켰다. 유희상 바실리오는 10년 전 밀양서 이곳으로 이주하여 곧 회장을 맡게 되었다. 봉계공소를 수리하던 때가 생생하다. 고생도 했지만, 신앙이 더 돈독해졌다. 회장 5년을 마치고 현재는 연령회장으로 봉사한다. 박봉룡 대건 안드레아는 회장을 6년간 맡으면서 본당 설립 10주년을 맞아 ‘10년 약사’를 정리했다. 비록 인쇄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 작업이 이후의 역사를 보태고 엮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꾸리아 단장으로 봉사한다. 임영환 미카엘은 청십자회靑十字會 회장을 9년째 맡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을 잃은 후, 공동체의 기도와 위로로 이겨내고 몸 바쳐 이 자리를 지킨다. 서포지역에서 제일 오래된 청십자회는 본당의 자랑이자 지역사회의 자랑이기도 하다. 김병수 아우구스티노는 오랫동안 총무를 맡아 오면서, 여러 회장과 사제를 보필하여 성당 지킴이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김병수 총무의 친형인 베드로 형제가 카푸친작은형제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당시 많은 신자들이 참석하였고, 이곳 서포성당에서 첫미사를 바칠 때는 수도자들이 성당을 가득 채웠다. 이태영 발렌티노 회장은 본당 출신 사제의 탄생은 무엇보다도 귀한 일이었다고 그때를 떠올린다. 공소에서 세례를 받고 자라 청십자회를 창립하여 청년 활동을 하며 성장한 그에게는 서포의 역사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본당의 역사는 아직 짧지만 공소에서 이어져 온 이들의 신심은 깊고 단단하다. 처음 변변찮고 작은 성당을 앞에 놓고, 신자들이 힘을 보태어 한 가지씩 만들고 세우며 점차 어우러지게 했던 15년 시간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열악한 비닐천막 주방이 늘 마음에 걸린단다. 그래도 행사만 있으면 열일을 해내는 자매들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표한다.

 

[2023년 10월 8일(가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가톨릭마산 3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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