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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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현대 영성: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 홀로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고독의 영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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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26 ㅣ No.1635

[현대 영성]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홀로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 고독의 영적 의미

 

 

“오늘도 아무도 저를 찾는 사람이 없어요. 자식들은 너무 바쁘고, 성당에 가는 것도 힘들어요.”

“홀로 조용히 있으면 뭔가 모를 두려움이 밀려와요. 그래서 늘 TV를 켜 둔답니다.”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홀로 고요히 머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피정을 하고 싶어요.”

 

 

오늘날 현대인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홀로 있어 외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 있어도 소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간접적인 소통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 혼자 식사하는 이들, 그리고 부양가족 없이 홀로 살다가 쓸쓸하게 고독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외적인 고독에 지배되기보다는 내적인 고독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안에서 참된 하느님과의 깊은 영적 유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토마스 머튼에 따르면, 모든 외로움과 외적 고독, 소외감은 우리가 진정 내적 고독 속에서 홀로 있는 법과 그것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참된 고독과 영적인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고독孤獨이란 무엇인가? 문자적 의미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뜻하는데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외롭다” “고독하다”라고 할 때, 그 이면에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거나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사랑받고 싶다, 관심받고 싶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된 내적 고독은 더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영적이다. 하느님과의 더 깊은 영적 유대를 위해 그분 앞에 홀로 머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이 바로 고독이다. 그래서 고독은 ‘기도’이기도 하다. 이 고독을 위해 실제로 일상과 사람들로부터 물러나는 외적인 고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번잡한 생각과 원의로부터 물러나 하느님께 집중하는 내적인 고독도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피정을 하며 하느님께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외적 고독과 내적 고독이 모두 중요함을 잘 보여 준다. 그런데 우리가 어느 정도 깊은 고독 속에서 하느님과의 영적 유대가 형성되어가면 고독을 위한 완벽한 장소를 찾기보다는 모든 곳에서 하느님과 홀로 있을 수 있는 영적 자유로움에 이르게 된다. 

 

고독은 ‘자기-비움’을 통한 ‘자기-초월’의 길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의 자아가 온전히 비워지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자아, 나를 넘어 ‘초월된 자아’에 도달하기 위해 진정 하느님 앞에 홀로 머무는 고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고독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더 큰 사랑을 위한 도구이며 관상의 길이다.

 

고독은 또한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길이다. 홀로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던 예수님의 고독,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리시던 예수님의 그 고독, 십자가 위에서 죽어 가신 예수님의 그 고독과 하나 되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고독과 만날 수 있다. 이 하느님의 고독과의 만남은 그분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게 해 주고, 이 사랑 안에서 다른 사람의 고독과도 만나게 된다.

 

결국 내적 고독은 예수님과의 깊은 영적 유대와 사랑의 일치를 위한 자기 비움의 길이다. 자신을 하느님 앞에 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 (죄, 가난 등)을 하느님 앞에 말없이 내어 보여 드리는 것이다. 이 고독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시간 안에서 하늘의 시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진정한 고독은 초자연을 향한 갈망이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며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기도이다. 무엇을 얻기 위한 방법을 넘어 하느님의 영과의 깊은 친교와 일치 안에서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은 영적 충만의 시간인 것이다.

 

[2021년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가톨릭마산 3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분도 명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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