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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선종: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업적과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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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8 ㅣ No.706

[베네딕토 16세 선종]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업적과 발자취

 

신앙의 위기 속에 탄생한 교회의 수호자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발코니에서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CNS

 

 

신앙의 위기 속에 탄생한 교회의 수호자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수호하고, 진리와 교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새천년기가 막 시작한 시기 사도좌에 착좌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자연스레 주어진 사명이었다. 신앙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당시, 일찍이 신학자로 활약해온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즉위는 주님의 섭리였다.

 

세기 말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한 무신론자들의 범람과 교회를 향한 공격, 서구 사회에서 고삐 풀린 듯 쏟아져 나오는 세속주의 세태와 상대주의의 흐름 속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위 8년간 ‘교회의 수호자’ 역할을 다했다. 선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공산주의와 싸웠다면,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그리스도교를 흔드는 사상의 풍랑과 맞서 싸웠다.

 

교황은 난무하는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격랑 속에 추기경 시절부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지, 신학자들의 실험장이 아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올바로 계승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계승해 ‘영적인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가 새로운 복음화로 무장하는 데 힘쓴 교황이었다.

 

 

3차례의 세계 주교 시노드 개최

 

교황은 즉위한 그해인 2005년 10월 교회의 핵심인 ‘성체성사’를 주제로 제11차 세계 주교 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를 개최해 성찬례 거행과 공경의 의미를 북돋웠다. 곧이어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낸 것도 모두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의 핵심으로 돌아가도록 이끌고자 한 그의 의지였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8년 ‘성경’, 2012년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총 3차례의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했다.

 

8년 사이 3차례나 세계 주교들을 소집한 것도 탈 그리스도교 현상에 맞서고자 교회의 지혜를 모으기 위함이었다. 특히 재위 말, 그에겐 ‘신앙의 전수’와 ‘새로운 복음화’가 키워드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신앙의 해’는 신앙의 회복과 더불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그의 사도적 사명을 보편 교회에 적용한 것이다. 교황은 2010년 “우리 시대는 신앙 포기라는 도전을 받고 있다”며 “현대 세계에서 선교 열정을 가지고 새 복음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포하고, 교황청에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6년 3월 25일 새 추기경들과 공동집전한 서임 축하미사에서 정진석 추기경에게 반지를 수여하고 있다.

 

 

바오로 사도, 사제직, 그리고 공고한 믿음

 

교황은 이와 더불어 3차례 기념의 해를 제정해 보편 교회가 하나 되도록 이끌었다. 교황이 ‘바오로의 해’(2008~2009년), ‘사제의 해’(2009~2010), ‘신앙의 해’(2012~2013)를 선포한 것은 2000년 가톨릭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다시금 깊이 이해하고, 교회 공동체가 단단해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전 세계 신자들은 ‘완벽한 선교사’였던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본받고, 사제들은 사제직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교회 위기 속에 신앙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신앙의 해까지, 모든 지역 교회는 때마다 같은 주제 아래 모였고, 교회 안에서 희망을 얻었다.

 

 

28차례 해외 사목 방문, 복음화를 향한 헌신

 

교황은 28차례 로마 밖으로 나가 ‘지구촌 평화의 사도’의 역할을 다했다. 고향 독일을 3차례나 방문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하자”며 모국을 새 복음화 바람의 진원지로 만들고자 힘썼고, 카메룬, 요르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멕시코와 쿠바를 방문하며 ‘유럽의 교황’이라는 비난도 잠재웠다. 가정과 생명, 화해와 용서,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물질 만능주의와 세속화에 젖은 현대인들에게 가톨릭 전통과 문화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우며 새 복음화의 씨앗을 뿌렸다. 특히 가톨릭에 뿌리를 둔 유럽 사회는 신앙으로 재무장할 것을 강조했다.

 

독일과 호주, 스페인에서 열린 3번의 세계청년대회에도 참석해 젊은이들에게 신앙 열정을 불어넣었다. 교황은 10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운집한 대회 때마다 “그리스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갖고 단단한 신앙의 반석을 세워 하느님과 하나 되자”고 힘을 실었다.

 

특히, 2012년 교황은 쿠바를 사목 방문해 피델 카스트로 의장과 마주했고, 오랜 사회주의 체제지만 종교활동이 자유롭게 펼쳐지길 기원했다. 이를 계기로 쿠바는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종교 행사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으며, 이후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등 화해의 사도로서 역할도 다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2년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팔리움을 수여한 뒤 두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추기경 90명 임명, 45명 시성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8년 재위 기간 한국 교회의 고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추기경 90명을 새로 임명하고, 보편 교회의 공동체 결집과 선교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옥현진 대주교와 김종수 주교와 손삼석 주교를 비롯해 96명에 이르는 각지의 사제들을 주교로 임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를 비롯해 세계 모든 신자가 공경해야 하는 복자도 45명 시성했으며, 800여 명을 시복했다. 교황이 즉위한 2005년 10억 9000만 명이었던 지구촌 가톨릭 신자 수는 8년 뒤 12억 5000만 명에 이르렀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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