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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세월호 참사의 아픔 치유하려면, 왜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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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6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47) 세월호 참사의 아픔 치유하려면 ①

 

 

Q.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심한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성숙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애끓는 마음이 온 국민의 마음을 가득 채웠고, 그동안 덮여 있었던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선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묻고 싶습니다.

 

A.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TV를 보던 모든 어른은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에 매일 눈물지었고 지금도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이 자식을 잃은 부모님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더욱이 그런 사고 이후에 유족들의 가정이 여러 가지로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유족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후 대개 그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점차로 자신을 질책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자기들의 부모가 어떻게 살아주기를 바랄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시길 강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자신들 때문에 힘들게 살기를 바랄지, 아니면 자식들의 몫까지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랄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시길 권유하고 싶습니다. 자식이 죽었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하면서 식음을 전폐하는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당연히 편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 편치 않은 마음으로 부모 곁을 떠날 영혼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므로 아무리 마음이 힘들더라도 자식의 영혼이 편안한 안식을 누리게 하려면 억지로라도 웃고 억지로라도 몸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봉사로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피지 못한 영혼이 꽃피게 하려면 부모님들께서 자식들의 이름으로 선행을 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Q.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지에서 살아온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별문제가 없을까요?

 

A. 아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음을 안산 단원고 교감 선생님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보여주셨지요. 심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친구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하는 심한 우울감에 사로잡혀서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유족들만큼이나 힘든 심리적 갈등과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안고 가는 심리적 짐인 데다 사고의 후유증 등으로 불안증 · 불면증 · 공포심 등 여러 가지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려야 합니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고등학생입니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에 대한 장기적 관심과 심리적 돌봄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 대한 심리치료는 개인상담과 그룹상담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합니다. 개인상담시간에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말 못할 것들을 털어놓게 하고, 그룹상담에서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모여서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위로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게 해야 합니다. 간혹 당사자들이 자기는 괜찮다고 그냥 혼자 있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아주 민감한 상태인지라 마음이 순식간에 변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는 해주되 늘 보살펴주는 눈길을 거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부드립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4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48)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나 ②

 

 

Q.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났다고 보시는지요?

 

A. 언론에서는 배의 노후, 선장의 무책임 등을 문제가 일어난 동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작은 이유가 사건의 동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돈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사회였다면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조처를 했을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거의 다 돈에 눈이 먼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세월호의 경우는 그중에 하나지요. 폐선할 때가 다 된 선박을 싼값에 사다가 안전장치도 소홀히 한 채로 돈 빼먹는 재미로 운영하다가 그런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이지요.

 

Q.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이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A. 그렇습니다. 제가 전에 사목했던 서울 가좌동본당의 경우 재개발로 몇 년간을 속을 끓였었는데 5년 반 동안 사목하는 동안에 제가 본 재개발사업은 명목이야 동네를 깨끗이 한다는 그럴듯한 것이지만 속내는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벌이는 짓이었습니다. 동네의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속이려고 돈독이 오른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서 심지어 동네 폭력배들까지 동원해 강제로 주민들을 몰아내고 아파트를 지어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소위 재개발사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저 같은 문외한도 했던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하느님 자리를 돈이 차지하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사회의 이런 문제들은 우리 교회의 사목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당연히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고, 저도 일부 인정합니다. 사회문제는 사회의 전문가들이 해결해야지 교회가 아주 깊은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문제로 야기되는 사람들의 영혼 타락에 관한 것은 교회가 전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일컬어 천민 자본주의사회라고 외신들이 비아냥거리는데 그런 오염된 사회 분위기, 마치 어항 안의 물이 썩어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그런 병적 현상에 제동을 걸고 사회라는 어항의 물을 맑은 물, 숨 쉴 수 있는 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정부도 어떤 사회단체도 아닌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교회가 사회의 정수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같은 관점에서 저는 우리 사회에서 수도원과 본당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기도생활, 마음의 순수함을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삶이기 때문이지요. 이번 사고에서 자기 목숨을 버리고 제자들을, 그리고 손님들을 구하기 위해서 살신성인한 분들을 의인으로 모시자고 하는 국민적 여론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이 썩은 물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얼마나 질식하면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맑은 사회를 얼마나 갈구하는지를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정부나 기타 관변단체들은 불신의 대상이 돼버린 지 오래기에 사회적 자정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를 비롯한 여타 종교들이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강론대나 설교대에서, 혹은 여러 가지 언론매체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전함으로써 사람들의 병든 마음을 치유할 수 있고 사회의 혼탁함을 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그런 사목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11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49)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나 ③

