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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12년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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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2-01 ㅣ No.443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12년 2월 11일)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12년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거행하는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저는 가정이나 의료 기관에서 보살핌을 받는 모든 병자 여러분에게 마음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온 교회의 관심과 애정을 전합니다. 모든 인간 생명을, 특히 나약하고 병든 사람을 너그러운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바로 복음을 증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의 고통을 굽어보시고 치유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1. 올해는 2013년 병자의 날 세계 대회를 준비하는 해입니다. 2013년 2월 11일 독일에서 열릴 이 세계 대회는 복음의 상징적인 인물인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9-37 참조)에게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올해 저는 ‘치유의 성사들’, 곧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 치유의 성사들은 그 본질상 영성체로 완성됩니다.

 

루카 복음서에서 들려준 대로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을 만나신 이야기(루카 17,11-19 참조), 특히 주님께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19절)고 이르신 말씀은, 고통과 질병을 짊어진 이들이 주님께 나아가는 데에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줍니다. 그분을 만나서, 그들은 믿는 이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참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괴로움과 고통 속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어 우리가 이를 견딜 수 있게 도와주시며 우리 마음속 깊이 우리를 치유해 주시고자 합니다(마르 2,1-12 참조). 

 

그들 가운데 단 한 명의 나병 환자만이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놀라움과 기쁨에 넘쳐 곧바로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의 믿음을 보며, 우리는 건강의 회복은 단순한 육신의 치유보다 더 소중한 것의 표징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의 표징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으로 드러나는 구원입니다. 고통과 질병 속에서 주님께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이 결코 자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역사 안에서 주님의 구원 활동을 계속하는 교회의 사랑도 받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육신의 치유는 매우 심오한 구원의 외적 표현으로, 주님께서 영혼과 육신을 지닌 온전한 인간을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드러내 줍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성사는 하느님께서 바로 가까이 계심을 보여 줍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성사를 통하여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전적으로 자유롭게 “물질적인 것을 통하여 우리와 만나십니다. …… 이 물질적인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선택하시어 당신과 우리의 만남의 도구로 삼으신 것입니다”(2010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 2010.4.1.). “창조와 구원의 일치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성사는 영혼과 육신의 온전한 인간을 포괄하는 우리 신앙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2011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 2011.4.21.). 

 

교회의 으뜸 사명은 분명히 하느님 나라의 선포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맡기신 사명에 따라(루카 9,1-2; 마태 10,1.5-14; 마르 6,7-13 참조), “이 선포 자체가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는’(이사 61,1) 치유의 과정이어야 합니다”(2011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 육신의 건강과 상처받은 영혼의 회복은 나란히 ‘치유의 성사들’을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2. 고해성사는 교회 목자들의 성찰의 중심이 되어 왔습니다. “고해성사의 완전한 효능은 하느님의 은총을 회복시켜 주고 지고한 우정으로 하느님과 결합하게 해 주는 것”(『가톨릭 교회 교리서』, 1468항)이므로, 특히 그리스도인 삶의 여정에서 고해성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계속 선포하면서, 온 인류가 회개하고 복음을 믿도록 끊임없이 초대합니다. 교회는 바오로 사도와 더불어 호소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20).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계신 동안 아버지의 자비를 선포하고 실제로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죄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구원하고자 오셨으며, 고통과 죄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주고 영원한 생명을 주고자 오셨습니다. 따라서 고해성사 곧 ‘고해의 약’으로, 죄를 짓고도 절망에 떨어지지 않고, 용서하고 변화시켜 주는 사랑을 만나는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화해와 참회」 (Reconciliatio et paenitentia) 참조). 

 

“자비가 풍성하신”(에페 2,4) 하느님께서는 복음서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처럼(루카 15,11-32 참조) 당신 자녀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닫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들을 기다리시고, 그들을 찾으시며, 친교를 거부하여 고립과 분열에 갇혀 있을 때 그들에게 다가가시고, 당신 식탁의 둘레에 모여 용서와 화해의 기쁜 잔치를 누리도록 초대하십니다. 따라서 고통의 시기는, 절망과 좌절에 빠지게 유혹할 수도 있지만, 자신으로 되돌아오도록 해 주는 은총의 때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되찾은 아들’처럼 자기 삶을 새롭게 다지고 삶의 과오와 실패를 돌아보면서, 아버지의 품을 그리워하여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게 해 줍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크신 사랑 안에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우리의 삶을 지켜보시고 우리를 기다려 주시며, 당신께 돌아오는 모든 자녀에게 충만한 화해와 기쁨의 선물을 주십니다.

 

 

3. 복음을 읽어 보면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에게 늘 각별한 관심을 보이셨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파견하시어 아픈 이들의 상처를 돌보게 하셨을 뿐 아니라(마태 10,8; 루카 9,2; 10,9 참조) 병자들을 위하여 특별한 성사, 곧 병자의 도유라는 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야고보 사도의 서간은 이러한 성사적 행위가 이미 첫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존재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야고 5,14-16 참조). 원로들의 기도와 병자의 도유를 통하여, 온 교회가 수난하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병자를 맡겨 드리며 그들의 병고를 덜어 주시고 구원해 주시기를 빌었습니다. 교회는 참으로 병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영적으로 결합하여 하느님 백성의 선익에 이바지하도록 권고합니다.

