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진정한 봉사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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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6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42) 진정한 봉사자란?

 

 

Q. 제가 아는 신자가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를 하면서 열심한 신자라면 이태석 신부님처럼 자신의 삶을 버리고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희생적 봉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맞는 말이라고 긍정은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저는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이태석 신부님처럼 살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직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분은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는데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기보다 상대하기 거북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분인데 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 그분 말처럼 열심한 신자는 자기 삶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건가요?

 

 

A. 그분은 성격상 문제가 있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군요. 마음의 건강 여부는 대인관계 상태로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면 정신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대인관계가 좋지 않거나 그분처럼 독불장군식인 경우에는 그가 하는 말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건강치 못한 것입니다. 대개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자신도 그런 식으로 자기 삶을 포기한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강박관념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신념을 가지고 사는데 아무리 자기 신념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그리 건강치 못한 사람들이기에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태석 신부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요? 제가 아는 선교사 중에 이태석 신부처럼 오지에서 봉사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한 달 휴가를 받아서 귀국했는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고 인사를 왔습니다. 왜 벌써 가느냐고 했더니 한국에서보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일이 더 많고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아마 이태석 신부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영성심리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감을 늘리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봉사자라고 칭찬하면 손사래를 치는 이유는 그분들은 봉사를 통해 행복을 얻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생존, 사랑과 소속감, 힘, 자유, 즐거움이라고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생기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며, 하나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태석 신부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 신부는 수단에서 의료활동을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그의 장례미사에 수단 아이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충족된 것입니다. 또한 그는 그런 활동을 통해 수단 사람들과 하나의 공동체 일원이 돼 소속감을 충족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힘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은 받는 사람보다 본인이 더 힘과 자유로움, 행복감을 갖습니다.

 

많은 분이 이태석 신부가 오지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려서 일찍 주님 곁으로 간 것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갖습니다만, 이태석 신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산 분입니다. 그리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이 신부의 행복감도 더 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 이태석 신부처럼 희생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식의 무지한 말은 하지도 듣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보다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습니다. 

 

가끔 자신이 봉사활동을 가는데 그곳 사람들이 자기를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가서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돌아와서는 자신이 한 일을 과대 포장해 자랑하기 바쁩니다. 참 피곤한 사람들입니다. 자기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입이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마음이 행복감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의 행복이 날아갈까 봐 벙끗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는 표정이 가득합니다. 형제님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시고 유사품에 속지 말고 진품 봉사자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평화신문, 2014년 3월 30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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