 

 

문 :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차례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전 국민이 분노한 일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답 : 이번 사고가 다른 사고와 다른 점은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이 부모님들, 특히 전국 어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입니다. 저도 여러 자매님과 대화를 했지만, 이번처럼 대화하다 말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전국의 어머니들이 바닷물에 잠긴 배 안에서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면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의 자식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식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죽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번 사고의 구조 경위가 너무나도 어설프고 어이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모든 국민이 분노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식이 물에 빠져도 저렇게 하겠느냐는 분노에 찬 말들이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보도를 지켜보면서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정도이니 당사자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문제들이 전 국민의 분노를 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문 : 그렇군요. 그런데 현장을 방문한 장관이 컵라면을 먹은 것에 대해 부모님들 특히 자매님들의 분노가 아주 심합니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는지요?

 

답 : 사람들의 분노는 자기 아이가 그렇게 됐으면 먹을 것이 목구멍에 넘어가겠느냐,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먹어댄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무관심하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현장에 온 사람에게 터진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인간 행동의 동기입니다. 

 

어떤 학자가 실험을 했습니다. 침팬지 새끼를 뜨거운 곳에 두고 수컷을 놓아주었더니 새끼를 깔고 앉아서 자기만 살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암컷 침팬지들은 새끼를 살리려고 자기 품 안에 껴안더랍니다. 이번 현장에서 포유류들의 이런 모습이 인간에게서도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오갑니다. 엄마들은 바다에서 죽어가는 자식들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들고 식음을 전폐하는데 소위 책임자란 사람들은 왠지 그만한 아픔 없이 무책임한 말과 행동만 하는 것처럼 보이니 자식을 둔 엄마들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 그렇군요. 그런 와중에 모 정치인의 아들이 미개한 국민 운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 : 모 정치인이 자기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런 것이라고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만 맞습니다. 부모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지요. 보고들은 것이 그 모양이니 말하는 것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미개하다고 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은 질서의식이 없다고 하면서 선민 행세를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저지른 일들이 몇 가지나 될까요? 대부분의 큰 사고는 이른바 배운 사람들이 저지른 행위들입니다. 이번 사고만 해도 겉으로는 나이 든 가난한 선장이 주범인듯하지만 한꺼풀을 벗겨보면 돈독이 오른 사람들의 결탁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란 것이 이미 보도된 바 있듯이,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형 사고들은 질서와 나라 운운하는 우리 사회의 상류층들이 저지른 일들임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즉 미개한 이는 서민이 아니라 서민들을 미개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나라가 위급할 때는 금을 모으고 자원봉사를 하는 등 남의 집 일을 자기 일처럼 돕는, 나라의 문제를 자기 문제처럼 생각해서 발 벗고 나서는 국민들입니다. 이런 국민들을 농락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18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50)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나 ④

 

 

문 :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님들 마음이야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이고 거의 전 국민 특히 어머니들은 정신적으로 우울증에 걸린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죽음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하고 우리가 소홀히 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만든 의미 있는 죽음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 :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죽음이 준 충격은 모든 국민을 정신적으로 무너지게 할 정도로 컸습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가 지금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우선 가족 간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가정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 가정은 핵가족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콩가루 집안 같은 가정이 많았습니다. 부부가 서로 마음이 멀어지고 아이들도 부모와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는 내 자식이 언제라도 부모 곁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했고, 그래서 평소에 갈등이 심했던 가정에서 자식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부모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한 학생들도 팽목항에서 눈물 흘리는 부모들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에 대한 아버지 어머니들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전과는 달리 부모 마음을 상하지 않게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가족애가 두터워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거의 모든 국민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는 인생가치에 대해 깊은 숙고를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도 안 되는 가치관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껍질만 선진국이고 내면은 천민자본주의니 후진국이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인데 이번 참사가 돈을 하느님처럼 생각하는 그런 풍조가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하는지 그 참혹한 결말을 가르쳐준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 의미나 죽음 앞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등 평소 철학자들이 자주 던지는 물음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이 그런 물음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는 반성의 계기를 준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철없는 어른들을 철들게 해주고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불안정한 사회, 아직도 갈 길이 먼 사회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자기도취에 빠져서 살았습니다. 한류열풍이니 OECD 국가니 하면서 마치 선진국 대열에 오른 듯한 착각 속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놀음에 현혹돼 살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무너지려는 모래성의 끝자락에서 목숨을 앗기는 허망한 희생을 당하면서 우리 사회가 견고한 땅 위에 세워진 사회가 아니라 모래성과 같이 바람만 불어도 무너지고 마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사회, 견고함이 결여된 사회임을 온몸으로 고발한 것입니다.

