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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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자살예방: 질문하고 편견 없이 들어주고 공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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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5 ㅣ No.1511

[알고 싶어요] “질문하고 편견 없이 들어주고 공감하기”

 

 

지난 달 우리는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적, 행동적, 상황적 신호를 연령별 상황별로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약 자살의 신호를 보고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다음 단계는 그것이 정말 자살을 암시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다짜고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좀 당황스러운가요? 그렇다면 우리가 알아차렸던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들을 이야기하면서 물어보면 좀 더 부드럽게 자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요즘 얼굴도 많이 안 좋고, 말도 없어지고… 평소에 안하던 지각도 하고… 정말 많이 힘들어 보이십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는데 당신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또 자살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표현도 가능합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나만 없어지면 모두 편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이 질문이 편안하게 쉽게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질문이 오히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더 자극하거나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살위기 상담의 경우 이 질문은 위기자의 혼란스러운 생각과 자살사고를 환기해 줌으로써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자살에 대해 물어 본다면 자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만약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응 나 죽고 싶어”, “온통 죽고 싶은 마음뿐이야” 이렇게 대답한다면 굉장히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모를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왜 죽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들어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듣기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강요하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이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죽고 싶은 이유를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그러면 안 돼! 누구에게나 그렇게 힘든 일들은 있어. 그건 내가 해결해 줄게.” 라는 식의 말로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이유를 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할까요?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적극적인 경청을 통해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판단하거나 비판하는 태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그럼 적극적인 경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일단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태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죽음을 생각할 만큼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에 대해 판단하거나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말과 몸짓으로 이해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서 내가 이해한 바를 풀어서 다시 얘기해주는 것입니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라는 경청의 표현을 해야 합니다. 그럼 언어적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정말 힘들었겠어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네 그렇군요.” “… 해서 힘드셨군요.” 등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비언어적으로는 시선이나 자세를 상대방 쪽으로 향하며 상대방이 힘든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끄떡이거나 신중하게 침묵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수용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로,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알아차렸다면 우리는 질문과 경청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어야 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때 명확히 인지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죽고 싶다는 외침은 반대로 살고 싶다는 구조요청 신호(SOS) 라는 사실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동시에 살려고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반대로 살고 싶다는 구조요청 신호(SOS)

이를 ‘양가감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살에 대하여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죽으려는 이유와 살아야 하는 이유가 공존합니다. 이러한 양가감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죽으려는 사람이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찾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아갈 가치를 주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내면적으로는 감정, 희망, 신념, 가치관, 태도 등이 있고, 외면적으로는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 소속단체, 경제적 자산, 취미활동, 가족, 친구, 애완동물 등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하느님께 두는 신뢰 곧 신앙이 아주 중요한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위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았다면 그것을 나열하여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러고 난 후 죽으려는 이유를 충분히,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삶의 부분을 지원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이유를 충분히 경청하면서 그들에게 삶을 지속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함께 찾아보며, 살고 싶은 이유를 더 생각해 보고 말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로지 죽음으로 가득 차 있었던 마음에서 삶을 바라보게 되고, 양가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죽으려는 이유를 충분히 들어주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생각하는 바가 더 명확해지며 죽으려는 이유가 환기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면 풍선에 바늘을 하나 찔러 바람을 빼듯이 죽음으로 가득 차 있었던 마음이 조금씩 빠지고 삶의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삶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삶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스스로 살아야 할 이유를 계속해서 찾도록 지원해 주면 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5월호, 손애경 마리잔느 수녀(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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