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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인공 지능만이 아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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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24 ㅣ No.1491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인공 지능만이 아는 미래

 

 

인공 지능이란

 

지능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지능이라고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동물도 한다면 그 동물은 지능을 지닌 것으로 여긴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초기에는 주로 빠르게 수치 계산을 하려고 만들었지만, 오늘날 컴퓨터는 인간이 해 오던 고도의 지능형 정보 처리도 담당하도록 연구되고 있다.

 

컴퓨터의 지능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영국의 학자 앨런 튜링은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공 지능에 메시지를 보내서 대답을 받아 보고, 그 대답이 인간의 대답과 구별할 수 없으면 지능을 보유했다고 판단하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1997년 아이비엠(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체스 챔피언에게 승리하면서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서는 일이 생겼다. 2011년에는 IBM의 ‘왓슨’(Watson)컴퓨터가 미국의 인기 퀴즈 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압도적으로 인간을 이겼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AlphaGo)는 바둑에서 인류 대표들을 이기며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인공 지능이 인간보다 우수한 이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베이컨의 격언은 아는 것, 곧 지식은 힘이며 정보는 권위와 권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기관장을 맡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권위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정보의 독점 때문이고,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내리는 결정은 다른 이들보다 더 정확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는 방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며 객관적 판단에 따른 결정을 내리므로 주관적 판단으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였으므로 최선의 결정이다. 누가 결정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면 짝퉁도 정품과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그러나 인간은 진짜를 선호한다. 인조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불순물이 없어도 천연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인간이 진짜를 좋아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인공 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일은 최대한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이 가져올 세계는 정확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이지만 과연 이러한 세계를 인간이 좋아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여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인간의 결정과 인공 지능의 결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달렸지만, 최선과 차선의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우리가 늘 최선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와 딥 러닝 기술

 

빅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까지는 확보했으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효율적인 알고리즘은 찾기 어려워서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인간의 뇌와 동일한 방식인 뉴런을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만들어 처리하면 될 줄 알았지만, 이마저도 30년간 한계에 부딪히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인간은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을 통해서 깊은 계층의 신경망을 만들었고, 이를 바둑 시스템에 적용하여 ‘알파고’를 탄생시켰다.

 

이제 인간은 많은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를 이길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빅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알파고와 인류의 대결이 있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발표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놀랍게도 기보의 확보라는 빅데이터도 필요 없이 바둑의 기본 형식만 배운 뒤 스스로 학습하여 바둑돌을 놓으면서 최선의 바둑 알고리즘을 만들어 가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는 인공 지능이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을 가르쳐 주는 시대가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바둑을 잘 두는 법을 인공 지능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간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이제 인공 지능에 맡겨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영재를 육성하려는 노력보다 초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세계를 선도하려는 중국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인공 지능 시스템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 지능의 현재와 바뀌게 될 세상

 

우리는 인공 지능을 통해서 이미 수십 개국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있다. 각 나라에서 온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며, 외국의 강의도 모국어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외국어 학습이나 통역가가 필요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맞은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여 인적 사항을 알 수도 있다. 눈썰미가 안 좋은 사람도 어려움 없이 지인을 알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상대의 연령과 기념일 같은 부가적인 정보의 확인도 가능하다.

 

인공 지능은 이미 점쟁이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한다. 작곡가의 신곡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대본이 인기가 있을 것인지를 분석하여 예측한다. 의학에서도 영상을 정확히 분석해서 병세를 진단한다.

 

학생들은 공부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선생님의 머릿속에 든 지식이 파일을 복사하듯 버튼 클릭만으로 학생들의 뇌로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오늘날의 딥 러닝 기술은 이런 꿈같은 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인간의 모든 지식을 인공 신경망 속에 저장해 놓고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보면 된다.

 

이러한 신기술의 혜택은 지구촌 전체에 부여될 것이다. 왜냐하면 제한된 자원이 아니고 무수히 복제할 수 있으며 보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략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사용이 제한될 것이지만, 소프트웨어라는 지식 재산을 인류가 공동으로 활용하여 번영하자는 ‘공개 소스’(Open source) 운동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컴퓨터 기술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이렇듯 소프트웨어는 앞으로도 조직이나 개인이 쉽게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공 지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스템 장치에 의지하다 보니 디지털 치매를 앓게 되었다. 겨우 자신의 집 주소와 주민 등록 번호, 몇 개의 휴대전화 번호와 출입문 비밀번호 정도만을 기억한다. 인공 지능 컴퓨터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면 우리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게 된다. 이는 인간이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인공 지능의 감지 기능이 더욱 확대되어 그 어떤 동식물이나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판별한다면 마약 탐지견이나 향수 개발자, 와인 미식가 등이 인공 지능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인공 지능을 이용한 사기 사건도 일어났다. 지금 중국에서는 1인 만남을 주선하는 ‘앱’(Application)이 인기인데, 중국의 한 회사가 여성을 가장한 인공 지능 시스템 ‘챗봇’(Chatbot)을 통해서 남성들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이익을 챙겼음이 밝혀졌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이미 고객들의 문의를 처리하는 데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컴퓨터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여 수행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인공 지능으로 대체된 미래의 인류는 쓸모없게 되어 도태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인공 지능이 이런 인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 모두가 인공 지능으로 말미암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이다.

 

 

인공 지능만이 아는 미래

 

많은 사람이 인공 지능은 사람이 가르쳐준 것만 시행할 뿐 인간의 창의력을 능가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창작 예술 분야가 이에 해당되지만 이미 인공 지능은 새로운 안무를 짜거나 시를 쓰기도 하고 작사와 작곡을 하는 등 이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창작품을 빠르게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어 인간의 상상력을 능가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창작에서도 인공 지능과 경쟁할 것이다. 이제 인공 지능이 만든 작품과 인간의 작품을 비교하여 평가하는 일만 남았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주인공, 출생의 비밀과 기억 상실 같은 비슷한 구성의 막장 드라마는 오히려 인공 지능 컴퓨터가 더 잘 할 것 같다.

 

초지능 또는 슈퍼 지능(Super intelligence)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인공 지능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는 인간이 활용하기에 달려 있다. 지구를 파괴할 의지를 가진 사람이나 조직, 국가가 핵을 보유하지 않도록 인류가 힘을 모아야 하듯, 초지능의 쓰임도 모든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과거엔 인간의 상상력이 곧 인류 미래의 모습이었다. 인공 지능이 등장한 오늘날도 그러할까? 미래는 인공 지능으로 말미암아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바뀔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인공 지능에 물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 용환승 -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한국정보과학회 정책기획위원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3월호, 용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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