 

문 : 이번 참사에서 참으로 고귀한 행동을 보여준 분들을 의인으로 추대하자는 여론이 높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신자들도 있는데 우리 교회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요?

 

답 : 지금처럼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팽만한 사회에서는 그런 분들을 높이 평가하는 작업이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신자들에 대해서는 복음 정신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은 분들이니만큼 교회에서 특별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갖는 사회적 의미 행동의 가치들에 대하여 교회가 깊은 숙고를 한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교회의 귀한 이름들을 지면에 올릴까 합니다. 남윤철 아우구스티노, 박성호 임마누엘, 최덕하 요한.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사랑보다 더 큰사랑은 없다고 하신 주님 말씀을 온몸으로 실천한 현대의 순교자들이자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임감이란 무엇인지를 남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준 의인들입니다.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분의 영혼과 찢어지는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유족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25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51)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나 ⑤

 

 

문 : 세월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내면은 어떤가요?

 

답 : 저는 개인적으로 서울 가좌동성당 재개발 현장에서 5년 반을 사목하면서 우리나라가 문제가 많은 후진국임을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건설사와 야합을 해서 밀어붙이는 재개발현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습니다. 폭력배들이 설치고 조합임원을 자처하는 자들은 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비조합 즉 폭력배들을 위해서 일하고 그런 와중에 오랫동안 가난한 정든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90% 이상이 쫓겨나다시피 했고 남은 주민들도 결국은 빚더미에 앉게 된 그런 상황이 바로 얼마 전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때 정부권력자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면서 결국 공룡 같은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초식동물 같은 주민들을 먹이로 주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이런 맥락의 연속 선상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권력구조 비리와 부패로 얽혀진 구조가 그런 참혹하고 황당한 참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답 : 저는 개인적으로, 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만 편하면 되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결국 참혹한 사고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지 않고 ‘남의 집 일이야’ 하는 식으로 살아온 것, ‘이만 하면 만족하지 더 무얼 바라’ 하는 안이한 마음가짐이 결국 이런 참혹한 사건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민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아주 야비한 문화정책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대개 독재국가들은 국민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국민들이 상부계층의 비리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려고 스포츠 · 스크린 · 섹스산업을 활성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정상적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마약성분과 비슷해서입니다. 이런 것들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맛 들인 사람들은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 성적 욕구 · 공격성과 같은 것들을 일시에 해소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정권 시절에 암암리에 이런 병적인 문화가 방조되고 조장되기조차 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서 국민들이 정신적 착란 현상에 빠져서 살게 된 것입니다. 세월호 선주가 바로 그 전형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안 좋은 것은 방송매체들이 드라마나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 돈이면 뭐든지 다 될 것 같은 논리를 국민에게 세뇌했고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그 수단이야 어떤 방법이든 간에 영웅시되는 병적 풍조마저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이 10억이 생긴다면 감옥이라고 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국민 정서는 거의 정신병자 수준이 됐고, 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죽음이 갖는 의미와 유족들의 대처 자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어른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학생들의 죽음은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어른들의 사회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고발했고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으로 하여금 사회개혁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의 진정한 의인들이고 어느 한 종교가 아니라 이 나라의 진정한 순교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족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를 잃어서 마음이 아주 힘겨우실 텐데도 돈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우파의 비난이나 좌파의 선동에도 흔들림이 없이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고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매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평화신문, 2014년 6월 1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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