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4일 (금)
(녹) 연중 제7주간 금요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가톨릭 교리

생활교리: 희망을 결코 빼앗기지 마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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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10 ㅣ No.4100

[생활교리] “희망을 결코 빼앗기지 마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

 

 

단언컨대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이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살이 안에서 비참함과 억울함을 겪기도 하지만,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밝혀주실 것이기에(마태 6,4 참조) 희망을 말한다. 또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눈에 구멍이 난 것처럼 한없이 슬퍼할 수밖에 없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옮아감이고(위령감사송 1 참조), 천국에서 만날 것이기에 희망을 떠올린다. 그리고 인생여정이 큰 아쉬움과 후회로만 가득 찬 미완성으로 끝난다 해도,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완성될 것이기에 희망을 간직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희망은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1817항 참조). 첫째, 희망은 그리스도의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다. 사실 신구약 성경에서 일관되게 전해지는 주님의 약속은 ‘함께해 주신다’이다. 주님의 사명을 받고 두려워하는 모세에게 전해진 약속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였고, 선교활동을 하며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바오로에게는 “두려워하지 마라. (…)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 18,9-10)는 말씀이 울려 퍼졌다. 무엇보다 마태오 복음서는 첫 장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마태 1,23 참조) 임마누엘 하느님을 선포하고, 그리고 똑같이 마지막 장에서도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는 동일한 주님의 약속을 전해준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란 소설은 천주교 신자들의 실제 박해상황을 토대로 쓰여 졌다. 하지만 책 제목인 ‘침묵’의 뜻은(많은 이들이 쉽게 떠올리는 것처럼) ‘하느님의 침묵’이 아니라, (저자가 밝혔듯이) ‘하느님은 침묵 속에서 말씀하고 계신다’이다. 사실 밤에 갓난아기가 몸이 불덩이이면 갓난아기와 엄마 중에 누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가? 엄마는 밤새 뜬눈으로 아이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감당하고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하느님의 침묵은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느님의 침묵만을 단정 지어 말한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삶의 어둠과 무거움을 마주했을 때, 과연 누구에게 기대고, 부르짖고 그리고 하소연할 수 있겠는가! 『어린왕자』의 명대사처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삶의 시련과 고통도 쉽게 간과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과 동행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의식하고, 기억해 보자. 사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로마 8,25)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둘째, 희망은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례식 때, 하느님의 교회에서 신앙을 청했고, 그 신앙은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 믿음을 고백했다.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강생하셨고,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현세적인 행복을 넘어서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을”(히브 11,40) 마련해 주셨음을 갈망하며, 어떤 상황에도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8) 주어진 삶을 묵묵히 버티고 살아낼 수 있다. 단, 희망만 결코 빼앗기지 않는다면!

 

[2023년 4월 9일(가해) 주님 부활 대축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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