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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28: 인간 문명을 보존하는 책임의 부성(父性)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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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18 ㅣ No.1550

[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28) 인간 문명을 보존하는 책임의 부성(父性) 교육


부성 교육으로 여성과 태아 살리고 사회 치유 나서야

 

 

부성은 남성이 성취해야 할 덕목

 

여성에게는 성관계, 임신, 출산, 어머니됨이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과정이지만, 남성에게는 성관계, 임신, 출산, 아버지됨이 별개의 분리된 사건이다. 이 때문에 사회가 남성에게 이 넷에 대한 통합적 인식을 가지게 하고,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주지 않으면 남성은 아버지가 되기가 무척 어렵다. 어머니는 여성이 자연에 순응한 결과지만, 아버지는 남성이 자연을 거슬러서 얻어야 하는 성취이기 때문에 교육과 문화는 남성들이 자신의 동물성을 극복하여 아버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강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남성에게 부성(父性)을 갖추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기 때문에 ‘히트 앤드 런’의 행태를 보이는 남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이런 남성들은 문명의 큰 골칫거리였다. 

 

“남자가 자식을 낳은 다음에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도피하는 사건은 모든 시대에서 발견되는 가장 빈번한 범죄이다. 남자들의 이런 범죄는 도둑질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범죄다. 가령 도둑질은 훔친 물건이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줌으로써 충분히 배상될 수 있지만, 아버지의 부재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와 심지어 그 다음 세대에까지 상처를 입히기도 하기 때문이다.”(「아버지란 무엇인가」 460쪽)

 

인류 문명이 모든 시대마다 겪어왔던, 부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라 부르기 어려운 아버지들의 문제가 이 시대에 가장 심각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낙태 허용일까? 아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교육이다.

 

 

사고(思考), 인간과 동물의 차이

 

동물은 특정 자극을 접하면 곧바로 반응한다. 순간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결과가 오더라도 동물은 정해져 있는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가 지렁이를 덥석 물었다가 낚시 바늘에 걸리는 일이 그것이다. 동물은 생각을 통한 선택의 과정이 없고, 순간의 충동을 따라 행위를 결정한다. 동물에게 절제란 없다.

 

반면 인간은 어떤 자극을 접하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반응을 생각하고 그 가능성 중 하나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아이에게 5분 동안 사탕을 먹지 않으면 한 움큼을 더 주겠다고 하면 아이들은 그 시간을 참고 견딘다.인간은 장기적인 목표나 계획에 의해서 행위를 결정하는 절제의 삶을 살 수 있다.

 

동물은 반사작용을, 인간은 사고작용을 한다. 사고작용을 해야 인간이고, 반사작용만 하면 동물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어린이들에게 준다면, 아이들의 어떤 면이 강화될까? 반사작용이다. 영상매체는 아이들을 자극이 오면 곧바로 반응하는 동물처럼 만들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인쇄매체인 책은 무엇을 강화할까? 사고작용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의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 인간의 품성을 갖추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임과 절제의 존재 인간

 

수리 부엉이가 양계장을 습격해서 닭 1만 마리 중 4000 마리가 몰살당한 적이 있다. 생태계 파괴로 먹잇감이 부족해서 양계장에 들어온 수리 부엉이를 닭들이 이리저리 피하다가 압사를 당한 것이다. 이 부엉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부엉이는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없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기 때문에 아무 책임도 잘못도 없다. 반면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반사작용을 하는 반응의 존재인 동물은 본능의 세계에 갇혀 살기 때문에 책임이라는 윤리가 그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지만, 사고작용을 하는 사유의 존재인 인간은 자유의 세계에 살기 때문에 책임의 윤리를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그 책임을 학습하는 과정이 절제에 대한 교육이다.

 

절제력이 뛰어난 아이들의 학업과 사회적 성취도가 월등하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서 입증된 바 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한 개의 마시멜로를 준 후, 15분 동안 먹지 않고 견뎌내면 마시멜로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먹었지만, 15%의 아이들만이 그 유혹을 견뎌냈다. 15년 후에 상반된 결과를 보인 아이들의 SAT 점수를 조사했는데, 본인의 의지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견뎌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성이나 대인관계도 좋았고 과체중이나 마약 남용 등의 문제를 가진 경우도 적었다. 절제력을 갖춘 사람이 인생을 더 책임 있고 완성도 있게 산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1966년 스탠포드대학의 만족 지연능력 실험 참조)

 

 

사회적 치유를 위한 부성의 회복

 

지금은 모든 욕망이 자유와 권리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정당화되는 유혹 과잉의 시대다. 소비사회는 ‘섹스는 게임’이라는 모토를 내세워서 성관계를 놀이화했고, 수많은 남녀가 책임이라는 윤리적 고려는 없이 임신을 유발하는 필연적 행위를 장난처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생기지만, 태어나는 생명은 건국 이래 최저인 상황이다. 생명을 살리고 사회를 온전케 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남성에게 철저하게 부성을 교육하여 아버지가 되게 하는 일에 온 사회가 집중하는 길이다. 

 

“도망간 아버지를 찾았다고 해도 그에게 자식의 경제적인 후원을 제공하라고 강제할 수는 있지만, 헥토르의 기도 같은 정신적 세례를 내려달라고 강제할 수 없다. 그리고 부성을 찾아내고 성장시키는 일은 단 한 사람이 떠맡을 수 있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사회 전체가 벌여야 할 싸움이며 실패하게 되면 문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명세계의 승리는 여전히 먼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무책임한 남성으로의 퇴행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다.”(「아버지란 무엇인가」 462쪽)

 

여성은 어머니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한 어머니가 되지만, 남성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해야만 아버지가 된다. 따라서 국가는 여성의 모성을 보호해야 하고, 부성은 교육과 법적 제도를 총동원해서 남성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한 이 시대에 문명의 붕괴를 막고 문화를 존속시킬 수 있다. 부성 회복은 야만으로의 회귀를 막고 세상을 살리는 시대적 사명이다. 헌법재판소는 임신초기 낙태 허용이 아니라, 남성에게 부성을 교육할 수 있는 제도인 양육비 책임법을 제안하여 대한민국을 살리는 역사적 판단을 해야만 한다. 남성에게 책임을 묻는 국가의 책임을 수행하여 태아와 여성을 모두 살리고 세상을 치유하는 변증법적 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6월 17일, 이광호 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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