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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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종교의 축소 · 쇠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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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19 ㅣ No.462

[다시 보는 세상] 종교의 축소 · 쇠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은 종교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종교 현장 폐쇄 등이 기존 종교 신자들을 위축시켰고 이렇게 위축된 상태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과연 회복이 가능할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불거진 종교의 부정적 모습들이 종교 전반의 축소 ·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존재합니다.

 

사실 종교의 위기의식이 코로나 팬데믹 때문만은 아닙니다. 종교 전반이 축소 · 쇠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명백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종교의 축소 · 쇠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과 상관없이 종교 전반의 절대 과제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종교의 부정적 모습이 위기의식과 과제의 절박함을 더 강화시켰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부각된 종교의 모습은 부정적인 면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초기 대구 · 경북 지역 신천지 교회가 슈퍼 전파자로서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팬데믹과 종교의 부정적 연관성이 부각되었습니다. 감염 확산 초기에 종교의 부정적 연관성이 이토록 강하게 드러난 것은 하필 신천지 교회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신천지 교회를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이 종교 전반으로까지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신천지 교회를 종교 본래의 모습에서 일탈한 사례로 인식하기보다 신천지 하나의 사례로 종교 전체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들은 이미 종교 자체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신천지 교회와 같은 문제 사례는 그들의 판단을 확인시켜주는 유용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신천지 교회 사례 이외에 몇몇 소규모 개척교회들이 집합 예식을 강행하면서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도 코로나 팬데믹과 종교의 부정적 연관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판단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종교의 궁극적 대상인 신(神)의 존재와 의미를 부정하는 무신론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에는 과학적 합리적 사고가 강조되고 물질주의적 가치 체계가 지배적이 되면서 신과 종교는 단지 만들어진 허구일 뿐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 무신론자들과 더불어 아예 종교에 무관심한 현대인들도 많습니다. 종교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세부 의미에서 무신론자들과 구분될 수 있습니다. 무신론자들은 종교의 의미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이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종교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종교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종교 혹은 신 자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종교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종교의 역할과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신론자와 종교 무관심자를 같은 부류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관심의 초점은 왜 이들이 종교를 부정하고 어떻게 이들에게 종교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느냐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요소가 의미를 지니지만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의 현실적 폐단과 모순’입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종교는 여러 가지 현실적 폐단과 모순의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종교인의 개인적 일탈, 종교 교단 내부의 부조리,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합리화된 폭력, 종교로 인해 파생된 갈등과 혼란 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는 명백한 문제입니다. 이들 종교의 현실적 폐단과 모순적 문제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 자체를 부정하고 무관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종교 부정과 무관심의 또 하나 원인은 ‘왜곡된 종교 이해의 문제’입니다. 종교를 부정하고 종교에 무관심하게 된 원인에는 종교의 본래 의미를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문제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종교의 현실적 폐단과 모순은 명백한 현실입니다. 이를 종교의 잘못이 아니라거나 종교와 관련 없는 것이라고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폐단과 모순을 드러낸 종교의 면모가 종교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 그런 부정적 측면이 종교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종교를 부정하고 종교에 무관심하게 된 원인에는 현실적으로 드러난 폐단과 모순의 부분적 문제를 그대로 종교 전체로 연결시켜 판단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 부정과 무관심에 대응하는 적극적 방안은 종교의 본래 의미 이해를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은 종교의 공공성 강화입니다. 종교가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에 살아있는 의미를 주는 것이 곧 종교의 공공성 구현입니다. 종교가 무의미하고 공허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근원적 의미를 제공해주는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 종교의 공공성 구현입니다. 종교의 공공성이 온전히 실현될 때 자연히 모든 사람이 종교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종교 본래 의미의 이해는 종교 부정과 무관심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올바른 종교 이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악화된 종교 부정과 무관심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하고 근원적인 방법은 올바른 종교 이해의 확산입니다. 종교 부정과 무관심의 현실적 벽이 이미 높고 완고해졌지만 그래도 근본 원인이 종교에 대한 오해와 이해 부족인 만큼 그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방법은 올바른 종교 이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종교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 즉 ‘종교의 공공성 강화’가 종교의 축소 · 쇠퇴 문제에 대응하는 적절한 실천 방안인 셈입니다.

 

[2022년 9월 18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수원주보 4-5면, 오지섭 사도요한(서강대 종교학과 대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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