 

이 성사는 올리브 산의 이중 신비에 관하여 우리가 성찰해 보도록 합니다. 올리브 산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길, 곧 수난의 길이며 지고한 사랑의 길을 극적으로 마주하시고 그것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시련의 시간에 예수님께서는 중개자가 되시어 “세상의 고통과 수난을 감내하시고 떠맡으시며 그것을 하느님께 드리는 탄원으로 바꾸시고 하느님 앞으로 가져가 하느님 손에 내어 맡기시어 이를 구원의 참된 계기가 되도록 하셨습니다”(렉시오 디비나, 로마 본당 사제들과의 만남, 2010.2.18.). 그러나 “올리브 동산은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올라가신 장소도 되어 구원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 올리브 동산의 이러한 이중 신비는 또한 교회의 성유 안에서 언제나 ‘움직이고’ 있습니다. …… 성유는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어루만지시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보여 주는 표징입니다”(성유 미사 강론, 2010.4.1.). 병자성사에서 성사적 질료인 성유가 우리에게 이른바 “하느님의 약”으로 주어집니다. “이 약은 이제 우리가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신하게 해 주고 힘과 위로를 주면서 동시에 병고의 순간을 넘어 결정적인 치유 곧 부활을 바라보게 합니다”(성유 미사 강론, 2010.4.1.). 

 

오늘날 병자들에 대한 사목 활동과 신학적 성찰에서 우리는 이 성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죽을 위험이 임박한 때만이 아니라("가톨릭교회 교리서", 1514항 참조) 질병과 관련하여 인간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는 전례 기도의 내용을 고려할 때, 병자성사를 다른 성사들에 비하여 마치 ‘작은 성사’나 되는 것처럼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병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목적 배려는 한편으로 고통당하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 자애의 표징이고 다른 한편으로 사제와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에게 영적 유익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가장 작은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예수님께 해 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마태 25,40 참조).

 

 

4.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치유의 성사들’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모든 병을 치유하십니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병은 모두 치유될 것입니다. …… 다만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치유하시게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분의 손길을 거부하지 말아야 합니다”("시편 상해", 102,5, PL 36,1319-1320). 이 성사들은 병자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더욱 온전히 자신을 동화시키도록 도와주는 하느님 은총의 귀중한 도구입니다. 저는 이 두 성사와 더불어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플 때 받아 모신 성체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러한 변화를 이루어 줍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모신 사람을,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 스스로를 바치신 예수님의 희생 제물에 결합시켜 줍니다. 온 교회는, 특히 본당 공동체는 건강이나 나이 때문에 성당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성체를 자주 받아 모실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합니다. 이 형제자매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맺은 관계를 튼튼히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자신의 삶을 봉헌함으로써 교회의 사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병원과 요양원과 아픈 이들의 집을 방문하여 세심히 사목하는 사제들은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다가가야 하는 그리스도 연민의 표지이고 도구로서 자신이 참으로 ‘병자들의 봉사자’임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제18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10.2.11. 참조).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대한 동화는, 신령성체를 통하여도 이루어지지만, 노자 성체를 받아 모셨을 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인생의 바로 이 순간에, 다음과 같은 주님의 말씀이 더욱 절실하게 들립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54). 실제로 성체는, 특히 노자 성체는,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에 따르면, “불멸의 영약, 죽음의 해독제”(에페소인들에게 보낸 서간, 20, PG 5,661)입니다. 성체성사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 건너가는 성사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천상 예루살렘에서 모든 이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5.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을 위한 이 담화의 주제는 또한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될 ‘신앙의 해’를 내다본 것입니다. 신앙의 해는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신앙의 내용을 탐구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신앙을 증언하는 소중하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베네딕토 16세, 자의 교서 "믿음의 문", 2011.10.11. 참조). 저는 병자들과 고통 받는 이들이 언제나 신앙 속에서 안식처를 찾도록 격려하고자 합니다. 신앙은 하느님 말씀을 듣고 개인 기도와 성사를 통하여 자라납니다. 또한 목자들은 병자들을 위하여 언제든 기꺼이 성사를 거행하도록 당부 드립니다. 사제들은 착한 목자를 본받아 자기에게 맡겨진 양떼의 인도자로서 기쁨에 가득 차, 가장 나약하고 단순한 이들과 죄인들을 돌보며, 희망을 북돋아 주는 말로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전해야 합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설교집", 95,1, PL 33,351-352 참조).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서 주 예수님의 고통 받는 얼굴을 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저는 교회와 함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흔히 그리스도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구체적으로 그분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입니다(성유 축성 미사 강론, 2011.4.21. 참조). 

 

우리는 자비의 어머니이시고 병자의 나음이신 마리아를 신뢰의 눈길로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는 아드님 곁에서 보여 주신 모성애로, 성모님께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모든 병자와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시어 그들의 믿음과 희망을 북돋아 주시기를 빕니다. 

 

기도 안에서 여러분을 모두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여러분 한분 한분에게 특별한 교황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1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원문 : Message of His Holiness Benedict XVI on the Occasion of the Twentieth World Day of the Sick, 2011.11.20.,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판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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