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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120년 역사 지닌 안동교구 상주 사벌성당 새 성전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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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05 ㅣ No.556

120년 역사 지닌 안동교구 상주 사벌성당 새 성전 봉헌


전국 은인들이 함께 지은 조가비 성당, 순례자를 기다립니다

 

 

오랜 역사 속 희로애락

 

공소 시절까지 120년간 신앙공동체의 대를 이어온 유서 깊은 땅. 40명이 넘는 사제와 50명이 넘는 수도자가 태어난 성소 못자리. 본당으로 승격됐지만, 산업화와 함께 다시 공소로 강등되며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곳. 담당 본당까지 여러 차례 바뀌며 서러움을 겪은 공동체…. 안동교구 상주 사벌성당 이야기다.

 

현재 사벌성당은 퇴강성당과 함께 두 성당이 하나의 본당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본당 이름이 ‘사벌퇴강본당’이다. 사목자는 주임 박재식 신부다. 보좌 신부 하나 없다. 하기야 두 공동체를 합해도 주일 미사 때 나오는 신자들은 100명이 조금 넘을 정도다. 신자들의 평균 나이도 75세다. 90% 이상이 영세 농민들이다.

 

 

가난한 본당, 50년 된 성전 철거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농촌 가운데 한 곳인 사벌면 덕담리가 지난해 9월부터 주목받고 있다. 덕담리 447-2, 사벌우체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사벌성당 덕분이다. 본당 공동체는 주변 도로보다 지대가 낮아 흘러든 빗물로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50년 된 옛 성당을 철거하고 새 성당을 지었다.

 

새 성당은 대지 1831㎡(553.8평)에 건축면적 291.65㎡(88평)의 지상 1층 건물로, 약 110석 규모다. 높이는 약 6m, 철근 콘크리트 구조다. 전체적으로 ‘조가비’(가리비)를 닮았다. 본당 수호성인이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사도 성 야고보’다. 성인의 상징이 조가비다. 유럽 대륙의 남서쪽을 이루는 이베리아반도에 복음을 전한 야고보 사도의 시신을 옮기던 중 바다에 그만 빠트리고 말았는데, 조가비들이 성인의 몸을 덮어 보호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조개껍데기를 매단 지팡이를 짚고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모셔진 산티아고를 향한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야고보 사도의 성당답게 사벌성당은 순례자를 위한 성당이다. 순례하다 쉬며 기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성미술품을 품고 있다. 조가비 모양의 나무 손잡이가 달린 문을 밀고 들어서면 제대 가운데 유리 채색화 ‘최후 만찬’이 시선을 잡아끈다. 변진의(아기 예수의 데레사) 화백의 작품인 최후 만찬은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며 당신 살과 피를 성체와 성혈로 내어 주셨듯이, 사벌 공동체가 친교를 이루고 빵을 나누며 ‘기쁘고 떳떳한’ 신앙생활을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후 만찬 좌우에 자리잡은 유화작품 ‘예수 부활’(90×90㎝)과 ‘겟세마니 기도’(90×90㎝)도 변 화백 작품이다. 변 화백이 건강이 좋지 않아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14처도 올해 안에 설치된다.

 

입 벌린 조가비 틈새에 해당하는, 제대 맞은편 삼각형 모양의 다섯 개 창문은 모두 스테인드글라스. 온통 푸르다. 푸른빛이 낮에도 은하수가 펼쳐지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성당 입구에는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을 비롯해 ‘하늘을 우러러보는 천사’, ‘명상하는 천사’가 신자들을 맞는다. 성당 안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형형색색의 빛을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과 영광을 합창한다.

 

 

전시 공간 ‘선교사의 방’ 마련

 

사벌성당은 순례자의 성당일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을 기억하는 ‘선교사의 방’도 갖추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물려준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의 수단이 전시돼 있는 선교사의 방에서는 한국외방선교회와 파리외방전교회, 골롬반외방선교회 등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성전 봉헌 미사 강론을 통해 “앞으로 많은 순례자가 사벌성당을 찾아올 수 있도록 본당과 교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공소로 전락했던 역사를 이제는 반복하지 않도록 교구가 책임지고 지키겠다”며 “안심하고 기쁘고 떳떳하게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5일, 이힘 기자]

 

 

박재식(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신부

 

“한 신자가 1억 원을 기탁하면서 시작한 사벌성당 재건축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사도 성 야고보 축일(7월 25일)에 성전 봉헌식을 거행한 주임 박재식 신부는 “가톨릭평화신문 애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분이 성당을 짓는데 도와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특히 “서울ㆍ대구ㆍ의정부ㆍ대전 등 교구 본당을 순회하며 성전건립금 마련에 나섰을 때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는 안동교구 선배 사제들이 열심히 잘 사신 덕분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성전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성당을 방문했을 때 오히려 ‘나눔’을 실천했다. 준비한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찾아간 성당 신자들에게 선물하면서 건축 기금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강론을 준비했다. 노자의 「도덕경」 이야기를 비롯해 ‘인간의 심리는 조금씩 선한 쪽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주장한 캐나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이야기, 몽골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거대한 집단의식의 출발점인 칭기즈칸의 ‘발주나의 맹약’ 등을 이야기했다.

 

“성경 암송대회에 나가 받은 1등 상금을 봉헌한 신자, 생전 처음 보는 신자가 전하는 거액의 성금 등은 하느님께 많은 사랑과 은총을 받고 있음을 체험하게 했습니다.”

 

박 신부는 “사벌성당이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으로서 쉬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전 세계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선교사들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5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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