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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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새로운 복자: 신태보 베드로와 최조이 바르바라 -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아름다운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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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17 ㅣ No.1532

[새로운 복자] 신태보 베드로와 최조이 바르바라 -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아름다운 신앙

 

 

신태보 베드로는 양반 출신으로 이천 동산밑(현재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에 살며, 1791년부터 천주교를 알았으나 진산사건의 여파로 신자가 되기를 머뭇거렸습니다. 그러다가 1795년 무렵 사촌 이여진(요한)과 함께 천주신앙을 받아들여 주문모 신부님을 조용히 돕습니다. 신유박해(1801)가 끝난 뒤, 그는 용인에 거주하던 순교자의 유가족들과 함께 강원도로 이주하여 신앙 공동체를 이루면서 교회를 재건하고 성직자 영입에 힘을 쏟아, 1811년 말에 성직자 영입 서한 두 통을 북경교구에 전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후에도 성직자 영입 운동은 계속되었고, 그때마다 신 베드로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또한, 신 베드로는 신자들의 영혼 구원을 위한 기도에 전념하기 위하여 경상도 상주 잣골에서 은둔 생활을 합니다. 은둔 생활을 하면서도 교회 서적을 필사하여 찾아오는 교우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전라도에서 정해박해(1827)가 시작되자, 신 베드로는 교회 서적을 베껴 유포한 죄로 5월 며느리 최조이 바르바라와 함께 체포됩니다. 이때 신 베드로는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왕의 재가를 받지 못해 12년 동안 전주 옥에서 생활해야만 하였습니다. 성 샤스탕 신부의 명에 따라 기록한 <옥중 수기>에 옥에서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내 다리는 살이 헤져서 뼈가 드러나 보였으며, 앉지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내 상처는 곪아서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겼다. 더욱이 내 방은 벌레와 이 투성이였으므로 아무도 내게 근접할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 다행히 건강한 몇몇 교우들이 부축을 해주어 몸을 좀 움직일 수가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내 방을 치워주기도 하였다. 이 애덕의 행위를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이처럼 신 베드로는 형벌을 당하면서도 작은 일에 감사하며 용맹한 신앙심으로 흔들리는 유혹을 참아냈습니다. 그러다가 기해박해(1839)가 일어나자, 왕의 명에 따라 전주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나가 참수형으로 순교합니다. 이때가 그의 나이 70세(1839년 5월 29일)였습니다.

 

그의 며느리 최조이 바르바라는 1801년 경기도 여주에서 순교한 복자 최창주(마르첼리노)의 딸이며, 복자 신태보(베드로)의 며느리입니다. 어릴 때부터 교리를 배워 신자가 된 그녀는 부친이 순교한 뒤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했지만, 천주님과 이웃에 대한 열렬한 애덕은 모든 사람을 탄복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장성한 뒤 최 바르바라는 신 베드로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나, 얼마 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됩니다. 그녀는 시아버지 곁에 머물면서, 시아버지를 찾아오는 많은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대접합니다. 정해박해(1827) 때에 시아버지와 같이 체포되었다가 석방되어, 친척이나 친구들의 집에 얹혀살며 순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지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그녀는 오랫동안 옥에 갇혀 있는 시아버지를 자주 찾아갔고, 그곳에 있는 교우들을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최 바르바라는 전라도 광주에 있던 복자 홍재영(프로타시오)의 집에 은신했다가 교우들과 같이 체포되어 전주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때 최 바르바라는 자신이 순교한 최 마르첼리노의 딸이며, 그해 순교한 신 베드로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고백합니다. 이에 감사는 “너는 죽는 길밖에 없다.”고 하자, 그녀는 “죽음은 제가 바라던 것이고, 오래전부터 저는 그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신앙을 증거합니다.

 

이렇게 그녀는 시아버지와 같이 천주님께 대한 아름다운 신앙을 증거하는 가운데 그녀의 나이 50세에 순교의 영광을 얻습니다.

 

[2016년 1월 17일 연중 제2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인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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