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복자 124위 열전49: 이태권, 정태봉, 김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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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6 ㅣ No.1435

[복자 124위 열전] (49) 이태권 · 정태봉 · 김대권


전주옥에서 12년 모진 고초 겪지만, 서로의 신앙 격려하며 순교



1839년 1월 말, 권득인(베드로, 1805∼1839) 등이 서울에서 체포된다. 기해박해의 시발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박해는 강원과 경기, 경상, 전라 등지로 번져 나갔다. 조선 초 성종 때부터 다섯 집을 한 통으로 묶어 호구를 밝히고 범죄자 색출과 세금 징수, 부역 동원에 활용하던 ‘오가작통법’을 천주교 신자 적발에 이용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복자 이태권 베드로


그럼에도 천주교 신자를 잡아들이는 일은 지지부진했다. 조정에서 포졸들이 천주교도들의 재물을 착복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헌종의 대왕대비 순원왕후는 “(천주교인) 집의 물건을 뺏어 갖지 못하게 한 뒤부터 포졸의 무리가 다시 붙잡은 자가 없다고 하니, 어찌 국가의 체통이 있겠는가?”하고 탄식했을 정도였다.

천주교 신자 체포가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미 잡혀 와 있던 신자들의 순교는 속출했다. 1827년 정해박해 때 체포돼 12년간이나 옥중 생활을 했던 이태권(베드로, 1782∼1839)ㆍ정태봉(바오로, 1796∼1839)ㆍ김대권(베드로, ?∼1839) 복자 또한 그해 5월 29일 전주 장터(숲정이)에서 참수된다. 이날 전주 장터에서 순교한 복자는 이들과 앞서 소개한 이일언(욥), 신태보(베드로) 복자 등 모두 5위다.

우선 충청도 홍주현 배울(충남 홍성군 홍북면 홍북로 일대) 출신인 이태권 복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돼 전라도로 유배를 갔다가 3년 뒤 사망한 이무명의 아들이자 1812년 홍주에서 순교한 이여삼(바오로)의 조카다. 복자는 10세 때인 1791년에 체포돼 배교하면서 석방됐으나, 20세 때인 신유박해 때, 21세 때인 1802년에 또다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체포될 때마다 석방된 것은 믿음이 약해서였다. 그렇지만 석방 이후엔 신자로서 본분을 지켰고, 교회 서적을 베껴 교우들에게 나눠줬으며, 이웃에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썼다. 이후 어머니와 함께 전라도로 이주해 살다가 정해박해를 겪었지만 혹독한 형벌 속에서도 신앙을 굳게 지켰다.

복자 정태봉 바오로


충청도 덕산현(현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출신인 정태봉 복자는 정산필(베드로) 회장과 사촌 사이로,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5촌 당숙 손에 자랐다. 친척 집에서 자라며 겪어야 했던 설움을 인내로 이겨내고, 자립할 나이가 되자 전라도 용담현(현 전북 진안군 용담면)으로 이주해 살면서 신앙을 받아들였다. 교리를 배우려는 열망이 컸고, 특히 교리 실천에 열심이던 그의 마음에는 어느새 순교 원의가 자라났고 역시 정해박해 때 체포됐다.

충청도 청양현 수단이(현 충남 청양군 남양면 수단길 일대) 출신인 김대권 복자는 1816년 대구에서 순교한 김화춘(야고보) 복자의 형으로, 어려서 아버지에게서 교리를 배워 열심히 수계생활을 했다. 한때 충청도 공주목 한 옹기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는데, 늘 교리 가르침에 따라 수계하는 데 열중했고, 이웃에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썼다. 그러던 중 아우가 처형됐다는 소식을 듣고 순교 원의를 갖게 됐으며, 후일 전라도 고산으로 이주해 살던 중 정해박해로 체포됐다.

이들 세 복자는 체포 이후 12년간 전주옥에 갇혀 있어야 했고, 다들 세 차례나 자신의 사형선고문에 서명해야 했다.

복자 김대권 베드로


그렇지만 이들은 감옥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를 격려했고, 기쁘게 순교의 길을 걸었다. “매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천주를 배반할 수 없다”(김대권)며 사지와 뼈를 헤집고 부수는듯한 고통을 참아낸 것이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이 5월 29일로 정해진 데는 이처럼 길고 긴 고통의 세월을 순교 원의로 이겨낸 전주 복자 5위의 순교 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 원래 124위 시복 건의 대표 복자인 윤지충(바오로)의 순교 일은 12월 8일이지만, 이날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어서 윤지충 복자와 같이 전주에서 순교한 복자들이 가장 많은 5월 29일을 전례력상 124위 복자 기념일로 결정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5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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