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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유럽 현대 성당 탐방4: 성당 건축과 보존 기술 -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성당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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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07 ㅣ No.573

유럽 현대 성당 탐방 (4) 성당 건축과 보존 기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성당의 비결

 

 

- 독일 네비게스성당 수리 모습.

 

 

지난 7월 17일부터 28일까지 알빈 슈미트 신부 서거 40주년 기념 건축전시회 참관과 독일ㆍ프랑스ㆍ스위스의 현대 성당들을 답사했다. 대부분 1960년대 전후 건축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축물로, 기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E. Viollet-Le-Duc)는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 건물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의 기술과 설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건축가 곳프리드 뵘(Gottfried Bhm)이 설계해 건축된 네비게스(Neviges)성당은 20세기 공간을 창조한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으며, 첫 번째 교황인 성 베드로를 상징하는 거대한 암석을 형상화했다. 콘크리트 건축물 보존 사례의 대표적인 건물인 네비게스성당은, 적용된 보존 기술 측면에서도 끊임없이 주목을 받고 있는, 순례자를 위한 성당이다. 건축 당시 콘크리트라는 재료로 지붕 외부 단열층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이 부담됐으나, 겨울철에는 성당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지붕 외피를 방수 콘크리트로 마감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지붕 단열층을 생략하는 변화를 주었다. 필자가 탐방했을 때는 지붕 방수층에 문제가 발생하여 콘크리트 면의 일부를 긁어내 제거한 다음, 우레탄 계열의 접착제로 수리하는 중이었다.

 

- 독일 램버트 글라스 생산 공장.

 

 

콘크리트를 구조용 재료로 사용한 건물은 벽돌이나 석재를 사용한 건물과 보존 방법이 다를 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지속적인 수리 방법인 병리학적 접근 방법을 적용해야 할 뿐 아니라 성능 향상을 위해 구조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콘크리트가 열화되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관심을 두고 모니터링해야만 한다. 

 

한국에는 독일 출신 알빈 슈미트 신부가 지은 성당 건물이 여럿 있다. 지난 8월 6일 등록문화재 제727호로 등록된 경북 칠곡의 왜관성당을 비롯해 점촌성당, 의림동성당, 김천 평화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콘크리트를 ‘주’ 재료로 사용한 건물로서 보존을 위한 기술과 재료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답사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는 1906년 설립된 스테인드글라스 생산 공장인 램버트 글라스(Lamberts Glass)다.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마우스 블론 유리(Mouth Blown Glass)의 생산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마르크 수사(Fr. Marc.) 작품으로 2016년 완공된 서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국가사적 제521호)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에 사용된 유리가 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더 관심이 갔다. 공장은 1906년 건립 당시 목조 원형 트러스 구조를 보존하고 있었으며, 2차 세계대전 때 3년가량 생산이 중단된 것 외에는 현재까지 ‘로’에 불이 꺼지지 않은 가족 전통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독일 베티 왈담센성당 게스트하우스 증축 모습.

 

 

램버트 글라스(Lamberts Glass) 공장 근처에 있는 발트자센수도원(Abtei Waldsassen)의 게스트하우스 겸 컨벤션 센터 건물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존의 ‘ㄴ’ 자형 건물의 원래 모습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디자인이 튀지 않도록 기존의 건물과 주변 환경을 배려한 증축으로 좋은 사례로 보여줬다. 이러한 사례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데, 근래 많아지고 있는 한국 교회건물 증축과 성장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

 

교회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립 당시 설계가 좋아야 하고 잘 지어져야 한다. 교회 건축물을 보존하는 별도의 이론과 이유는 의미가 없으며, 다만 보존하려는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건립 당시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부분이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다. 보존과 함께 공간 확장과 설비 시스템 향상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도입돼야 하기 때문에, 보존 건축가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움을 알아야 한다. 이번 답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 보존 기술은 물론이고, 1950~1960년대 지어진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기술 연구도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교회 건축에서 새로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건물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재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인식하게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0월 7일, 고주환 박사(건축학 박사, 새한티엠 대표이사, 근현대건축물 보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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