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사람 사는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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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4 ㅣ No.1554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사람 사는 세상은?

 

 

성경에서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다’는 선언은 인간이 창조된 세계에서 하느님으로 나타날뿐더러 하느님과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창세 1,26 참조). 그래서 성경에서 첫 인간은 하느님을 대리해서 만물에 이름을 붙입니다. 사물에 개념과 의미를 부여합니다. 물론 이러한 창조적 행위는 사회적 약속과 합의를 전제합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의 협력자가 됩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 자유로운 주체가 되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격체들이 모여서 함께 사회와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인격은 각자의 창작품이고 사회와 문화는 공동의 창작물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당신의 협력자로서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을 창조하시길 원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 사는 세상은 자유로운 개개인의 인격적 삶이 존중받고 배려받으면서 아울러 공동의 선을 이루는 세상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사회적 가르침을 인격주의 원리에 기초한 공동선의 원리라고 간명하게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격주의 원리와 공동선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를 더해서 사회교리 4대 원리라고 합니다. 즉 인격주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4대 원리는 결국 사랑의 원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인격은 천부인권적 존엄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전선하신 사랑은 우리에게 공동선을 지향하고 추구하도록 인도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사회적 낙오자와 소외된 이들, 약자들과 소수자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도록 합니다. 하느님의 정의로운 사랑은 각자의 몫과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사회교리 4대 원리는 하느님의 인격적 사랑,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 너그러운 사랑, 올바른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성경 전체를 하느님 사랑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으로 요약하십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은 황금률입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에서 잘 드러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이 사랑의 적극적인 실천은 연대성의 원리로 나타납니다.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우리의 자비심이 개인적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자들을 양산해 내는 사회적 모순이나 사회의 구조적 악을 제거하고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사회적 개혁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 그리고 소외된 이들에게 연대하는 것은 또한 보조성의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몫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심화됩니다. 공평한 기회, 공정한 경쟁, 공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각자의 책임과 권한을 보장하고 지켜주는 것은 보조성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됩니다. 보조성의 원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기도 합니다. 보조성의 원리를 황금률에 소극적으로 적용하면, 네가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사랑의 원리에 의해서 사람 사는 세상이 되도록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이 하느님 사랑의 원리에 의해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관계를 맺고, 자비롭고 정의롭게 일들을 풀어가는 것은 가족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유익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인격적으로 성장하도록 서로를 자비롭고 정의롭게 도와주는 것은 전선하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며, 천상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성인의 통공의 구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정의 성화는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튼튼한 기반입니다. 사회교리, 사랑의 원리를 가정에서 실천하는 참 그리스도인들이 됩시다.

 

[외침, 2018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조한영 신부(안양대리구 사무국장 ·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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