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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동적 경제에서 사회적 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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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23 ㅣ No.1487

[시대의 징표] 유동적 경제에서 사회적 경제로

 

 

새해를 여는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분절된 세계에서 공유의 미래 창조’라는 주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시작되었다.

 

 

부의 82%는 부유한 1%에게

 

올해로 제48차인 이 포럼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인도의 모디 수상, 영국의 테레사 메이 수상 등 수많은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언론과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따로 있었다.

 

“지난해에 창출된 부의 82%는 세계 인구의 가장 부유한 1%에게 돌아갔고,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37억 명의 가장 가난한 사람은 부가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옥스팜(Oxfam)의 올해 보고서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경제가 부자 엘리트에게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하는 한편, 가난한 수억 명의 사람은 하루 종일 노동을 하고 받은 빈곤 임금으로 생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특종 보도했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 중반 영국 옥스퍼드에서 기근 구제를 위해 시작한 국제 구호 개발 기구이다. 지난 75년 동안 옥스팜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제 구호 개발 기구가 전 세계에서 가난을 극복하고자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또 그들 스스로 희망의 기회를 찾게 하여 수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올해의 보고서는 이제 세계의 문제는 더 이상 가난의 퇴치가 아니라 점점 벌어지는 소득과 빈부의 격차임을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억만장자의 소득은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그것은 평범한 노동자의 임금 증가율 2%보다 여섯 배가 넘는다. 그 수 또한 2016년 3월부터 1년 사이에 전례 없는 비율로 증가하였다. 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대다수가 이 행복한 소수가 누리는 번영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복음의 기쁨」, 56항 참조).

 

예컨대 상위 5위 안에 드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가운데 한 브랜드의 대표가 4일 만에 버는 돈은 방글라데시 한 의류공장의 노동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은 액수와 비슷하다. 또한 베트남의 의류 노동자 250만 명의 임금을 생활 임금으로 인상하는 데 드는 22억 달러는 2016년 의류 부문 상위 다섯 개 회사가 주주들에게 지불한 배당액의 3분의 1에 해당할 뿐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빈부 격차

 

옥스팜이 의뢰하여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0개국에서 응답한 7만 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빈부 격차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증가하는 불평등에 대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건 이 문제가 우리에게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하성 교수(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는 2014년 「한국 자본주의」라는 책에서 이렇게 질문하며 근거 자료를 하나하나 제시했다.

 

“임금이 좀처럼 안 오르는 것도, 비정규직이 많아진 것도,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도, 굴욕적 갑을 관계가 많아진 것도, 창업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도, 나라 경제에 성장 동력이 안 보이는 것도 다 재벌 대기업 때문, 아니 재벌 총수 가족들 때문이라면?”

 

그는 또 2015년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며 그 원인은 분배의 실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가 동의하는 문제와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왜 전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시작되지 않는지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한다.

 

 

빈부 격차와 부의 불평등의 해결책은

 

누군가 단 4일 만에 버는 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죽도록 일해도 결코 만질 수 없는 돈이라는 경제 현실에 대해 우리 교회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재계 지도자들에게 하루빨리 ‘유동적 경제(liquid economy)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로 옮겨 갈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유동적 경제는 ‘이익에 대한 추측과 대출에서 이익을 얻어 수익에 초점을 둔 경제’라며 기술적 효율성과 생산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뛰어 넘는, 사람들보다 금융 흐름이 더 중요한 오늘의 경제가 바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생활의 중심에 인간을 두기를 거부하는 유동적 경제의 도덕적 결함을 ‘돈에 대한 새로운 우상 숭배 때문’(「복음의 기쁨」, 55항)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교황의 대답은 명확하다.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 빈부 격차와 부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사회적 경제라고 말이다.

 

교황은, 사회적 경제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창출하고 훈련을 제공하며 공동선을 위해 일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경제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연대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연대와 창조 자체와의 연대성을 포함하는 비전으로 확대하며, 고용과 불평등, 환경 파괴라는 세 가지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제로 적용하라고 권장한다(「찬미받으소서」와  「복음의 기쁨」 참조).

 

“인간의 자유는 기술을 제한하고 그 방향을 바꾸어 기술이 다른 형태의 발전, 곧 좀 더 건전하고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며 온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할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112항). ‘정당한 경제는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고 어린 시절의 재능을 개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에는 완전한 권리를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위엄 있는 은퇴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자연과 조화된 인간 존재가 각 개인의 능력과 욕구가 사회생활에서 적절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과 분배의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경제입니다.’

 

교황은 이렇게 여러 강론과 연설에서 새 경제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우리는 오늘날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자 인간이 경제적인 사회생활에 포함되어 있고 창조가 소중히 보호되며 인간이 확고하게 중심에 선 새로운 사회적 경제가 필요합니다. 또 이 전망을 실현하고자 사회적 경제는 현대 시장 경제의 과제에 공동선과 연대성, 보조성과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교회가 앞장서 교황이 촉구하는 사회적 경제의 실천에 나서는 것이다.

 

* 곽은경 로렌시아 -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사무국장으로 지방 정부와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 간의 국제 교류와 협력 증진을 통해 사회적 경제 정책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일한다. 세계 가톨릭 지성인 운동 단체인 팍스 로마나(Pax omana ICMICA)의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경향잡지, 2018년 3월호, 곽은경 로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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