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8: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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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3-27 ㅣ No.4045

[가톨릭 신학08]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1)

 

 

우주는 얼마나 클까요? 우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대부분 억 단위입니다. 지구는 태양계의 한 행성에 불과하고 우주에는 지구가 속한 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천억 개 이상이 있으며 우주의 크기는 47억 광년이지만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삶이 답답할 때 이런 이야기는 잠시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 우주의 창조주라고 고백합니다. 천체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탄생, 역사를 이야기하고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께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창조주라고 고백합니다. 이성도 신앙도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에 이성을 통한 탐구는 신앙에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천지의 창조주’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성경이 자연과학 서적이 아니라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구약성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창세기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강조합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대하여 ‘바라(ayb)’ 라는 히브리어를 사용하는데, 이 단어는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행위, 인간이 감히 할 수 없는 전능한 행위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바라’는 하느님의 하느님이심을 드러내는 단어입니다. 성경은 시간까지도 창조물이라고 말합니다.

 

마카베오기 하권 7장 28절은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라고 합니다. 이로부터 교회는 철학적 표현을 사용해서 ‘무로부터의 창조’를 말해왔습니다. 이 말은 물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하셨다는 것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신학적으로는 하느님의 근본적 특성을 표현한다고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 그 어느 것에도 제한받지 않으시고, 물질적이든 영적인 것이든 그 어떤 조건에도 매이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즉 그것은 하느님의 절대 자유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절대 자유는 하느님의 고유한 속성입니다.

 

신학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는, ‘무엇을 가지고’ 창조하셨는가가 아니라 창조가 하느님의 선하심과 지혜로운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교리는 다음 몇 가지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과 창조물 사이의 구분입니다. 고대 근동에는 피조물을 신성시하는 민족들이 많았는데, 구약성경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합니다. 신약성경에서도 사람들이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받들어 섬긴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로마 1,25 참조) 찬미받으셔야 할 분은 오로지 하느님이라는 것을 신구약 성경 모두 강조합니다.

 

둘째, 오직 하느님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권위를 가지십니다. 인간은 창조주께 피조물을 돌보라는 명령을 받은 관리인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지구 환경을 보호할 의무도 도출됩니다.

 

셋째, 창조하신 모든 것이 하느님이 보시기 “좋으셨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으셨던 것은 딱 하나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서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이원론, 물질세계를 악하게 보는 그런 원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이 모든 것을 당신의 자유와 사랑 안에 있게 하신 창조주이시며, 우리는 이 신앙을 고백합니다.

 

[2023년 3월 26일(가해)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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